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이은미
  • 조회 수 16691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8년 10월 27일 17시 51분 등록
하늘 꽃.jpg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서둘러 진다.

봄 햇살에 화려하게 피어나 봄볕에 지는 모습이 숨이 가쁘게 고요하다.

등불을 밝혀들고 봄을 맞이하는 희고 깊은 목련에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겨우내 보송보송한 움으로 지내던 목련은 어느날 눈부신 봄햇살에 확~~ 피어난다.

흰 빛으로 피어난다. 그리곤 어느날 낱장으로 뚝 뚝 진다.

 

해마다 목련이 피면 할머니가 그립다.

시골집에는 봄에 피는 꽃이 참 많았다. 벚꽃부터 시작해 살구꽃, 복사꽃, 감꽃, 철쭉꽃…

할머니는 그 많은 꽃 중에 유독 목련을 좋아하셨다.

 

할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다.

암 말기에는 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했다. 그래서 할머니의 몸에는 거죽밖에는 남지 않았다.

건강할 때도 음식을 드심에 있어 지나침이 없어 마른 몸이었는데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니 하얀뼈와 그 뼈를 감싸는 거죽밖에 남지 않음은 당연했다.

암 발견당시, 이미 말기이기도 했지만 수술을 버텨낼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하셨기에 수술조차 하지 못했다.

 

그 해 봄, 목련이 참 예뻤다.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목련의 꽃잎이 파란 하늘에 비쳐 파리하게 빛났다.

할머니는 하루종일 목련만 보셨다. 마치 눈에 다 담아내려는 사람처럼…

목련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까지

맥없이 낱장의 꽃잎들이 뚝 뚝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서

당신의 생도 목련꽃처럼 떨어져 내릴 날이 머지 않았음을 짐작하셨으리라.

그 해 봄, 목련이 꽃잎을 다 떨구어 내고 새잎이 돋아날 때 할머니는 생을 마감하셨다.

 

하나같이 햇빛을 향해 피어나는 목련아래 서면 그늘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할머니가 내게 있었기에, 내 얼굴에 그늘이 없는 것처럼..

할머니가 내게 있었기에, 내가 활짹 웃을 수 있는 것처럼…
그늘 없는 목련이 피면 할머니가 참 그립다.

목련1.jpg

<목련꽃엔 그늘이 없다>

오랫동안 앓았던 할머니는
창가에 우둑히 앉아
목련꽃만 바라봤다.
 
하얀 꽃잎이 후두둑

몸을 떨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얀 꽃잎이 속절없이 지는 그 밤

달빛은 화음을 타고

영혼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흐르던 그 밤

할머니 영혼은 밤과 밤 사이
하늘을 향해 옷을 벗고
이승의 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늘에 그늘이 없듯이
목련꽃엔 그늘이 없다.

IP *.161.251.172

프로필 이미지
현웅
2008.10.27 19:34:17 *.37.24.93
하늘에 그늘이 없듯이
목련꽃엔 그늘이 없다.

목련과 할머니가 자연스레 어울리네....^)^
프로필 이미지
병곤
2008.10.28 09:22:24 *.92.16.25

양희은 노래가 생각나는구나.
'하얀 목련인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그 사람이 할머니였구나.

보기에는 나처럼 한 성깔할 거 같은 은미인데
너의 사진을 보면 다른 은미가 보이네.
앞으로 즐감하게
좋은 사진과 사연 담아줘라.

프로필 이미지
안나푸르나 성은
2008.10.31 15:27:03 *.231.169.240
눈물이 핑 돈다....
프로필 이미지
은미
2008.11.03 11:30:36 *.161.251.172
성은^^ 우리 오랫만이다
나는 가끔 그대가 궁금하다. 잘지내는지...?
어디를 보아도, 갑자기 눈가가 뜨거워 지는 이 계절에
우리 잘 지내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52 [26] 시련극복 5.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 [5] 2008.10.27 1901
» <꽃피는 나무 -그리움> 목련꽃엔 그늘이 지지 않는다. file [4] 이은미 2008.10.27 16691
4350 [28] 이제 철 든 선배가 후배에게 [3] 현웅 2008.10.29 3508
4349 [26] To.소심당8 - [우화]소심의 유래 #1 file 양재우 2008.10.29 4710
4348 [화실일기] 그때 그 말씀이... [3] 한정화 2008.10.29 3559
4347 (26) 르노 파발디 (1) 蘇隱 2008.10.29 3088
4346 (27) 르노 파발디 (2) file 蘇隱 2008.10.30 3537
4345 (28) 르노 파발디 (3) [3] 蘇隱 2008.11.01 3698
4344 [25] 그대에게 던지는 질문들 (2) 최지환 2008.11.03 3653
4343 [25] 나, 그림 보는 초록 고양이의 고백 [3] 구라현정 2008.11.05 4369
4342 [27] To.소심당9 - [우화]소심의 유래 #2 [1] 양재우 2008.11.06 3316
4341 [29] 이제 막 철든 선배가 후배에게(2) [1] 현웅 2008.11.08 3546
4340 [26] 그대에게 던지는 질문들 (3) [3] 최코치 2008.11.09 2974
4339 [27] 수학과 피터팬 [2] 2008.11.09 3408
4338 [26] 비빔밥 만들기(2) 정산 2008.11.10 3140
4337 [26] 두 개의 산(1) [2] 거암 2008.11.10 3510
4336 [27] 시련 (6) 오리궁둥이 우리엄마 [3] 지희 2008.11.10 2020
4335 (29)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영원회귀의 개념에 부쳐 [1] 소은 2008.11.10 4916
4334 <꽃피는 나무 > 탱자나무- 촌뜨기 지지배 미자 file [3] 이은미 2008.11.10 13674
4333 [28] 헤어밴드를 샀다 [8] 2008.11.16 3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