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1년 1월 2일 23시 41분 등록

짬뽕집에 가다. 한강을 건너서 갔다. 개업 1년도 안되었는데, 인산인해다. 상권은 그리 번화하지 않다.  어딘지 몰라서, 아무에게나 물어보니 바로 대답을 해준다. 꽤 유명한 집인가 보다. 골목에 들어서자, 맛집이 눈에 띈다. 과연 월요일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줄을 섰다. 외식업이 포화상태인 요즘, 진귀한 장면이다. 특히나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의 모습은, 텅텅빈 주변 식당과 대조되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불평 없이 차례를 기다린다. 안에서 식사중인 손님도 식사가 끝나면 즉시 자리를 비운다. 10여개의 테이블이 빠지면 다시 찬다. 회전율로 치자면, 1시간에 2번은 돌것 같다. '가격이 쌀 것이다'라고 예상을 했다. 불황인 요즘, 대표 메뉴를 싸게 책정한다. 주변 메뉴를 곁들이게 하는 전략이다. 3천원이라고 해서 들어오면, 5천원은 쓰고 나간다.


차례가 되어서 자리에 앉다. 메뉴판을 보니, 생각보다 싸지 않다. 설렁탕 가격과 맞먹는다. 밑반찬은 딸랑 절임무우 하나. 일행 세명이서, 짬뽕 두개와 피자 하나를 먹으니, 3만원 가깝게 나왔다. 스파게티와 짬뽕을 교묘하게 매칭한 것이 주력 메뉴다. 크림 소스 맛은 아예 손도 못댔다. 대한민국 아저씨 입맛을 가진 나는, 강 건너서 까지 이곳에 오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저씨는 없었다. 모두 데이트를 즐기는 20대 선남선녀들이다.


무엇이 손님을 끄는 것일까? 맛은 아니다. 가격도 아니다. 입지도 아니다. 맞은편에 극장이 있기는 하지만, 바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가게 내부를 보니, 주방이 훤히 보인다. 특이하게도 주방 아줌마가 없다. 모두 손님 또래의 젊은이들이 짬뽕을 삶고, 피자를 굽는다. 서빙을 보는 사람도 모두 제 또래다. 그러고보니, 음식점 자체의 공기가 20대의 상징인, 생기발랄, 순진무구 다. 집에 돌아와서, 해당 식당을 검색해 보았다. 예상대로 블로거의 글이 가득이다. 어떻게 1년도 안된 집이 이렇게 퍼질 수 있단 말인가? 좀더 블로그를 보면, 손님들이 단순히 음식맛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빌지 부터, 하다 못해 앞접씨가 이쁘다는 것까지...하루 매출만 신경쓰는 사장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잡지 못하는, 것들을 손님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집 앞에는 냉면집이 있는데,남의 집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맛없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온다. 냉면집 덕분에 동네경제가 살 정도다. 입소문이 중요하다. 손님도 입소문을 내고 싶어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맛집이라는 콘텐츠로 채우고 싶단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고, 트위터로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사장의 몫이다. 콘텐츠란, 흐리멍텅한 것이 아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손님이 사진 찍기 좋게 음식을 예쁘게 셋팅하거나, 기억하기 좋은 특징 한가지는 있어야 한다. 앞의 짬뽕집은 몇가지 요소를 갖추었다. 이름이 그렇고, 음식이 개성 있었으며, 스텝들이 고객과 궁합이 맞는다.


음식과 식당을 아이콘으로 만든다. 식당 자체가 메세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이 기억하기도 좋고, 사진으로 찍어주신다.

