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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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구글 문서도구에서 작성중이다. 컴퓨터에 아래한글이나 워드를 깔지 않아도, 워드 작업이 가능하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어디에서나 작업을 할 수 있다. 스프레드 시트나 프리젠테이션, 기초적인 그림 작업도 가능하다.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피씨방에서도, 혹은 가게 컴퓨터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도 버스에서나, 에레베이터 기다리면서도 글을 쓴다. 스프레드 시트는 MS의 엑셀을 사용해왔다. 20년 가깝게 써온 프로그램이다. MS 엑셀에서 구글의 스프레드 시트로 바꾸는 것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치 네루다의 '시'처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시대의 흐름은 경고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IMF는 많은 사람들에게 뼈저린 아픔을 주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때 기회를 얻었다. 접속의 시대는 인간에게 본연의 모습을 찾으라고 경고한다. 지금처럼 개인의 창조력과 색깔이 강조되었던 적은 없다. 사람들은 독특함과 유니크에 목말라있다. 많은 콘텐츠가 있지만, 정작 볼만한 것은 없다. 끊임없이 접속만 하면, 내 인생은 무수한 콘텐츠의 바다에 희석될 것이다. 접속하지 말고, 부딪히라. 좁고 깊어지라.
MS엑셀은 해당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해야한다. 구글의 스프레드시트는 인터넷이 연결된 어디에서나 수정과 열람이 가능하다. 거부 못하는, 강력한 유혹이 있다. 공짜다. 당신이라면 어느것을 택하겠는가? 구글 문서도구 때문에, MS 오피스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MS오피스는 마이크로 소프트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가 접속할 것은 온라인이 아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사람이며, 풍경이다.접속은 교환만 있고, 부딪힘이 없다. 사람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부딪힐 때 성장한다. 온라인 접속이 늘어날수록, 삶의 질은 떨어진다. 며칠이고, 온라인게임만 하다가 사망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접속중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고, 요즘 대부분 사람들이 이 중독에 걸렸다.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거나, 커뮤니티를 방문하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도, 이메일과 커뮤니티 아닌가?
한걸음 더나아가, 영악한 구글은 OS 시장도 넘본다. (구글의 모토는 Don't be evil 이다. 참 영악하다.) 내년쯤이면 구글의 OS인 크롬을 탑재한 컴퓨터가 시판될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윈도우를 거쳐야만 했다. 이제, 윈도우를 통하지 않고 부팅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컴퓨터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가벼워질것이다. 윈도우의 공공연한 비밀은 쓰면 쓸수록, 컴퓨터가 무거워지고, 동작이 굼떠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컴퓨터의 가격은 지금 보다 훨씬 떨어진다. 현재 30만원대의 넷북까지 나왔는데, 앞으로는 이마트에서 껌 한통 사듯이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지식의 결정체였다. '소유의 종말'에서 말하는 소프트웨어란, 포토샵이나, 아래한글, 바이러스백신 같은 종류를 의미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인터넷으로 다운 받을 수도 있지만, 매장에 패키지로 포장되어 진열된다. 책을 고르듯이, 소비자는 소프트웨어도 같은 방식으로 구매한다. 불과 10년만에 기존의 소프트웨어는 이미 물화物化 되었다. 소프트웨어를 소유하지 않고, 접속하는 방식으로 산업이 진행중이다. 소프트웨어를 소유한다는 것은, 나의 컴퓨터에 설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하드 디스크가 줄어들고, 메모리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설치' 자체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간단한 프로그램이라면 설치하고 지우는 것이 손쉽지만, 윈도우를 지우고 다시 설치할려고 하면, 하루 동안 아무 작업도 못한다. 소프트웨어 설치가 아니라, 접속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당연 '접속'을 택할 것이다. 접속하면 시간과 경비를 아낄 수 있다.
