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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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 오는 버스 안에서 승호가 물었다. 학소대 스피치의 내용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고 그 내용을 다시 질문했다. 그 질문을 받고 나서 나는 학소대에서 횡설수설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생이 한번 이야기 했으나 학생이 잘 알아 듣지 못했다면 전적으로 선생의 책임이다. 두번째 같은 이야기를 했으나 잘 알아 듣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학생과 선생 모두 반반 쯤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세 번을 다시 이야기 했는데 그래도 잘 알아 들을 수 없다면 그때는 아마 학생의 책임일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그날 학소대에서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잘 정리해 올린다. 질문해준 승호에게 감사한다.
나는 그 절벽 아래 바람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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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스님은 1206년에 태어나 84세에 입적했으니 13세기를 가득 살다갔다. 어려서 광주 무량사에서 공부하다 14살에 설악산 진전사에서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우리가 속초 연구원 여행을 갔을 때 다녀왔던 진전사는 신라말부터 시작된 불교의 사상 혁명인 선종의 아홉 선문(禪門) 중 가지산문에 속해 있었다. 출가하여 스물 두 살에 승과에 합격한 이래 나라의 국사가 되고 입적할 때 까지 승려의 몸으로 평생을 살았다. 마지막 몇 년을 군위의 인각사에 머물며 어머니를 돌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삼국유사의 집필에 전념하였다. 인각사(麟角寺)는 그리하여 일연이 마지막 머문 곳이 되었다.
스님의 이름은 처음 견명(見明)이었다가 출가 후 회연(晦然)이라 지었다. '회'는 그믐달이다. 어둡다. 처음 '밝다'는 뜻을 쓰다가 승려가 된 후 '어둡다'는 의미를 자신의 인생 속으로 데려왔다. 이윽고 만년에 이르러 일연(一然)이란 이름으로 밝고 어두움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사상은 '하나와 여럿'을 다루는 것이다. 하나는 근원을 찾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원리에 이르는 것이다. 여럿은 하나 속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다루는 것이다. 하나에 집착하면 결국 종교로 가 모든 원리의 제 1 원인으로 신을 상정하게 된다. 여럿에 집착하면 결국 예술에 이르게 된다. 하나가 무수한 개체로 나누어져 존재하는 형상이 예술이다. 하나를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아 무수한 진실의 일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상의 한쪽 끝이 종교라면 그 반대 쪽 끝은 예술이다. 그러니 삶은 종교와 예술의 사이에서 살아지는 것이리라.
하나와 여럿이라는 개념은 여러 가지로 삶 속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 살게 된다. '나'와 '우리'도 결국 하나와 여럿의 관계다. 세상은 무수한 나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의 수만큼 모두 다른 인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금 높은 곳에서 보면 무수한 인생을 묶어 주는 하나의 질서가 있다. 인류는 하나의 종이고, 그것은 동질의 특성을 공유한다. 신화는 인류의 무의식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는 인간의 개별적 사례를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 준다. 문학은 우리의 상상과 꿈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 준다. 그리고 철학은 세계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이해하려는 인간 정신의 사유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철학은 2개의 근본 사실, 하나(동일성)와 여럿(차이성)을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표면적으로 다르지만 그 밑바탕에는 공통의 하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현상에 공통되는 제 1의 원인(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국 만물은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이 깨달음이 만년의 일연이 자신의 이름을 바꾸게 된 이유가 아닐까 ?
그러므로 이렇게 생각해라. 내가 곧 우리이고 우리가 곧 나다. 이 작동의 원리를 잊지마라. 홀로 공부하면 어렵지만 함께 하면 쉬울 것이다. 하나가 쓰러지면 일으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떼거지로 몰려 이룰 수 없는 것도 있다. 각자 자신의 삶에서 떠나지 마라. 이 구체성, 이 개별성, 이 특별함을 갖지 못하면 인생은 이야기를 가질 수 없다. 나의 이야기가 없다면 인류에 공헌할 수 없다.
7기 연구원들은 여러 분야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할 것이다. 신화도 읽고, 역사책도 몇 권 보고, 개인들의 이야기도 들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유하는 지도 어깨 너머로 배우게 될 것이다. 커리큘럼 속에 여러 좋은 책들을 보게 만든 것은 다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번 읽기를 시도하여 깊게 들여다 보라함은 하나를 찾아보기 위함이다. 여름 여행이 지나고 나면 끊임없이 물어라.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고,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 질문하는 것이다.
