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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뽕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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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9일 22시 30분 등록

 

일어날 거야. 그만, 이제 그만 울어.

닭 울음 소리가 시끄러워 귀를 막으며 돌아 누웠다. 벌떡 일어나야 함에도 이불 속으로 몸을 집어 넣는다. 부엌에서는 엄마가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양이다. 나뭇가지를 꺾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 따닥 따다닥! 엄마는 닭보다 먼저 지저귀는 새 소리에 일어났을 것이다.  장닭은 장작 더미 위에서 목을 빼고 울고 있나 보다. 장닭의 울음이 한 번 더 커지자 엄마의 목소리도 커진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

밍기적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와 창호 문을 열고 나와 마당을 둘러 본다. 오른쪽 장작 더미 위의 닭을 째려보고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한다. 수건을 들고 신발을 신은 둥 마는 둥 질질 끌고 부엌으로 다가가안녕히 주무셨어요?”하고 인사를 한다. 그리곤 마당을 가로질러 도랑으로 향한다. 물안개 피는 도랑에 앉아 손을 다리 사이에 넣고는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찬물 기운이 얼굴에 시원하게 끼친다. 가재 한 마리가 사뿐한 걸음으로 물바닥을 어슬렁거린다. “가재야, 안녕? 잘 잤니?” 물 속에 손을 넣어 흔들어 본다. 살짝 튕겼을 뿐인데 가재는 쪼르르 돌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린다. 내 인사를 들은 모양이다. 졸음도 가재와 함께 달아나고 어느새 귀찮은 기운도 사라졌다. 두 손 가득 흐르는 물을 떠 세수를 한다. 정신이 번쩍 든다. 눈도 맑아진다. 비누를 쓰지 않아도 얼굴이 뽀드득하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방으로 향하는데 시끄럽게 울던 닭이 마당에서 먹이를 찾아 다니고 있다. 내 잠을 깨운 시끄러운 녀석들. 수건을 흔들며 달려가 쫓아버렸다. 놀란 닭은 꼬꼬댁! 외마디를 하며 달아난다. 저만치 달아나 쳐다 보는 닭들이 얄미워 다시 한 번 발을 굴렸다.

아버지는 벌써부터 집 앞 논두렁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른들은 농사 일이 끝이 없다고 하지만 내 눈엔 일이 하나도 안 보인다. 방학 때면 나보고도 햇살 뜨겁기 전에 일하자고 닭이 울기도 전에 깨워서 싫었는데 어쨌든 오늘은 방학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 , 숙제! 황급히 부엌으로 뛰어들어 엄마를 찾았다. “엄마, 어제나의 뿌리 알아오기” 마저 해야 돼요. 어디까지 했냐면요.. 우리는 풍산 류가고 본관은 하회마을이고 시조가 성룡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23대손, 우리는 24대손, 참봉공파라고 했어요.” 공책을 들고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밥상 차리는 걸 멈추지도 않고 대답하셨다. “됐네. 내가 가르쳐 줄 건 것뿐이다. 우리가 이리 산골에 와 살아도 뼈대 있는 양반 집안이다. 아무리 안동 권씨하고 안동 김씨가 많고 뭐라 해도 기죽지 말아라. 알았나?” 엄마의 목소리가 사뭇 힘이 들어가고 진지하다. 나도 모르게 허리가 펴졌다. 그리고 우리 반에 안동 권씬지는 잘 모르겠지만 권씨 성을 가진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다. 류가는 옥남이랑 나뿐인데.

“엄마, 우리 반에 권씨 대게 많아요. 게네는 자기들 모두 친척이래요. 다 다른 동네 사는데도요. 나는 옥남이 뿐인데.

 

“엄마, 저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내가 전에 안 그러더나. 너하고 은희는 안 낳아도 되는데 낳아서 너 둘은 우앳거라고. 늦겠다. 밥 먹고 빨리 학교 가라.” 엄마는 또 그 말! 큰오빠는 하얀 구렁이 꿈을 꾸고 낳았고 둘째 오빠는 알밤을 주었고 큰언니는 뱀이 등에 들어와 화들짝 놀라는 꿈을 꾸었고 셋째 오빠는 누런 구렁이를 보았고 둘째 언니는 앞산에서 태양이 환하게 집을 비추는 꿈을 꾸고 낳았다고 해 놓고선. 나는 그런 꿈도 없다 그러고. 미워.

