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이은미
  • 조회 수 3923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9년 2월 10일 13시 02분 등록

나도 꽃피는 나무로 살고 싶다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 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리면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최영미의 혼자라는 건


 
혼자서 너무 오래도록 싸워 본 사람은 그 고독을 알고 있습니다. 그 치열함이 만들어 내는 얼룩짐을 압니다. 삶의 어느 대목하나 열심이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마음에서 찢어지는 듯한 울부짖음이 들려왔습니다.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 조차 모르고 내 안의 울림들을 무시한 채 하루하루를 내달렸습니다. 무수히 반복되는 일상들이 내 안의 울림에, 이 얼굴 없는 소리에 주먹을 가격했습니다.

 

그때, 간절한 열망이 폭발하듯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 꽃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겨울의 온갖 고통을 이기고 마침내 제 꽃을 피워내는 나무. 눈밭에 발을 묻고 대가리를 쳐들고 영하 이십도를 견디며 간절한 기도를 합니다. 그렇게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자기를 이끌어 내, 자기안의 뜨거운 생명력을 불태워 마침내 끝끝내 꽃을 피워 냅니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가진 나무, 이 숙명을 생각하면 숨이 막힙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이 온통 바위 투성이인 황량하고 척박한 환경이라 해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나무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무만 바라보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내 눈동자안에 나무가 가득 들어앉아 있더군요.

 

그래서 이 책을 씁니다.

 

나무가 헐벗은 채 칼 바람과 싸워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는 모습에서 척박하고 황량한 삶에 시원한 한 줄기 바람 같은 나무사진과 통찰을 주는 시 한편,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잊은 줄 알았던 시가 통째로 다가왔고 그동안 허기진 영혼을 달래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가 내게 다가와 영혼을 채우는 동안 한없는 기쁨과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짐을 느꼈습니다. 이 충만함이 그대의 허기진 영혼을 가득 채워 줄 것입니다.

 

그대 혹시 겨울나무가 흐드러지게 제 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신적 있으신지요?

그대 혹시 나무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나뭇잎을 흔들어 기립박수를 치며 그대를 안아주듯이 그대를 향해 열렬히 박수쳐주는 사람들을 기억하시는지요?

 

저 나무들이 온몸으로 겨울을 이겨내고 축제처럼 자기만의 꽃을 피워내듯이 내 안의 묵은 고민과 어려움을 실타래 풀 듯 풀어내보고 싶습니다. 내 안의 오랫동안 박혀있던 가시를 빼내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오래된 깊은 절망과 방황으로부터 구원하고 싶습니다. 많이 아프고 많이 울고 많이 소리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뒤척임 속에서 본질적인 나를 찾아내고 남김없이 쏟아내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보듬어 안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침내 아직 끝내지 못한 성장통을 치유하고 비로소 자유로워 질 것입니다.

 

 

또한 나 자신의 치유를 넘어 여전히 삶에 대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그대의 빈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다독여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시련과 어둠속에 갇혀있는 그대에게 자기 자신과 당당하게 대면하는 통로가 되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마침내 더욱 성장한 그대의 삶의 길에 벚꽃이 가득히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

(파일첨부가 안되 사진은 생략합니다)

다소 무리가 있었고 급하게 치룬 프리북페어를 마치고 나니 점점 더 강하게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반드시 이 책을 쓸 것이라는 생각.


출판사의 많은 조언들을 참고 해 형식은 지금것과 다르게 펼쳐질 것 같다.
저작권의 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해결되기 어려워 기성 시인의 시부분을 빼고
나무들의 속성, 생태를 본문안에 잘 녹여내어, 나무의 생태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이 따뜻해진다거나 희망을 얻는다거나, 스스로 그 안에서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갈 것이다.

연구원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 편씩 선을 보일테지만, 연구원을 수료후에는 블로그에 일주일에 한 편씩 쓸 계획이다. 그래서 연구원 과정 1년동안 폐쇄하다시피 한 블로그의 대문을 열고 '꽃피는 나무'와 '나무도감'이란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외국에 나가 있었던 가족이 돌아오면서 혼자와 함께 함에서의 변화와 갈등,
지난 한 해 동안 방치한 건강의 악화로 다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상황들이
내 안에 게으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런 내게 프리북페어는 출판관계자와 여러 벗들 앞에서 이런 책을 쓰겠노라고 말하게 하므로

" 해야겠다 생각하는것들은 꼭 하고야 마는 기질을 가진 나"
"생각이 곧 행동이 되는 나"의 특성을 자극함은 물론 좋은 동력을 제공해 주었다.
앞으로 할 일은 나를 믿고 전진하는 것이다. 외롭고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연구원1년 과정이 나를 키웠던 것처럼 나를 더욱 크고 깊게 만들것이라 확신한다.

IP *.51.28.48

프로필 이미지
2009.02.11 02:38:11 *.180.129.160
좋다. 은미 덕분에 언니도 고무되고. 프리 북페어에서 얻은 게 많지.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09.02.11 06:48:31 *.220.176.152

은미님..

혹시 블로그 알려주실 수 있나요?

가능하시다면 여기에 남겨주시든지 메일 주세요.

프로필 이미지
부지깽이
2009.02.11 08:11:46 *.160.33.149

  나는 은미의 산문시가 좋다.  너는 너를 닮은 열렬한 딸을 하나 얻게 될 것이다.  다 쏟아 부어라.   때로 나무처럼 깊이 뿌리내려 멈처서서 그리고 때로는 가지 사이를 휘몰아치는 바람으로 때로는 이파리 위의 햇살처럼 그렇게 쓰거라.   몸을 잘 보실펴 무리하지 않고 오래 가도록 해라.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32 [34_2]신뢰가 우리에게 만드는 일_수정고 file 구라현정 2009.02.01 4140
4231 [39] 너와 함께 현웅 2009.02.02 3405
4230 [38] 참 위대한 소심 - 어린 시절 소심과 대면하다(2) [1] 양재우 2009.02.03 3312
4229 [36] 윤리경영과 개인의 윤리의식 정산 2009.02.03 5862
4228 [38] 재무설계사가 자신의 부담감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 [1] 거암 2009.02.08 3913
4227 [37] 10년 후, 당신의 하루는? [1] 최코치 2009.02.09 3422
4226 [38] 올해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1] 2009.02.09 3404
4225 (39)인터뷰4: 홍정의편- 삶을 프로세스로 바꾸라 [6] 소은 2009.02.10 4537
4224 [40] 사소한 것에 목숨 걸기 [3] 현웅 2009.02.10 3488
4223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 나도 꽃피는 나무로 살고 싶다 ( 이 책을 쓰려는 이유) [3] 이은미 2009.02.10 3923
4221 [39] 참 위대한 소심 - 어린 시절 소심과 대면하다(3) [1] 양재우 2009.02.15 3632
4220 [39] 사랑과 전쟁 그리고… 이별 2009.02.15 3504
4219 [38] 직업은 내 안에 있다. 최코치 2009.02.15 3541
4218 [39]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4] [16] 거암 2009.02.16 15072
4217 [41] 들이대기 현웅 2009.02.16 3331
4216 미리 떠나는...2009년 봄날 단편 file [1] 이은미 2009.02.17 7492
4215 (40)인터뷰5:양길용편-앞으로 나가는 힘은 내가 이룬 성취에서 나온다 [1] [2] 소은 2009.02.17 5301
4214 [37] 기본에 충실한 삶 정산 2009.02.17 3569
4213 [42] 이상한 반 아이들 - 서문 [7] 현웅 2009.02.18 3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