데스크탑에는 껍데기만 남겨둔채, 알맹이는 천상으로 올라가 뭉게 구름(CLOUD)이 되었다. 당장 위를 올려다보라. 언제 저런 구름이 형성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구름들이 하늘을 부유한다. 뽀샵의 대명사, 포토샵도 이미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스크톱 만큼 안정적인 어플리케이션은 아니지만, 기초적인 작업은 가능하다. 포토샵의 핵심 기능인 레이어 작업도 가능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웹에서 제공하는 기능만으로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다. 사진 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웹상에서 작업한다. 앞으로 IT의 십년은 데스크탑에서 웹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것이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OS 까지도 웹상에서 서비스하는 시대가 온다. 사용자는 인터넷이 연결된 곳에서는 자기 컴퓨터처럼 자신이 설치한 프로그램과 저장된 파일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은 USB가 필요없는 시기이지만, 앞으로는 노트북도 필요없게 된다.
인터넷이 안깔린 곳은 없다. 얼마전 그리스에 갔을 때도, 시내 카페의 상당 부분이 WiFi 서비스가 되었다. 호텔에서도, WiFi가 잡힌다. 호텔에서 인터넷을 접속해서, 우리 가게 CCTV영상을 보았다. 비행기로 14시간 떨어진곳인데도 불구하고, 실시간으로 영상이 보인다. 가게로 전화를 걸다. 전화를 받는 모습이 보인다. '손님 없다고 다리 꼬고 있지 마세요'라고 말하다.
사실상 인터넷은 대기권 처럼, 이미 온 지구를 감싸는 중이다. 이제 전화기가 아니라, 단말기만 있다면 무료통화가 가능하다. 개인이 WiFi 망을 이용해서 운영하는 통신 서비스가 난립할 것이며, 이들의 수익원은 통신요금이 아니라 광고 수익이다. 한국의 KT나 SK같은 기업이 무선데이터 통신망에 혈안인 이유도 이때문이다. 조만간에 통신비 제로의 시대가 열린다. 그들은 자신의 밥줄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개인을 상대로한 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나 조직을 위한 통신 인프라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인터넷 댓글 달듯이, 메신저를 하듯이 통화하는 시대가 조만간 온다. 인터넷이 무료이듯이, 통신비도 무료다.
사용자가 서버에 접속해서 콘텐츠를 즐기거나, 작업이 가능하게 만드는 일을, '서비스'라고 한다. 사용자가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끔 구조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서비스다. 지금은 서비스의 시대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한다. 한국 게임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소프트웨어 패키지 판매에서 온라인 접속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팔면, 무단복제 때문에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온라인 접속으로 바꾸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소비자, 특히 한국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내기를 꺼려한다. 웬만해선, 기십만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달리해서,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주고, 광고를 삽입하는 것도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접속의 시대는 삶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간은 인터넷에 더 쉽고 빠르게 접속한다. 은행에 갈 필요가 없다. 손바닥안에서 돈이 왔다갔다 한다. 돈 붙일려면, 전화를 걸어서 누군가에 시켜야만 했다. 지금은, 실시간으로 바로 이체가 가능하다. 책방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책을 구입한뒤, 서점에 들어가서 바로 책을 가지고 나온다. 가격은 무려 10% 이상 저렴하고, 포인트까지 쌓인다. 외식업에도 접속의 시대는 왔다. 생소한 곳에서, 주변 맛집을 찾는 것은 기본이다. 메뉴를 소개하고, 쿠폰까지 받는다. 식당에 들어가기전, 트윗터로 해당 식당을 검색해본다. 평이 쏟아질 것이다.
얼핏 접속의 시대는, 더 많은 체험과 더 빠른 작업이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우리 삶은 풍부해질 것이며, 한 인간이 평생 맛볼 수 있는 경험은 더 많아질것 처럼 느껴진다. 과연 좋기만 할까? 아이폰에는 수백만개의 앱App이 있다. 재미있고, 작업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지하철에는 책을 보는 사람보다는, 아이폰,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이 더 많다. 하반기에는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도 다량 출시된다. 구름에 올라탈 수 있는 사다리들(단말기, 접속 디바이스)은 다양하고, 값도 싸다. 사다리를 타고, 구름위로 올라가면, 구름위의 콘텐츠는 끝이 없다. 24시간 연중무휴, 놀이동산이다.
