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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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온 몸에 멍이 들고 말았다. 쏟아지던 별들에 맞아..
밤새 무너져 내리던 그 별들에 묻혀 나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부르르 몸을 떨었다. 추웠다.'
오늘도 연수원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이제 혼자 밥을 먹는 일도 제법 낯설지 않다. 스쿠터로 벌통마을까지 내려오는 길, 헬멧을 쓰지 않았더니 바람이 제멋대로 머리칼을 헝크러놓았다. 마치 잉크를 풀어놓은 듯 하늘빛이 어두워지더니, 어깨죽지 위로 무겁게 내렸앉았다. 집에 닿기도 전에 몇 방울씩 볼끝을 따갑게 때리고 지나갔다. 집에 오자마자 서둘러 군불부터 지폈다.
제법 굵은 나무토막을 골라 안쪽에 가로로 놓고, 잘 마른 참나무 장작을 서너게 얹혔다. 신문지를 구겨서 적당히 넣고서 불을 붙였다. 불이 막 오를 때를 맞춰, 마른 관솔가지를 두어개 넣었다. 잠시동안 송진타는 향기가 나고, 바지직거리는 소리가 요란터니.. 불빛은 다시 사그러들고 만다. 매운 기침을 했다. 결국 아궁이는 매케한 연기만 토해내고 만다. 잠시 숨을 쉬려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게 된 것일까.. 보고 싶은 얼굴들이 떠올랐다가 금새 짖궃은 바람에 흩어지고 만다. 담배연기를 따라 좀 더 길게 그 궤적을 쫓으려던 시선 끝만 허망하게 젖어버렸다.
다시 부엌으로 들어와 아궁이 앞에 의자대신 마련해놓은 둥근 나무 등걸에 앉았다. 빠알간 백열전구 불빛이 채 빠지지 않은 연기때문에 아직 매웠다. 볼을 가득 부풀려 아직 시커먼 아궁이 속을 향해 몇 번 더 숨을 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쉽지 않다. 잠깐동안 안채에서 전기장판을 옮겨올까 궁리도 해보았지만, 싫었다. 그냥 군불 땐 방에 몸을 뉘이고 싶었다. 한 때 수배생활을 한답시고,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깔고 지내던 전기장판의 악몽은 머리보다 내 몸의 뼈마디 마디가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
높이 달린 쪽창의 하늘이 어두워지고서야 아궁이 속에 불심이 올라 붙었다. 마른 장작 몇 개를 더 삼키고 나서야, 가마솥에서 뿌연 김이 오르기 시작했다. 제법 달아오른 온기가 무릎에서 허벅지로 옮겨붙더니, 금새 얼굴까지 번져 올랐다. 마시지도 않은 술기운이 퍼졌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명절때만 되면 담배연기로 숨이 막히던 버스로 삼남매를 앞세우고, 바리바리 짐보따리를 들고 어릴 적 떠나왔던 시골집을 되짚어 갔다. 비록 태어났던 곳이었지만, 항상 사람들을 낯설어라 했던 나는 부뚜막에 앉아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어머니 곁에 쪼그리고 앉아 있곤 했다. 볏짚을 한 줌 꺼내오기도 하고, 나무토막이나 잔가지들을 던져 넣기도 했다. 음식 장만에 그 자리에만 붙어 있을 수는 없었지만, 어머니가 잠시 비운 짬에도 따뜻했던 아궁이가 좋았다. 몇 번은 그 앞에서 졸기도 하고, 불끝에 던져두었던 돼지감자를 찾아 안타깝게 사그러들던 재를 헤집기도 했다. 밖에 나가 사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저녁 나절 내내 붙어지내던 아궁이였다. 그러다 문득 소변이 마려워 밖으로 나서면.. 그 때 하늘도 별들이 그득 차 있었다. 너무도 촘촘하게 박혀 있던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다물지 못해 품어낸 입김때문인지.. 오랫동안 참았던 오줌발에서 피어 오른 것인지 모를 김이 오르곤 했었다.
바람 끝이 젖어 있었지만, 아직은 비가 이른가 보다. 소변을 다보고, 바지 앞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서 올려다 본 하늘... 희긋 희긋 구름들 사이로...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부르르 떨고 있는 별 하나가 보였다. 지난 밤 쏟아져 내리던 그 별들은 다 어데로 갔을까

원없이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순간. 이생활, 이 삶.. 제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외로움 마저도..
뭐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켐벨 생각도 해봤다가.. 스콧니어링의 버몬트 숲생각도 했다가..
이따금씩 핸리데이비드의 월든이나 헤르만 헤세의 정원 생각에 빠져들곤 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멀리 이곳까지 발길 한 번 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마음보다 발길이 가까운 거리더군요.. 늘 지켜봐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진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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