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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0일 14시 25분 등록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5기 연구원 크로아티아 해외 연수 여행기>


카 페리호에서

-페리호. 차와 사람을 실은 배는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배가 육지에서 한참 멀어질 때까지 스플릿 선착장이 스스로 멀어져 가는 느낌에 몇 번이고 머리를 내저어야 했다.

 

배를 타는 기쁨과 이국적인 풍경의 구경도 유유히 떠가는 배 안에선 잠시 내려놓고 와인과 치즈, 그리고 수다의 장을 열었다. 가판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아보고 내려야겠다는 생각에 뒤 늦게 한 바퀴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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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서 추억찍기>

배는 가슴을 쿨쾅이게 한다. 이별의 고동소리 때문일까? 이별을 아닌데도 이런 들뜸은 떠남의 속성때문일 것이다. 지난 봄 스승님도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배는 정박해 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떠나는 것이라고. 하여간 멋진 말씀을 하셨는데찾아 다시 새겨봐야겠다. 

 

이렇게 종종 할 수 없는 것을 할 때는 꼭 비슷한 경험을 떠오르는 건 왜일까? 작년 뉴질랜드 퀸스 타운에서 양떼 농장에 들어가기 위해 탔던 유람선이라고 해야나? 암튼그 배가 생각났다. 거기의 선착장은 그 배밖에 없어선지 조용하고 아름다웠었다. 워낙 아름다운 호수여서 인가보다. 여긴 바다의 선착장이니 분주하고 좀 정신 없나 보다. 그때 그 겨울 그 배에선 붉은색 따뜻한 와인을 마셨었는데…. 찰칵 이는 카메라에 멋진 남자도 있었고와인 한잔에 볼은 따뜻해지고 그 바람에 스치는 바람은 더욱 알싸하게 찼었다. 이 배 안 카페테리아에서는 커피만 판다. 그것도 좋다. 스타벅스의 커다란 종이컵이 아닌 도톰한 도자기 잔에 나온 커피는 아주 작았는데, 그래선지 유독 아껴먹고 싶어 홀짝이게 했다.

 

아이들이 컸으니 카페리 호를 이용해 제주를 갈 계획인데 그땐 여기를 떠올리겠지? 추억은 또 이렇게 쌓이나 보다.

 

~브리츠섬이닷!

브리츠 섬은 스플릿에서 배로 한시간 정도 걸린다. 아드리아 해안에 흩어져 있는 수백 개의 달마티아(크로아티아 남서부 지방) 섬 중에 가장 크다. 큰 섬이라 선지 돌로 깔린 길, 소나무 숲이 잘 가꾸어져 있고 니콜라 절벽의 석양이 일품이라고 한다. 휴양하기에도 좋은 섬이라 차들이 줄을 섰다. 이 섬의 수페타르라는 곳으로 우린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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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리호에서 본 브리츠 섬>

 















카페리호의 속도가 느려지는가 싶더니 배는 섬에 정착하기 위해 꽁무니를 돌리고 있었다. 풍경이 끝내준다. 벌판 같은 섬이다. 바닷가에 가까이, 바다의 높이로 옹기종기 두려 앉은 집들. 바다의 물고기가 저녁에는 저 앞집에 들어가 잘 것만 같다.

 

수페타르의 밤 바다

브리츠섬은 휴양하러 온 사람들로 들뜬 느낌이었다. 해수욕을 하고 숙소를 걸어가는 수영복 차림의 가족과 연인, 노부부를 익숙히 볼 수 있었다. 그럼 우리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맘에 신나서 도착한 숙소는 정말 환상적이게도 바다 앞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해가 지기 전에, 아니 수업을 하기 전에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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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지는 바다- 안돼!>

 

바다로 뛰어들 수 잇는 만반의 준비를 해서 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을 놓치면 밤새 배를 골아야 하기에 식당으로 향했다. 바다에 가고 싶은 급한 마음은 나밖에 없었다. , 좀 있다니 현주가 우아한 해수욕차림으로 들어왔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편안해 지는 이 안도감. 대체적으로 점잖은 변경연의 분위기에선 난 너무 요란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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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바다의 인어와 왕자>

이미 해는 졌다. 호수 같은 바다다. 뉴질랜드에서 뛰어들었던 그 호수는 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같은 호수였는데 이 바다는 호수인양 아늑하다. 저 멀리 건너편 바닷가에는 늘어서 불빛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그 위의 하늘은 푸르다. 사실 건너편 띠를 이룬 반짝임은 물 속에서 정신 없이 놀고 서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오로지 저 흔들리는 것이 바다구나 하고 소리 지르며 뛰어들기 바빴다.

