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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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드러커, <공익을 경영하라>에서 재인용 -
연말이 되면 대형 서점은 물론 동네 문구점에까지 항상 다이어리 코너가 만들어진다. 아기자기한 팬시 수첩부터 두툼한 책 같은 플래너까지 각양각색의 수첩들이 전시되고 사람들은 각자 취향대로 탐색하기 분주하다.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처럼 연말연시의 분위기에 맞추어 왠지 치러야할 통과의례 같기도 하다.
수첩을 하나씩 골라들고 계산대 앞에 서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어떤 생각들이 들어있을까? 내년에는 행복한 목표와 기록들로 이 수첩을 가득 채워 넣으리란 다짐들로 뿌듯하진 않을까. 다이어리를 처음 펼치면서 깨끗한 글씨로 새해 목표를 적어놓고 실천을 다짐하진 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사들고 간 수첩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의미있게 쓰여질까? 꿈과 희망을 담은 다이어리를 일 년 내내 펼쳐보며 꿈에 다가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개인 컴퓨터를 활용하여 스케줄 관리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이제는 스마트폰까지 등장하여 점차 종이수첩을 사용하는 사람이 줄었는지도 모른다. 수첩에 약속이나 다음 일정을 적어 넣는 사람이 왠지 촌스러워 보이는 것도 요즘 풍경이다.
그래도 나는 그 적어 내려가는 느낌과 펼쳐보는 느낌이 좋아 오랫동안 다이어리를 써왔다. 연말에 회사에서 나누어주는 회사 수첩으로 마음에 차지 않아 두툼한 플래너를 거액을 주고 구입하여 거의 매일 빼곡하게 기입해 왔다. 업무기록을 적지 않는 팀원에게 개인 비용으로 플래너를 사서 선물하고 플래너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를 열성으로 설명하기도 했을 만큼 기록의 신봉자였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그냥 버리기에 아쉬워서 모아두었던 플래너를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가 이사를 준비하면서 다시 플래너를 흟어보게 되었다. 플래너를 살펴보다가 새삼 놀란 것은 이 많은 빼곡한 기록들 중 ‘나만의’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온갖 회의와 업무와 보고서 초안과 업무상 아이디어, 그리고 매일매일의 ‘DO LIST'가 적혀있었고 간간이 잊지 말아야할 결혼식이나 생일 등 행사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 당시 내가 고민하던 문제와 내 삶의 전체적인 모습들은 찾기 힘들었다. 그냥 열심히 살았다는 확인과 회사 일에 대한 엄청난 몰입을 읽을 수 있을 뿐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몰입과 매일매일, 일상의 힘이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반면 회사에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과는 달리 나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내친김에 작년 퇴사 이후 다시 쓰기 시작했던 작은 개인다이어리를 펼쳐 보았다. 7월부터 띄엄띄엄 적혀있는 기록과 짧은 생각들은 새벽기상을 시작하면서 보다 풍성해졌고 10월부터는 매주 목표와 실천기록을 남기며 더욱 알차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한 가지 급한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역할들과 하고 싶은 일들, 그리고 급하진 않지만 매일 조금씩 해야 하는 일들을 골고루 챙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월마다 주간마다 적힌 기록 외에 떠오르는 단상들과 꿈에 대한 고민들까지 주욱 적힌 것을 가끔씩 펼쳐보며 생각을 깊게 했던 것도 좋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내 꿈과 욕망을 기록하며 또한 매일의 일상을 통해 꿈으로 다가가던 기록이 어느 순간 점차 사라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5월까지 빽빽하던 메모들은 6월이 되자 점차 빈 공간이 많아지더니 어느 순간 백지가 되었다. 돌이켜보니 매일 일상의 기록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하루하루 치열하게 즐기고 노력하던 나의 마음가짐도 사라져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혼자 스스로 일상을 경영하고 발전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나는 나에게 맞는 도구와 상황의 도움을 받아야 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매일매일 스스로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매일 저 높은 산을 바라보면서 한숨만 쉬는 어리석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고 내 생각과 말, 그리고 꿈은 점차 나의 행동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읽고 느끼고 배우고 결심하는 이유는 나의 몸으로 행동하기 위함이요, 몸으로 행동하고 실천함으로써 나아지기 위함이다.
이것이 내가 산을 옮기기 위해 지금 삽을 손에 쥐고 작은 돌멩이부터 옮겨야 하는 이유이다.
다시 오늘 하루를 열심히 기록하자. 그리고 그 기록을 나누고 더욱 풍성해지자. 다시 매일 블로그와 다이어리를 쓰자.
산을 옮기는 사람은 작은 돌멩이부터 옮긴다 (중국 속담)

이 글에 대하여 아래 몇가지를 해 보도록 해라.
1. 문장마다, 반복되는 단어를 제거해 내라. 예를들면 다이어리라는 말이 몇 번들어가는 지 보고 한 문단에
한번 이상 쓰지마라.
2. 네가 쓰는 단어를 잘 들여다 보고, 동어 반복이 나오는 것을 제거해라. 예를들면 매일매일, ... 마다...마다
3. 단어를 엄선해라. 즉 네가 좋아하는 단어로 그 단어를 대체해라.
4. 네가 좋아하는 꼬냑을 한잔 먹은 기분으로 박수를 치고 문장마다 리듬을 좀 주도록 해라.
생각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눈과 손과 네 몸 모두로 하는 것이다. 육체의 근육하나 하나를 활용해라.
가벼운 바람에 치마가 살랑이듯 써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