IP *.129.207.200

프로필 이미지
상현
2011.01.03 13:32:57 *.236.3.241
인건이는 참 부지런한 사장님이다^^
네가 SNS와 같은 매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예를 든 음식점들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들을
창안해 낼 것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한 마디만 하자면
음식점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 즉 음식의 맛이
받쳐주지 못하면 그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성장이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콘은 사물의 정수가 축약된 모습이니까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1.01.07 03:47:39 *.123.110.13
한국 손님들이 느끼는 '맛'은 그 의미가 애매해요. 맛이 없어도, 옆에서 맛있게 먹으면, 본인도 맛있게 먹었다고 느끼지요. 또, 양을 많이 주고, 배불리 먹으면 맛있다고 해요. 마치, 신호등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부르듯이...한국인의 맛은 '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1.01.03 13:53:32 *.10.44.47
콘텐츠란, 흐리멍텅한 것이 아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오케이!! 맛있게 잘 먹고 간다!!
입소문 나는 건 시간문제겠지?  ^^
프로필 이미지
연주
2011.01.03 19:27:09 *.108.52.183
살짝 잊고 있었는데..5-6년전에 맛집동호회 평가단으로 한 1년 활동했었어요.
맛집 번개있으면 빼놓지 않고 가고, 시식회에 꼭 참석하고, 평가단 모집에 지원해보고
그때만 해도 내가 찾아가본 맛집을 카페에 올리는 것에 열정터졌었는데
음식 사진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더이상 손 놓고 정리를 안 했죠.

이곳저곳 찾아다니다보면 인터넷의 힘이, 군중심리라는 것이 묘해요.
사실 블로그에 올라오는 내용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을 알면서도 사진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찾아가게되죠.
그리곤 먹으며 후회하고 "음...2번 올 곳은 아니군" 마음먹게 되는 곳이 10군데 중 7-8군데는 되는 듯해요.
다시 또 가봐야겠다나 추천 리스트에 들어가려면 3가지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하죠.
1. 맛...특히 가격대비 맛이 중요하죠. 비싸고 맛있긴 한데 양이 지나치게 적다든지, 싸서 좋긴 한데 싼 맛이 난다던지.
2. 서버들의 친절도 - 매니저나 주인의 태도에 따라 맞이 좌우되는 부분인 듯해요.
3. 인테리어와 청결도

요즘은 없는 게 없고 정말 여기저기 눈돌리면 다 음식점이니까 특별한 아이콘을 제시해야 이목이 집중되겠죠. 일단 이목을 끌어야 그다음부터 맛부터 시작해 조건들을 따지게 되는 거죠..
외식업이야 말로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판단없이는 쉽지 않겠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1.01.07 03:50:06 *.123.110.13
하나가 빠졌다. 
입지

맛없고, 불친절해도, 황금상권이 있으면 돌아가. 허나, 맛있고, 친절하고, 깨끗해도, 매장이 엄한데 있으면 망한다. 

손님은 냉정하지.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5미터도 더 가지 않아. 

연주야, 너도 분열하면 많이 나올 것 같다. 
프로필 이미지
2011.01.04 10:37:46 *.230.26.16
사실은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더 무서울지도 몰라.
한번도 음식점,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려본 적이 없는 나같은 사람도
- 음, 작년 카탐 때는 좀 찍어봤군, 몇 번이긴 했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갈 때는 위치 확인과 함께 블로그 올라온 사진들을 보고 대충 기대치를 조절하고 가니까.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늘 편안하게 찾아가는 곳은 그닥 새롭지 않은 곳일지도 모르지.
소위 '대박'이라는 곳은 트렌드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을테고.
글을 읽으며 타겟에 대해 생각했어.
책만이 아니라, 음식점도 타겟이 확실해야겠다는 생각. 그 타겟에 맞는 마케팅이 절실하다는 것.
소개된 곳은 나도 그닥 당기진 않는다. 타겟이 다른가 보다.
프로필 이미지
2011.01.07 03:53:32 *.123.110.13
내 와이프, 누나 팬이네. 누나와 미옥 글이 재미있다고..
프로필 이미지
우성
2011.01.05 15:14:36 *.30.254.21
난 안간다..그런 집...ㅎㅎ

대한민국 아저씨 입맛이라..
내가 가는 곳은 주로
추어탕..
설렁탕.
동태탕
삼겹살..
칼국수..
아...무지 저렴하다...내 입맛...^*^

프로필 이미지
진철
2011.01.06 20:12:52 *.105.115.207
우성이형의 저 모든 것을 저렴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을 안다.
프로필 이미지
2011.01.07 03:51:10 *.123.110.13
저도 그렇습니다. 고기 많이 먹지요. 피자, 스파게티는....먹은 것 같지도 않고, 입에도 안맞고요. 

