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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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집에 가다. 한강을 건너서 갔다. 개업 1년도 안되었는데, 인산인해다. 상권은 그리 번화하지 않다. 어딘지 몰라서, 아무에게나 물어보니 바로 대답을 해준다. 꽤 유명한 집인가 보다. 골목에 들어서자, 맛집이 눈에 띈다. 과연 월요일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줄을 섰다. 외식업이 포화상태인 요즘, 진귀한 장면이다. 특히나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의 모습은, 텅텅빈 주변 식당과 대조되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불평 없이 차례를 기다린다. 안에서 식사중인 손님도 식사가 끝나면 즉시 자리를 비운다. 10여개의 테이블이 빠지면 다시 찬다. 회전율로 치자면, 1시간에 2번은 돌것 같다. '가격이 쌀 것이다'라고 예상을 했다. 불황인 요즘, 대표 메뉴를 싸게 책정한다. 주변 메뉴를 곁들이게 하는 전략이다. 3천원이라고 해서 들어오면, 5천원은 쓰고 나간다.
차례가 되어서 자리에 앉다. 메뉴판을 보니, 생각보다 싸지 않다. 설렁탕 가격과 맞먹는다. 밑반찬은 딸랑 절임무우 하나. 일행 세명이서, 짬뽕 두개와 피자 하나를 먹으니, 3만원 가깝게 나왔다. 스파게티와 짬뽕을 교묘하게 매칭한 것이 주력 메뉴다. 크림 소스 맛은 아예 손도 못댔다. 대한민국 아저씨 입맛을 가진 나는, 강 건너서 까지 이곳에 오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저씨는 없었다. 모두 데이트를 즐기는 20대 선남선녀들이다.
무엇이 손님을 끄는 것일까? 맛은 아니다. 가격도 아니다. 입지도 아니다. 맞은편에 극장이 있기는 하지만, 바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가게 내부를 보니, 주방이 훤히 보인다. 특이하게도 주방 아줌마가 없다. 모두 손님 또래의 젊은이들이 짬뽕을 삶고, 피자를 굽는다. 서빙을 보는 사람도 모두 제 또래다. 그러고보니, 음식점 자체의 공기가 20대의 상징인, 생기발랄, 순진무구 다. 집에 돌아와서, 해당 식당을 검색해 보았다. 예상대로 블로거의 글이 가득이다. 어떻게 1년도 안된 집이 이렇게 퍼질 수 있단 말인가? 좀더 블로그를 보면, 손님들이 단순히 음식맛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빌지 부터, 하다 못해 앞접씨가 이쁘다는 것까지...하루 매출만 신경쓰는 사장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잡지 못하는, 것들을 손님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집 앞에는 냉면집이 있는데,남의 집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맛없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온다. 냉면집 덕분에 동네경제가 살 정도다. 입소문이 중요하다. 손님도 입소문을 내고 싶어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맛집이라는 콘텐츠로 채우고 싶단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고, 트위터로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사장의 몫이다. 콘텐츠란, 흐리멍텅한 것이 아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손님이 사진 찍기 좋게 음식을 예쁘게 셋팅하거나, 기억하기 좋은 특징 한가지는 있어야 한다. 앞의 짬뽕집은 몇가지 요소를 갖추었다. 이름이 그렇고, 음식이 개성 있었으며, 스텝들이 고객과 궁합이 맞는다.
음식과 식당을 아이콘으로 만든다. 식당 자체가 메세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이 기억하기도 좋고, 사진으로 찍어주신다.

맛집 번개있으면 빼놓지 않고 가고, 시식회에 꼭 참석하고, 평가단 모집에 지원해보고
그때만 해도 내가 찾아가본 맛집을 카페에 올리는 것에 열정터졌었는데
음식 사진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더이상 손 놓고 정리를 안 했죠.
이곳저곳 찾아다니다보면 인터넷의 힘이, 군중심리라는 것이 묘해요.
사실 블로그에 올라오는 내용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을 알면서도 사진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찾아가게되죠.
그리곤 먹으며 후회하고 "음...2번 올 곳은 아니군" 마음먹게 되는 곳이 10군데 중 7-8군데는 되는 듯해요.
다시 또 가봐야겠다나 추천 리스트에 들어가려면 3가지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하죠.
1. 맛...특히 가격대비 맛이 중요하죠. 비싸고 맛있긴 한데 양이 지나치게 적다든지, 싸서 좋긴 한데 싼 맛이 난다던지.
2. 서버들의 친절도 - 매니저나 주인의 태도에 따라 맞이 좌우되는 부분인 듯해요.
3. 인테리어와 청결도
요즘은 없는 게 없고 정말 여기저기 눈돌리면 다 음식점이니까 특별한 아이콘을 제시해야 이목이 집중되겠죠. 일단 이목을 끌어야 그다음부터 맛부터 시작해 조건들을 따지게 되는 거죠..
외식업이야 말로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판단없이는 쉽지 않겠어요.

한번도 음식점,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려본 적이 없는 나같은 사람도
- 음, 작년 카탐 때는 좀 찍어봤군, 몇 번이긴 했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갈 때는 위치 확인과 함께 블로그 올라온 사진들을 보고 대충 기대치를 조절하고 가니까.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늘 편안하게 찾아가는 곳은 그닥 새롭지 않은 곳일지도 모르지.
소위 '대박'이라는 곳은 트렌드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을테고.
글을 읽으며 타겟에 대해 생각했어.
책만이 아니라, 음식점도 타겟이 확실해야겠다는 생각. 그 타겟에 맞는 마케팅이 절실하다는 것.
소개된 곳은 나도 그닥 당기진 않는다. 타겟이 다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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