인간이 24시간 인터넷에 접속해 있다는 것은, 교도소를 24시간 경비하는 간수와 같은 상황이다. 접속 인간은, 자극에 대응만 할뿐 스스로 이야기하는 능력이 없다. 이미 프로그램된 콘텐츠를 소비만할뿐, 자기 생각은 없다. 스스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퍼다 날르거나, 소문을 퍼뜨리는 유통의 역할을 자기도 모르게 한다. 유통 인프라가 완비된 곳에서는 욕조 안에 한방울의 물감이 떨어지듯 정보는 알아서 퍼진다. 한 대학교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이, 3일도 안되서 전국으로 퍼지는 이유는, 정보를 유통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보가 유통되는 대역폭과 강도는 누구도 감당하지 못한다. 여배우의 누드 사진이 전세계에 퍼지는데 어느 정도 걸릴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접속할 것은 온라인이 아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사람이며, 풍경이다.접속은 교환만 있고, 부딪힘이 없다. 사람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부딪힐 때 성장한다. 온라인 접속이 늘어날수록, 삶의 질은 떨어진다. 며칠이고, 온라인게임만 하다가 사망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접속중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고, 요즘 대부분 사람들이 이 중독에 걸렸다.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거나, 커뮤니티를 방문하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도, 이메일과 커뮤니티 아닌가?
접속의 시대에 접속은 위험하다. 평생 남의 이야기만 퍼다가, 끝난다면 그 인생은 무엇일까?
시대의 흐름은 경고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IMF는 많은 사람들에게 뼈저린 아픔을 주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때 기회를 얻었다. 접속의 시대는 인간에게 본연의 모습을 찾으라고 경고한다. 지금처럼 개인의 창조력과 색깔이 강조되었던 적은 없다. 사람들은 독특함과 유니크에 목말라있다. 많은 콘텐츠가 있지만, 정작 볼만한 것은 없다. 끊임없이 접속만 하면, 내 인생은 무수한 콘텐츠의 바다에 희석될 것이다. 접속하지 말고, 부딪히라. 좁고 깊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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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인건의 해박함이 잘 살린것같아 좋다.. 글치만, 나는 아직도 공책에 연필을 꺼내 쓴다.
최첨단으로 무장하고, 해박한 인건이 부러우면서도...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다..
접속은 24시간 간수같은 생활을 한다지만, 나는 죄수로 사는 느낌이다.
구글어스를 보면서 나는 내가 신처럼 느껴 신나고, 멀미나는 여행을 했지만, 한편. 무서웠다.
저 아래서.. 또 누군가 나를 늘 내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오그라들었다. 숨이 막혔다.
접속하는 삶을 즐기면서도, 늘 접속하지 못하고 사는 또 다른 편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못한다.
ON-line에 있으면서도, 살부비는 OFF-line이 그립다. 그 떨리는 만남의 순간들이 지금도 그립다.
최첨단으로 무장하고, 해박한 인건이 부러우면서도...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다..
접속은 24시간 간수같은 생활을 한다지만, 나는 죄수로 사는 느낌이다.
구글어스를 보면서 나는 내가 신처럼 느껴 신나고, 멀미나는 여행을 했지만, 한편. 무서웠다.
저 아래서.. 또 누군가 나를 늘 내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오그라들었다. 숨이 막혔다.
접속하는 삶을 즐기면서도, 늘 접속하지 못하고 사는 또 다른 편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못한다.
ON-line에 있으면서도, 살부비는 OFF-line이 그립다. 그 떨리는 만남의 순간들이 지금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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