조개 먹으러 가시지요. 미아리에 소문난 곳있는데.
프로필 이미지
김용균
2011.01.05 15:43:31 *.19.222.3
꿈벗 7기 김용균 입니다. 평소에 맑은 님의 글을 잘보고 있습니다.

저는 10년째 도쿄에 살고 있는데, 맑은 님이 위에서 이야기하신 가게들을 종종 봅니다.
특히 라면집들이 개성있는 가게가 많고,,젊은 여성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양복 입은 샐러리맨이 들어가기에는 민망할 만큼 여성손님만으로 가득한 가게들을 보면 맑은 님이 이야기하는 식당의 아이콘화라는 것이 실감됩니다.

언제 한번 한국가게 되면 맑은 님이 운영하시는 곳에 꼭 가보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김용균
2011.01.11 14:10:02 *.19.222.3
그럼요, 오시기 전에 연락 주세요.(joshep72@naver.com)
참 위의 글의 라면집은 남녀 구분없이 인기많은 집들이고,,여성들만 주로 가는 가게는 라면집이 아닙니다^^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1.01.07 03:52:46 *.123.110.13
안녕하세요. 동경 가면, 잠깐 얼굴 뵐 수 있을까요?
그 라면집 한번 가보고 싶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2 [호랑이] 13가지의 개인 마케팅 도구 (1) [1] 이희석 2011.01.11 3443
2131 응애 48 - 호랑이 프로젝트 철학 1 : 상식의 표절 [4] 범해 좌경숙 2011.01.11 2145
2130 공감대 늘려가기 - 취미생활 [2] 이선형 2011.01.10 2233
2129 칼럼. 귀염둥이 현우, 여행을 시작하다. [1] 김연주 2011.01.10 2492
2128 컬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숫자는 '3' [1] 이은주 2011.01.10 2526
2127 첫책-프롤로그 <인생의 사막, 그 한가운데 서 있는 그대에게 > [2] [1] 박경숙 2011.01.10 2364
2126 [컬럼] 미래의 장례식 [2] 최우성 2011.01.10 2522
2125 두 아줌마가 있다. 맑은 김인건 2011.01.09 2312
2124 라뽀(rapport) 38 - 이혼녀(離婚女) 書元 2011.01.09 2321
2123 수배자, 허클베리의 친구 [2] 신진철 2011.01.07 2442
2122 소외된 노동의 추억 자산 오병곤 2011.01.07 2331
2121 [먼별3-10] <단군 3백일차 출사표 "세상과 아름다운 춤을.."> [2] 수희향 2011.01.07 2339
2120 응애 47 - 열등생 [6] 범해 좌경숙 2011.01.06 2205
2119 부티크 호텔의 매력 3 - 호텔식 침구를 내 방으로! file [6] 불확 2011.01.06 4194
2118 <소설> 우리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 나폴레옹(4) [6] 박상현 2011.01.05 2940
2117 [대표글1] 남편을 고르는 세가지 조건 [8] 이선형 2011.01.03 3350
2116 [컬럼] 슬픔의 늪에서 피어난 꽃 file [5] 최우성 2011.01.03 2434
2115 칼럼41-<우리도 한때, 영웅이 되기를 원했었었다. > [1] 박경숙 2011.01.03 2657
» 음식의 아이콘화 [13] 맑은 김인건 2011.01.02 2426
2113 교사의 道란? - 상처 있는 교사는 상처 입은 아이를 만든다. [4] 김연주 2011.01.02 2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