 

7남매 중 여섯째. 그렇지만 일곱 명이 한 집에 같이 산적은 없다. 내가 태어났을 때 이미 오빠들과 큰언니는 도시로 떠났다. 나와 토닥거리며 생활한 형제는 바로 위 다섯 살 많은 언니와 여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바로 위 언니한테는 반항 한 번 해본 적이 없었지만 막내인 동생은 달랐다. 동생은 내가 필요할 때만 언니 언니하며 귀찮게 굴었다. 그러다가 맘대로 안되면 투덜대는 변덕쟁이였다. 동생이 학교에 입학할 때 나는 3학년이었는데 동생을 앞세우고 10리나 되는 길을 매일 걸어 다녔다. 그때마다 나도 무서웠는데 뒤에서 걷는 게 무섭다는 동생을 앞 세우고 걸었다. 가방도 내가 들어 주고 숙제도 거의 내가 해 주었다. 난 언니에게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투정을 내 동생은 잘도 부렸다.

IP *.12.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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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0 00:18:58 *.67.223.107
ㅋㅋ 재밌다.
어린 추늬의 모습이 환하게 그려지네.....
내일 밤에 나머지 얘기 또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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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공주
2010.05.24 21:14:54 *.12.20.15
선생님, 잘 지내시죠? 요즘에도 많이 걸어다니시는지요?
전 제 얘기라선지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올리기도 망설여지고. ㅠㅠ
우리동네 지나가시면 연락하세요. 아담한 곳에서 맛있는 커피 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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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10.05.20 07:45:09 *.122.143.214
북페어 때 보았던 뽕공주의 사진이 떠올려 지는 글이구나.
그 소소한 일상들이 잘 묘사되어 좋다.
그림과 잘 곁들어 진다면,
꽤나 설득력있고 공감가는 책이 될 것 같다.

쓰기는 다 쓴거지? ^^;
기대 만빵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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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공주
2010.05.24 21:17:05 *.12.20.15
좀 재미있게 각색봐야 겠어요. 용기줘서 고마워요~~
오라버니 소심도 열심히 읽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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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20 07:59:27 *.45.35.54
예쁜 추늬야! 
안보여서 걱정이 됐느나라.! !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지 않니...
변경연에서라도 열심히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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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늬
2010.05.24 21:18:35 *.12.20.15
ㅋㅋ제가 쫌 조용하잖아요~~ㅋㅋ
눈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부지런 떨어볼께요. 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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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5.21 02:40:08 *.154.234.32
뿅가는 글이네.
근데 말이여, 난 춘희의 골새글과 뿅공주가 실은 잘 매칭이 안되여.
아마도 내가 짧은 것일꺼여.
그렇지만 춘희야,
술한잔 찌끄리는 맘으로 더 질러보면 더 쫗은 글이 나올꺼라는 생각은 내 진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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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공주
2010.05.24 21:20:53 *.12.20.15
글을 잘 못써서 그럴거예요. 이해해요.^^
술 한잔 찌그린 맘으로...ㅎㅎ 요즘 술을 안 먹었더니...  조언 고마워욤~^^
비도 오는데 술한잔 하러 갑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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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10.05.21 11:36:31 *.222.175.33
나도 옛 기억이 더듬어진다.
츄뉘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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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공주
2010.05.24 21:22:49 *.12.20.15
내 친구 웅. 반갑다. 다시 네 글을 보니 무지무지..ㅋㅋ
나도 이제 좀 한가해졌다. 옛 몽치스의 팀웍을 다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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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2 09:00:21 *.40.227.17
뽕공 언니~ ^^

갑자기.. '인나라..  인나라 향아~ '가 생각나는 거이는? ㅇㅎㅎㅎ
기래서.. '인나여.. 인나세여.. 뽕공 언니~ 'ㅋㅋㅋ
'굿모닝, 뽕공 언니~' 오늘은 내가 먼저..^^

그니까.. 7남매.. 우리아빠가.. 7남매 중 5째신데여.. 
큰 형님 전화오믄.. 주무시다가두 벌떡 일어나셔서.. 바른 자세루.. 두손 모아.. 전화받으셨잖아여.. ^^
우리 세대에서 7남매.. 정말 흔치 않다니께여.. 암튼.. 특별해여.. ^^

언니~, 넘 재밌다.. ^^
담은.. 무슨 제목일까여?
참고로.. 저는.. 곽금이?가.. 젤루 재밌었어여.. 생각만 해두.. ㅍㅎㅎㅎ

'인나라.. 인나라 골세앙바드레~~~'
골세앙바드레.. 뽕공 언니의 목소리와 함께.. 드뎌.. 인났네여..
계속되는 기대~고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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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공주
2010.05.24 21:25:34 *.12.20.15
ㅋㅋ 인나라  골세앙바드레. 좋은 걸.  인나서 열작해 볼게. 고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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