 

물은 따뜻했다. 아니 아주 적당했다. 어둠 속에서도 아주 깨끗하구나를 느낄 수 있는 바다. 신나서 허우적거리는 나. 이렇게 표현하면 너무 운치 없다. 인어공주 같은 나. ㅋㅋ  그러나 인어공주인양 우아하게 있을 수 없었다. 한 명 두 명 바다로 나오는 다른 인어와 왕자들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닷가와 발을 담그면 환영인사로 일제히 물을 퍼부어 바닷물의 시원함을, 바다로 뛰어들고 싶었던 심정을 당장에 , 바다구나로 바꾸어 주었다. 환호와 비명이 까르르하고 물에 익숙한 사람은 조금 깊은 곳에 물이 익숙치 않은 인어들은 줄줄이 엉덩이를 담그고 앉아 일렁이는 파도를 느꼈다, 나는 당연 깊은 약간 깊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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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 재밌다~~>

바다에 누워 밤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같이 떠다니는 그 황홀함이란얼마 만의 달밤에 하는 물길질인가. 행복했다. 난 전생에 인어공주였나? 하기야 산에 가면 전생에 다람쥐였나? 생각하니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그나마 밝은 하늘빛으로 드러나는 실루엣과 목소리로 누군지를 식별하고 공격하고 공격당하곤 했다. 이윽고 누군가가 가지고 온 작은 랜턴은 하늘빛으로 비추어 보기엔 힘들었던 보여주고 우리의 등대가 되어 주었다. 그 불빛으로 인해 언듯 언듯 드러나는 실루엣은 모두가 아름답게, 멋지게 보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바다 속에서밤을 샐 수도 있을 듯했다.

 

그날 밤 나는 한 왕자님한테 반했는데 얼마 전에 맞이한 아내의 과도한 보호로 급격히 탄력을 잃었다며 몸매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신나게 잘 놀았다. 형님 왕자를 받들면서도 독창적으로 놀 줄 아는 꽤 괜찮은 왕자였다. 급조한 팀결성으로 급조한 안무의 그 싱크로나이드 하던 모습을 봤다면 모두 배꼼이 빠졌거나 반했을 것이다. 하얗게 올라오던 어설픈 발목, 절도가 떨어지는 목 돌림. 크하하 

우 왕자는 그렇다 쳐도 철 왕자의 그런 모습은 처음인지라 신선했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철왕자의 재발견이었다. 철 왕자는 적재적소에 아주 잘 맞고 잘 짜여진 고도의 각본 같은 매너와 예술성 있는 감각으로 여행기간 내내 누나들의 이쁨을 받으며 지냈다. 그는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사랑과 애정이 함께한 하얀 밤

그날 밤 사랑 수업은 그 바닷가에서 진행되었다. 비취용 의자를 바다를 향해 배치하고 가운데 발표자의 자리를 마련하고 모퉁이에 와인 바를 차렸다. 어둠에 가장 잘 보이는 하얀 비취의자, 그 위에 덩그런건 사람, 파란하늘과 조용한 철석임완벽한 사랑이야기를 하기엔 완벽한 분위기다.

 

바다를 등지고 자리한 하얀 의자는 두 개의 목소리로, 각기 사랑이야기를 했다. 저 멀리 흔들리며 반짝이는 불빛들이 그 사랑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목소리의 여운을 나는 그 불빛에 차례 차례 박아 넣다가넣다가잠이 들었나 보다. 바다를 바라보던 의자들의 술렁임에 앗차!”하고 자세를 바로 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두 눈치챘다. 질문은? .그래도 해야지.. 졸았음이 아니 잠이 들었었음을 인정하고(이런 인정은 어두울 때 더 잘 된다) 그 동안의 무수한 번개 속에 다져진 친분을 동원해….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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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어둠 속에서의 수업>

