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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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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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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6일 01시 45분 등록

죠셉 캠벨이 쓴 <신화와 인생>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물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입니다. 캠벨을 존경하기에 언젠가 융의 책을 접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카를 구스타프 융이 제자인 아니엘라 야페와 함께 쓴 자서전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을 읽었습니다. 이전까지 융에 대해 아는 거라곤 성격유형지표인 MBTI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학자라는 점뿐이었지만 자서전을 몇 장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융이란 인물에게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융은 자신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함축했습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여기에 담겨 있는 의미를 이해하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융은 “나의 생애는 하나의 과제, 하나의 목표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것으로 통합되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주요과업’은 마음(인격)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무엇과도 비교해볼 수 없다. 인간은 원숭이도, 암소도, 나무도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과업은 융에게 있어 삶의 중심점이자 그의 모든 연구는 이 주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주제에 평생을 천착하여 ‘분석심리학’을 정립했습니다. 분석심리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융은 “이 심리학은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기초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시간 치열하게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여 자신의 사상을 정립했습니다. 저는 그의 자서전과 분석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그의 심오한 사상과 방대한 저작물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적 탐구와 성실한 연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그는 말합니다.

“나의 저술들은 내 생애의 정류장들이라 여겨질 만하다. 그것들은 나의 내적 발달의 표현이다. 무의식 내용을 탐구하는 일은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변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는 내가 행한 것, 내 정신의 작업이다. 이것들은 하나하나 떼어놓을 수가 없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을 읽는다고 해서 분석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뭔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저는 융의 자서전을 읽으며 소름끼칠 정도로 치열한 자기탐색에 감탄했습니다. 이 감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경이로움입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완벽한 연구와 이해는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융의 헌신적인 노력은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 것 같습니다. 만년의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지나간 것에 만족한다. 내 인생은 풍성했으며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내가 그토록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동안 일어난 것들은 그야말로 기대 밖의 일들이었다. 나 자신이 달라졌더라면 많은 일이 다르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되어야 하는 대로 그렇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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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카를 구스타프 융 저, A. 야페 편집, 조성기 역,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김영사, 2007년

*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은 오랫동안 여러 번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제게 이 책은 경이로운 자기탐색으로의 초대장입니다. 융과의 만남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 만남이 무엇을 보여주고 어디로 이끌지 두렵고도 설레입니다. 그게 무엇이고 어디든지 피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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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2010.02.17 12:24:43 *.169.216.248
이렇게 융과 무의식을 알려주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하지만 제가 읽어 온 융의 온 생과 저작물에 대해서는 조금 단순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면이 허락한  공간 때문이겠지요. 프로이드와 더불어 인류에게 '마음의 행로'를 선보인 융을 알려면 (아니 융이나 프로이드나 그들 자신을 알고 소개하기 보다는, '당신 자신을 알기를' 바랐겠지요) 다른 길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어요. 의식과 표면의 삶과 사상, 그 이면의 무엇(99프로가 의식화되지 않은 내 안의 무의식이라죠) 을 알려면 우선 그의 책을 승완님 표현대로, '오랫동안 여러 번 읽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아주 솔직하게 쓰신  '이 만남이 무엇을 보여주고 어디로 이끌지 두렵고도 설레'인다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이처럼 표면에 드러낸 감정과 생각이 현실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무의식으로 초대하는 깊은 행로를 '경의로운 자기탐색으로 초대하는 책'으로 소개한 것처럼요. 이 편지에 소개한 책과 더불어 집문당에서 발행한 <회상, 꿈 그리고 사상>이라는 이부영의 역저를 추천합니다. 이글을 읽고 공연히 생각이 많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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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18 00:14:13 *.49.201.129
이제 시작이니까요.
그 과정을 온전히 체험하기 노력해야지요.
그 과정은 아마 평생 이상이 되겠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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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2.20 22:13:00 *.67.223.154
승완씨가 골라주는 책을 요즈음 자주 읽게되는 군요.
융이 연금술을 만나 무의식을 해석하고 환자들의 상징체계를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듯 해요. 매우 흥미진진해요. 융이 연금술을 연구한 방법들이 말이죠.

승완씨, 나는 이 책을 이부영선생님이 번역하신 판과 이기춘, 김성민 공역본을 다 가지고 있거든요.
필요하면 빌려 줄게요.  문장의 연결은 승완씨가 소개한 책이 매끄러워요.

다음엔 알렌 치넨의 책도 좀 소개해 주세요. 미리 감사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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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21 07:48:05 *.49.201.129
융의 자서전과 분석 심리학에 대한 입문서를 읽으면서 선생님이 제안하셨던 창조놀이를 떠올렸어요.
늦었지만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릴까 생각했었어요.
그러다가 혼자 좀 더 해보기로 했어요.
선생님, 나중에 부탁 드려도 도와주실 거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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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2.23 17:32:37 *.94.31.26

 (85)년 석사과정 다닐 때 융과 만났제!
난 융이 리비도를 프로이드와 달리 생명의 보다 근원적인 힘으로 해석했다는 것
그가 동양학에 정통해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가 해석한
동양의 문헌들에 대한 그의 해석에 매료되어 있었다는 거.... 
훌륭한 스승이제, 인류에게,  깨달음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승완의 글이 좋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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