하나와 여럿의 개념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아라. 여러 분야를 냄새 맡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조금 깊게 파보아라. 그리고 그 깊게 판 곳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애써라. 조금 깊게 판 곳, 그것이 바로 너희가 쓰게 될 책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책이 되지 못하면 공부를 시작한 첫 2년이 잘 정리될 수 없다. 배움은 끝이 없고 정신에는 이정표를 세우기 어렵다. 쓰지 않고는 지금 까지 내가 다다른 정신의 지평을 알 수 없다. 나는 광활한 세계 속에서 다시 미아가 되고 말 것이다. 책을 써 낸다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 지 알겠느냐 ? 내가 지금 있는 곳의 풍광을 묘사하고 어디에 있는 지 추측하고 어디로 갈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부한다.
"글로 만든 삶의 혁명" 을 이루어라
우리는 작가다. 작가는 글을 통해 나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 내가 쓴 책은 진짜일까 ?
- 내 삶으로 만든 책이라면 진짜다
* 우리가 우리를 얼마나 스스로 도울 수 있을까 ?
- 연구원이라는 것, 선생과 동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평생 동지라는 것은
내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
* 우리가 얼마나 이 세상을 도울 수 있을까 ?
- 우리가 쓴 책이 누군가 삶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우리는 세상에 기여한 것이다
함께 한 시간들을 기억해라. 그 표정과 눈빛과 웃음을 기억해라. 좋은 말을 기억하고, 어깨에 얹혔던 손길을 기억해라. 함께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 가라. 배움만큼 기쁜 놀이가 없으며, 함께 사는 것 보다 웃음이 많은 것이 없다. 진평왕능에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놀았던 것을 기억해라. 봄날 벚꽃길 사이를 길게 걸어 웃음을 나누었던 일을 기억해라. 배고파 정신없이 먹었던 풋나물 점심을 기억해라. 특별한 하루가 곧 그대들의 삶이다.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가져라. 언제 어디서나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을 기억해라. 인색하지 마라. 졸렬해 지지도 마라. 서로에게 최상의 것을 주어라.
스님이 간지 오래 되었으나 찾아간 사람의 마음 속에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절은 그 이름 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무너지고 불타고 사라졌지만 책은 남았다. 삼국유사를 읽을 때는 이 날 우리가 지나왔던 그 풍광을 기억해라. 책은 언제고 살아나 읽는이의 죽은 심장을 뛰게 만드니 그리하여 다시 살게하는 것이다. 그대들은 이미 시작했다. 시작하는 순간 이미 작가임을 잊지마라.
알이 굵은 벗꽃나무 아래서
말도 안되는 말을 즐기던 그 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웃다보니 술병도 다 비웠고 말도 다 비웠고....웃음소리만 팝콘처럼 우주공간으로 흩뿌려지고....
이제부터는" 메멘토 체리"입니다.
삶이 시시해지는 그 모든 순간에 체리 블로섬을 기억하겠습니다.
삶이 빛나는 순간에도 물론 이 밤을 기억하겠습니다.
벚꽃 나무아래에서
말이 안되는 말을 하던 깊은 인생을 기억하겠습니다.
아, 인생이 이리도 깊은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메멘토 체리, 메멘토 사꾸라
이제 두번째 책으로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을 시작합니다.
사꾸라 만세~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고,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 질문하는 것이다.
하나와 여럿의 개념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아라. 여러 분야를 냄새 맡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조금 깊게 파보아라. 그리고 그 깊게 판 곳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애써라. 조금 깊게 판 곳, 그것이 바로 너희가 쓰게 될 책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책이 되지 못하면 공부를 시작한 첫 2년이 잘 정리될 수 없다. 배움은 끝이 없고 정신에는 이정표를 세우기 어렵다. 쓰지 않고는 지금 까지 내가 다다른 정신의 지평을 알 수 없다. 나는 광활한 세계 속에서 다시 미아가 되고 말 것이다. 책을 써 낸다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 지 알겠느냐 ? 내가 지금 있는 곳의 풍광을 묘사하고 어디에 있는 지 추측하고 어디로 갈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 만든 삶의 혁명" 을 이루어라특별한 하루가 곧 그대들의 삶이다.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가져라. 언제 어디서나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을 기억해라. 인색하지 마라. 졸렬해 지지도 마라. 서로에게 최상의 것을 주어라.
스님이 간지 오래 되었으나 찾아간 사람의 마음 속에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절은 그 이름 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무너지고 불타고 사라졌지만 책은 남았다. 삼국유사를 읽을 때는 이 날 우리가 지나왔던 그 풍광을 기억해라. 책은 언제고 살아나 읽는이의 죽은 심장을 뛰게 만드니 그리하여 다시 살게하는 것이다. 그대들은 이미 시작했다. 시작하는 순간 이미 작가임을 잊지마라.
글로서 다시한번 1박2일의 순간들이 되살아 납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저로선 상상해보지 못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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