스승님의 코멘트는 그 날 따라 유난히 길고 애정이 넘쳤다. 스승님께서는 달밤에 어울리는 근사한 목소리를 가지셨다. 스승님의 사랑은, 그 멋진 대사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나가던 조그마한 바닷게도 스승님의 목소리에 갈 길을 멈추고 듣고 있었다. 하나의 사랑은 조심스럽게 나와 저마다의 가슴으로 들어가 열 개의 사랑이 된다. 내 사랑과 그 사랑이 만나 화해하는 것을 왜일까? 다독이고 슬퍼하며 자신의 사랑을 더 이해하게 만든다. 아주 풍성한 마음을 만들어 준다 바다를 등진 의자는 이제 한결 편할 것이다. 그 사연이, 그 무게가 열 개의 가닥으로 듣는 이의 가슴으로 가버렸으니. 그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어둠, 바닷가, 반짝이는 가로등, 어렴풋한 얼굴그리고 이국의 밤…. 이런 단어들만 보아도 마음을 저절로 열게 되는데 고매하신 스승님과 애정으로 똘똘 뭉친, 의자를 가장해 앉은 동기들, 쌉싸름한 와인까지 있었느니 발표하는 이는 물론 모두의 가슴은 천공만큼이나 넓디 넓은 마음이 되었다.

 

새벽2를 넘겨서야 수업은 끝났다.

쭉 뻗고 누울 수 있었던 비취의자에서 일어나니 아침을 맞은 듯 몸이 가뿐했다. 좀 많이 존 게로로군. 그것도 그렇겠지만 맨날 자는 잠 이렇게 멋진 곳에서는 잠자는 건 있을 수 없다는 평상시의 지론이 속에서 크게 외쳤던 탓이다. 다시 바다에 들어가 놀자고 있으나 아무도 호응이 없었다. 한 명만이라도 좋다 했으면 건너편 불빛까지 갔다 왔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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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날려버리는 새벽>

오늘밤은 룸메이트가 셋이다. 쎄이와 현 언니네가 같은 실에 잔다.  쎄이는 샤워실 들어갔다 온 사이 잠이 들었다. 아직 어린 공주임이 분명하다. 전생에 난 무술이었나? 아님 바다에 잠을 재워두고 와서 일까? 현 언니랑 향이랑 잠깐 얘기 꽃을 피운다고 앉았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 산책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들렸다.
 
향인 마른 체격만큼이나 체력이 나만 못하다. 얘기하다 보면 눈을 감고 있는 향이를 언니와 나는 그냥 두지 않고 일으켜 앉히며 눈 뜨라고 구박했다. 자겠다고 배째라하지 않고 얼른 일어나 앉는 향이. 향인 눈만 감으면 금새 깊은 잠에 빠져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지난 이틀 밤을 지내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초롱 한 눈에, 은근한 찡얼거림에 오늘 밤 잠은 글렀다고 일찌감치 밤샘을 선언하는 현 언니. 역시 샤먼!

그 하얀 밤엔 못다한 사랑이 다녀갔고 힘들 하는 어린 내가 눈물을 흘리며 왔다 갔다. 우리의 남은 연구원 생활이 펼쳐졌고 뭔가 한 자리는 차지할 우리의 어설픔 미래가 그려졌다.

깊은,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얘기를 하고, 들어줄 수 있는 가슴, 지나가 과거에서 새로운 앎을 깨닫고자 하는 우리에게 아마도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같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은총이 없었다면 어찌 우리가 밤을 지셀 수 있었을까. 새 아침을 데려온 아우로라여! 새벽을 여신 아우로라는 나의 영원한 친구. 특히 여행을 갔을 때 절대 날 저버리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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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01:31:42 *.143.134.203
춘희 언니~^^

나 여행 간거이 맞아여? 그것도 언니야하고 세또로 다녔는데..
음..흠.. 아무래도.. 저몰래.. 녹음기뿐만이 아니라..
속기사 몰래 심어 가꼬 다닌거이 같아여.. 게다가... 파파라치꺼정..ㅋㅋㅋㅋㅋ

매일밤 펼쳐지는.. 언니야의 섹쉬함에.. 취해가지공.. 눈 둘곳을 마련하느라.. 잠? 잘수밖에 없었지여.. ㅎㅎㅎ

그때 그 어린.. 아마.. 그 여리고 착한 춘희(엥?)가 없었다면.. 오늘의 언니야가 있었을까여..
전.. 울그이를 말하면서 달뜨는 언니야도 아름답고.. 어린춘희를 회상하며 눈물 흘리는 언니야도.. 이뽀여..^^

글구.. 여행기.. 아직.. 반밖에? 몬 풀어놓은.. 언니야의 열정?도 무쟈------게 응원해여..
아무래도.. 다 쓰고나면.. 크로아티아 여행기..이 한권으로.. 족히 완성되리라.. 믿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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