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이은미
  • 조회 수 16123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8년 10월 27일 17시 51분 등록
하늘 꽃.jpg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서둘러 진다.

봄 햇살에 화려하게 피어나 봄볕에 지는 모습이 숨이 가쁘게 고요하다.

등불을 밝혀들고 봄을 맞이하는 희고 깊은 목련에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겨우내 보송보송한 움으로 지내던 목련은 어느날 눈부신 봄햇살에 확~~ 피어난다.

흰 빛으로 피어난다. 그리곤 어느날 낱장으로 뚝 뚝 진다.

 

해마다 목련이 피면 할머니가 그립다.

시골집에는 봄에 피는 꽃이 참 많았다. 벚꽃부터 시작해 살구꽃, 복사꽃, 감꽃, 철쭉꽃…

할머니는 그 많은 꽃 중에 유독 목련을 좋아하셨다.

 

할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다.

암 말기에는 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했다. 그래서 할머니의 몸에는 거죽밖에는 남지 않았다.

건강할 때도 음식을 드심에 있어 지나침이 없어 마른 몸이었는데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니 하얀뼈와 그 뼈를 감싸는 거죽밖에 남지 않음은 당연했다.

암 발견당시, 이미 말기이기도 했지만 수술을 버텨낼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하셨기에 수술조차 하지 못했다.

 

그 해 봄, 목련이 참 예뻤다.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목련의 꽃잎이 파란 하늘에 비쳐 파리하게 빛났다.

할머니는 하루종일 목련만 보셨다. 마치 눈에 다 담아내려는 사람처럼…

목련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까지

맥없이 낱장의 꽃잎들이 뚝 뚝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서

당신의 생도 목련꽃처럼 떨어져 내릴 날이 머지 않았음을 짐작하셨으리라.

그 해 봄, 목련이 꽃잎을 다 떨구어 내고 새잎이 돋아날 때 할머니는 생을 마감하셨다.

 

하나같이 햇빛을 향해 피어나는 목련아래 서면 그늘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할머니가 내게 있었기에, 내 얼굴에 그늘이 없는 것처럼..

할머니가 내게 있었기에, 내가 활짹 웃을 수 있는 것처럼…
그늘 없는 목련이 피면 할머니가 참 그립다.

목련1.jpg

<목련꽃엔 그늘이 없다>

오랫동안 앓았던 할머니는
창가에 우둑히 앉아
목련꽃만 바라봤다.
 
하얀 꽃잎이 후두둑

몸을 떨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얀 꽃잎이 속절없이 지는 그 밤

달빛은 화음을 타고

영혼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흐르던 그 밤

할머니 영혼은 밤과 밤 사이
하늘을 향해 옷을 벗고
이승의 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늘에 그늘이 없듯이
목련꽃엔 그늘이 없다.

IP *.161.251.172

프로필 이미지
현웅
2008.10.27 19:34:17 *.37.24.93
하늘에 그늘이 없듯이
목련꽃엔 그늘이 없다.

목련과 할머니가 자연스레 어울리네....^)^
프로필 이미지
병곤
2008.10.28 09:22:24 *.92.16.25

양희은 노래가 생각나는구나.
'하얀 목련인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그 사람이 할머니였구나.

보기에는 나처럼 한 성깔할 거 같은 은미인데
너의 사진을 보면 다른 은미가 보이네.
앞으로 즐감하게
좋은 사진과 사연 담아줘라.

프로필 이미지
안나푸르나 성은
2008.10.31 15:27:03 *.231.169.240
눈물이 핑 돈다....
프로필 이미지
은미
2008.11.03 11:30:36 *.161.251.172
성은^^ 우리 오랫만이다
나는 가끔 그대가 궁금하다. 잘지내는지...?
어디를 보아도, 갑자기 눈가가 뜨거워 지는 이 계절에
우리 잘 지내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 [13.01.11]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키스에 대하여 [4] 어니언 2020.08.24 1213
31 청소년 진로 탐색을 진로 독서로 시작하다 [1] 정승훈 2020.08.28 1069
30 어쩌다 남중생 수업풍경-야! 이 개새끼 씨빨 새끼야 [4] 지그미 오 2020.08.30 1058
29 '영원'히 잘 사는 방법 [1] 불씨 2020.08.30 1040
28 4주 - 엄마는 아이에게 세상, 우주, 신 [1] 콩두 2020.09.04 1445
27 5주- 아이와 함께 자신을 키워라 [1] 콩두 2020.09.04 1096
26 6주- 태교의 시작과 끝 엄마의 행복 [1] 콩두 2020.09.04 1188
25 혼자 하는 녹화 강의 여러 버전들 정승훈 2020.09.05 1046
24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1] 불씨 2020.09.07 2492
23 1주1글챌린지_13_습관의무서움 file [2] 굿민 2020.09.10 1278
22 나는 누구인가 ‘헤시태그로 표현한 나’ 정승훈 2020.09.12 1499
21 인내 이 짜디 짠 단어를 보았나 불씨 2020.09.13 1247
20 어쩌다 남중생 수업풍경 - 이 빡빡이 새끼야! 지그미 오 2020.09.13 6313
19 나의 인생 시계는 몇 시? 정승훈 2020.09.19 6531
18 1주1글챌린지_14_선택과도전 굿민 2020.09.25 6288
17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정승훈 2020.10.02 6520
16 마흔 나를 사랑할 적기 불씨 2020.10.03 6517
15 1주1글챌린지_15_감사하면서,, 굿민 2020.10.05 6237
14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정승훈 2020.10.11 6534
13 나의 강점은? [2] 정승훈 2020.10.18 6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