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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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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8일 11시 31분 등록

우리들의 꿈은 일생동안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단 일년이라도 좋으니 무법자가 되는 것이다.
– ‘
톰 소여의 모험중에서

 

 

톰 소여는 꿈 보다 해몽이 좋은 헤르메스다. 이모로부터 담장을 페인트칠하라는 벌을 받은 톰 소여가 재미(fun)라는 요소를 끌어들여 동네 아이들에게 돈 받고 페인트칠을 시킨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페인트칠이 벌이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벌로써 부과된 페인트칠을 자발적 놀이로 승화시킨 해석의 지혜가 기억에 남는다.

 

요즘 이런 체험 마케팅이 지역 축제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 강원도 양구에서 펀치볼 시래기 축제가 열렸다. 시래기는 무의 줄기와 잎을 말린 것으로 겨우내 처마 밑에 새끼로 엮어 말려 놓고 서민들의 속을 든든히 채워주던 빈자(貧者)의 음식이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시래기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식품이 되었다. 축제 주최측은 시래기에 향수(鄕愁)’라는 요소 외에 펀치볼이라는 지명 브랜드와 유일한 민통선 이북 마을이라는 희소성을 가미시켰다. 화채그릇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펀치볼로 명명된 이 분지 지역은 한국 전쟁 당시 손에 꼽히는 격전지였고 지금도 남북 대치의 긴장감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작년 이맘때 체험한 문경 사과축제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 톰 소여의 지혜를 그대로 차용한 상품이었다. 관광객들에게 휴대용 종이 박스 하나씩을 나눠 주고 사과밭에 풀어 놓는다. 관광객들은 연신 상기된 표정으로 밭을 돌며 사과를 따서 정성스럽게 박스에 넣는다. 일당 3~4만원은 줘야 할 일을 도리어 체험 상품으로 팔고 밭 주인이 하는 일은 박스 무게가 2kg가 넘는지 저울 눈금을 확인하는 게 고작이다.

 

여기서 두 가지 시사점이 눈에 들어온다. 관점의 전환이 갖는 시장 가치다수의 관점이 갖는 힘이 그것이다.

 

구매자는 새롭게 부여된 가치에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그러나 치장되었을 뿐 그 가치의 본질은 본래 있었던 것이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가치를 재조명해 구매자의 의식 속으로 부각시킨 것이 판매자가 창출한 부가가치이다. 구매자는 그것을 스스로 창출하는 대신 돈을 주고 소비했다.

 

장소를 시장에서 우리의 주변으로 옮겨 본다. 시장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수용되었던 관점의 자유는 생활의 문제로 전환되면 낯가림을 당하곤 한다. ‘상식이 다수와 흑백의 논리 위에서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의 논제였던 진리가 우리 시대에는 상식으로, ‘여론으로 개명하고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 하다. 다수의 편이 된다는 건 다수의 목소리에 편승하여 나의 가치를 실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은 복잡다단한 삶을 명쾌하게 결론 내고 분산된 힘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에 좋다. 다수에 참여하는 건 최단거리를 선택한 것과 같이 효율적인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효율을 위해 간류를 남기고 천 개의 지류를 묻는 것이 유익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수 많은 지류를 통해 땅은 물을 공급받고 거기에 조성된 생태계에 동식물은 터전을 마련한다.

 

간류를 타는 것이 스피드는 나을 지 모르지만 거기서는 부가가치란 퇴적층이 쌓이기 어렵다. 다수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실에서 눈을 돌려 나의 가슴이 뛰도록 사실의 메시지를 변용하는 것이 미래의 블루오션이 아닐까.

 

꿈 보다 해몽이라 했다.

 

 

IP *.236.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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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1.08 13:05:47 *.123.110.13
프랜차이즈 교육을 받을 때, 홀과 주방에서 일을 하지요. 일당 받고 해야할 일을, 오히려 돈 주고 하는 체험으로 바꾸더군요. 사람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그 업체는 사기꾼처럼 느껴지더군요. 

생각의 전환은 어디에나 있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다수의 관점을 획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시간이 걸리지요. 끝까지 내 믿음을 견지하기도 어렵고요. 

