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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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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3일 14시 54분 등록

로고.JPG

주말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두 가지 경험을 얻었습니다.
하나는 나의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약 십초 정도 나는 가만히 정지했습니다.

어느 작은 카페에서,
눈 내리는 밤에,
좋은 벗들과,
심금을 울리는 음악과...
이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느낀 것은
외부의 반응에 의해서 내가 유쾌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내적인 오르가즘같은 것인데 알 수 없는 황홀한 느낌이 나를 휘감았습니다.
내 안의 원초적인 어떤 것과 맞닿은 느낌, 그것이었습니다.
그윽한 기쁨,
모든 것을 한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집으로 오는 길에 함께 여행을 다녀온 벗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가 걸어왔을 그 길의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피곤은 아니었습니다.
내 아픔으로 느껴지면서 밤새 뒤척였습니다.
나의 지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는 한없이 가난하였고,
부모님의 갈등을 조용히 흐느끼면서 지켜보았고,
나는 종교에 한없이 귀의하였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벌어주신 등록금을 나는 종교에 팔아먹었고,
나의 종교적 세계관은 산산히 해체되었고,
나의 인문학은 IT에 의해 붕괴되었고,
그리고 공황장애...
이 모든 것들이 농축되어 쳐들어왔던 마흔의 홍역,

그러나...

나는 가난으로 밥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가난은 죄도 창피도 아님을 깨달았고,
부모님의 갈등을 반복했지만 이제 아내과 우리 딸들 존재 자체의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되었고,
종교보다 인간이 더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내 주위의 사람들이 작은 예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 같은 스펙을 가진 놈이 IT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적잖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공황장애는 내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면서 나에게 불굴의 의지를 키워주었고,
내게 마흔은 과거의 삶과 다른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라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었고...

이제서야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소중한 놈이다.
이제 한번은 진짜 나처럼 살아보리라.

인간의 삶은 저마다 깊은 뿌리가 있다.
끈질긴 사연없는 사람 없다.
복잡한 사연과 문제가 있다면
우리 안에서 답을 찾아 나가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근원적으로 위대하다.

이 여행을 이끌어주신 분, 여행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work-009-kksobg.jpg
    나를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린 날.ㅋ

IP *.68.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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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김인건
2010.03.23 15:15:15 *.128.97.209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목소리에 울림이 있으시더군요. 인문학과 IT의 오솔길을 계속 가셔서, 새로운 문을 열어주세요.

병곤형, 평행이론 춤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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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3.25 23:41:20 *.34.156.43
내가 그런 춤을 추었나?ㅎ
내 안에 내가 모르는 내가 가끔 튀어나올 때가 있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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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23 20:03:04 *.203.200.146
김광석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오라버니의 음성이 기억납니다.
이제 내가 나를 한 없이 사랑할 때임을 알겠습니다.
1박2일 동안의 묵묵한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역구 맛집 잊지 않으셨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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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3.25 23:44:40 *.34.156.43
딱 한번 황천길 갈 뻔한 거 빼고는 덕분에 편하게 잘왔어.ㅋㅋ
그대 같이 멋진 사람이 한문 선생을 하면서 창의적인 다과를 연구하고 있다는 게 우리 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ㅎㅎ
학교에서 못해보는 거 연구원하면서 맘껏 해보길...
지역구 맛집 순례 함 해볼까나...
맨 맨저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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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3.25 08:03:20 *.219.109.113
꿈벗에서 눈물 , 콧물을 흘리던 나를 보았던 병곤은 나보고 이제 철이 났다고 말해주었지.
정말 그런가보다. 깊은 뿌리와 끈질긴 사연들을 이제 놓아버리고 해병대에서 제대를 했다.
처음 만나서 나에게 오래 된 친구같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이현우의 음색과 말투를 닮았다고 한 이야기도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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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3.25 23:50:03 *.34.156.43
그러게,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친숙하고 서스럼없이 막 대하고 싶었던...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예전에 키웠던 개가 생각이 나서 그런가.ㅋㅋㅋ

연구원 잘 시작했다. 난 네가 웨버가 될 줄 알았다.
종종 네 글에 코멘트 날려주마.
이 선배(?)가 지켜보고 있으니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ㅋ

그나저나 내 목소리에 대한 버전이 점점 다양해지네.
김광석, 김태균, 이현우
다음에는 이현우 노래를 들려줄테다.
기분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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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2010.03.26 17:27:24 *.30.254.28
옛날, 서강대학교를 지날 때, 멋진 슬로건을 본적이 있었어요...
'서강, 그대의 자랑이듯, 그대, 서강의 자랑이 되라'

난 그 슬로건이 좋아서, 많이 써 먹었지요..
성당의 성가대에서, 병원의 음악동아리에서...등등...

여행을 오면서, 1기 선배를 보면서
한번  더 그 슬로건을 써먹어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마음속에 슬로건을 심어놓고, 연구원 생활을 해야겠다고...

'변경연, 그대의 자랑이듯, 그대, 변경연의 자랑이 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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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3.29 16:08:41 *.138.0.145
아, 그랬군요.
저도 그 슬로건이 좋아서 입학했다는...ㅋ
변경연의 제 1슬로건 "어제보다 화장빨 좋아지는 사람을 도와줍니다."에 이어
제 2슬로건 탄생.ㅎㅎ
개인과 조직이 조화롭게 융화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변경연이며 공동체임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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