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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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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3일 00시 26분 등록

어제 아침 출근을 하기 전에 책꽂이를 보다가 한 권의 책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출퇴근길에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책꽂이에서 본 책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법정스님의 잠언집입니다.

그리고 오후에 법정 스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떻게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법정 스님과의 인연은 약 2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 중에는 아직까지 기억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종점에서 조명을

 

마포 종점이 아니라 인생의 종점에서 현재의 삶을 조명해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삶의 종점에서 조명해볼 때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대략 그런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 신자였던 저에게 종말론 신앙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준 것 때문입니다.

그 분은 현세의 삶을 부정하고 오로지 내세의 영원을 기원하는 것을 종말론이라고 믿었던 저의 잘못된 믿음에 일침을 주셨습니다.

기독교 신자였던 제가 불교도에게서 참된 기독교 신앙을 깨달을 줄이야.

이 역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work-001-kksobg.jpg

수 년이 지난 어느 날 대학로 주점에서 지인들과 술 한잔하다가 우연히 위의 글이 제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평생 무소유를 지향했던 법정 스님이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텅 비어 있으면, 남에게 아름답고 내게 고요합니다.”

 

비움
비움은 겸손입니다.

겸손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비춰지는 모습도 없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내적으로 자신감이 있습니다.

여유가 있고 마음은 늘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겸손해야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할수록, 나이가 많아질수록 명령과 지시가 많아지고 자기 주장이 강해집니다.

갈수록 많이 부족해지는 게 겸손입니다.

그렇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입니다.

링컨은 겸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겸손해지는 건 쉽지는 않지만 우리 시대에 꼭 갖추어야 할 미덕입니다.

비움은 변화입니다.

버림으로써 우리는 오늘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빈 마음은 초심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마치 우물을 퍼내야 다시 괴는 것처럼 텅 빈 마음에서 뜻밖에 창조적인 지혜가 샘솟기도 합니다.

삶은 더 많은 것들을 채움으로써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을 남기고 모두 비움으로써 더 큰 깨달음과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비움은 적극적으로 삶을 변화시키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에 나직이 저의 마음을 살펴봅니다
.
나의 마음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가
?
나는 늘 비우려는 용기가 있는가
?
, 나의 배려는 순수한가?


***

법정 스님은 평생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는 분이어서 그저 맑고 향기로운 분으로 기억될 지 모르지만 저는 열정적인 분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그 분의 이 말씀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사리도 필요 없고 탑도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저의 믿음은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슬로건 최종.jpg

IP *.34.1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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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10.03.19 13:25:50 *.153.252.66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다는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필요한 것들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집착)
 조용히 돌아보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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