사회 생활하면서 큰 성과를 내는 사람이 대단해 보였는데, 요즘은 한결같은 사람이 대단해 보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견지하고 가지고 가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이번주에 발표할 과제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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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9 10:39:39 *.236.3.241
'사실이란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그림이다. 사실의 조합에 의하여 비로소 진실이 창조된다'

『강의』를 읽다 보니 위의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나로 부터 시작하는 시각에서 탈피해서
사물을  다면적으로 본다면  퍼즐 안에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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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11.08 13:33:50 *.186.57.243
일요일 저녁이면... 우리는 달린다.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도 있고,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이도 있다.
더러는 골방의 의자에 틀어앉아 상상의 나래를 펴고, 간혹 피곤한 날개를 기지개로 달래기도 한다.
지난 밤 짧지 않은 수다 끝에.. 녀석의 손끝에서 무엇이 나왔을까.
올커니.. 톰소여.. 일과놀이..그랬구나..음~ 펀치볼? 어라? 문경 사과축제.. 그래 톰소여 이야기를 그래서 꺼냈구나..
좀 더 볼까.. 관점의 전환? 시장가치... 다수의 힘... 그래서 결론은 블루오션..
무슨 책을 써얄지를 고민하고 있군..음...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나를 자극할 수 있는 거가 뭘까? 내가 지치지 않고, 재미지게 써갈 거라면... 그런 소재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텐데... 나의 24시간 중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고, 매일매일 자극을 받고 있는 것.. 세준이 이야기?
진철이 말대로 세준이와 니체를 섞어볼까? 천개의 눈... 내가 세준이를 보는 눈은 몇 개나 되지?
세준이를 보는 세상의 눈은 또 몇개나 될까?
그래,.. 다른 사람은 쓰지 못하지만, 나는 쓸 수 있는 것...
똑같은 뜨거운 물인데, 갈아 놓은 커피의 종류에 따라 나오는 커피맛은 다르게 마련이지..
진철이 저 자식은.. 무슨 물고기 이야기를 또 써놨네?  종잡을 수 없는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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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9 10:48:22 *.236.3.241
11월인데 힘이 넘치는 진철아. 마른 장작이 무섭긴 무섭구나 ㅋㅋㅋ

그런 생각을 해봤다. 골방은 틀이 잡혔을 때, 생각이 정리되었을 때
마지막에 찾아들어가는 곳이구. 그 전에는 친구들 만나 씨잘대기 없어 보이는
야부리 풀고, 시장바닥 어슬렁거리고, 여기저기 배회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생동감이 넘치는 너의 모습은 4시간 노동, 4시간 글쓰기, 4시간 독서의 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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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11.08 18:21:39 *.30.254.21
컬럼속을
떠다니다
댓글들에
감탄한다.

상현이도
인건이도,
진철이도
괴물이다.

봉감독을
불러야해
함께놀며
영화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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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9 10:52:03 *.236.3.241
봉 감독! 하고 부르면 두 명이 뒤돌아 볼텐데,
누구를 부를깝쇼 ㅎㅎㅎ

한 명은  미장센이 치밀하다는 봉감독이고,
한 명은 에로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는 뽕~감독인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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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8 22:35:30 *.160.33.180

이제 떠 돌지 말고  주제를 하나 잡아라.  네 영혼이 일년 정도 머무를  곳을 찾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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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9 09:48:45 *.236.3.241
일관된 주제의 필요성을 통감합니다. 분산된 생각들을 모아서 주제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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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0.11.09 09:36:40 *.203.200.146
꿈보다 해몽!!! 관점의 전환!!!
오빠의 글을 읽으면서 사람의 관계, 자신이 처한 상황 등 나에게 문제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변화를 통해서 이전에 몰랐던 대상의 가치와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거기에서 유익함을 얻게 되는 것이겠죠.
급 '톰소여의 모험' 을 읽고 싶어지네요. 남들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다수의 초점이 모이면 그게 대박으로 연결이 되는군요. 톰소여에 대한 오빠의 해석도 톰소여 못지않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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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9 10:55:01 *.236.3.241
연주야 말로 꿈 보다 해몽이로구나 ^^

내 글에서 그런 것들을 봤다면 네 속에 이미
생각의 種子들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일거야

모닝 페이지 계속 쓰고 있니? 연구원 칼럼에
채 드러나지 않는 많은 단초들이 숨어 있을 것 같은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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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1.09 12:08:43 *.10.44.47
눈높이만 살짝 바꾸면..혹은 조리개만 살짝 조정하면
일상은 그대로 판타스틱한 테마파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다이나믹하여 어느것부터 즐겨야할지 선택하는 게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죠.

인간의 지성으로는 도저히 가늠해낼 수 없는 생명의 자력에 반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머무는 곳에서 우리가 꿈꾸던 그 모든 것들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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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11.09 15:18:58 *.154.57.140
나는 손바닥을 열심히 긁어서.. 가려운 등에 가져다 붙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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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1.09 12:51:02 *.10.44.47
등이 가려우면 어디서부터 긁으시남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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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9 12:30:37 *.236.3.241
생명의 자력??? 그런 좋은 게 있음 좀 알려쥬~~

다이나믹하고 판타스틱한 뭐시기를 미옥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 알려주는데 얼마면 되겠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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