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20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9년 3월 25일 03시 09분 등록



상처적 체질

 

                 류근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리지는 못하였으므로

 

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 내리는

, 저 찬란한 채찍



 

­『상처적 체질』,류근, 문학과지성사, 2010

 

KakaoTalk_20190322_175536964.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 [리멤버 구사부] 인생은 불공평하다 file 정야 2019.04.01 1315
163 [리멤버 구사부] 언제나 시작 file 정야 2020.07.06 1314
162 [리멤버 구사부] 가장 전문가다운 전문가란 정야 2017.11.16 1300
161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file 정야 2020.11.23 1298
160 [시인은 말한다] 밀생 / 박정대 정야 2021.04.19 1296
159 [시인은 말한다] 나는 새록새록 / 박순원 정야 2021.02.08 1296
158 [시인은 말한다] 동질(同質) / 조은 정야 2021.02.22 1295
157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file 정야 2019.08.20 1294
156 [리멤버 구사부] 내가 담아낼 인생 정야 2017.11.07 1294
155 [리멤버 구사부] 체리향기 [4] 정야 2017.01.16 1289
154 [리멤버 구사부] 실천의 재구성 정야 2021.03.02 1288
153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file 정야 2020.10.11 1288
152 [시인은 말한다] 시간들 / 안현미 file 정야 2019.12.02 1286
151 [리멤버 구사부] 한 달의 단식 file 정야 2019.09.02 1283
150 [리멤버 구사부] 양파장수처럼 file 정야 2019.08.20 1280
149 [시인은 말한다]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이진명 file 정야 2019.11.04 1278
148 [리멤버 구사부]인생이라는 미로, 운명을 사랑하라 정야 2017.10.04 1278
147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이중성을 인정하라 정야 2017.10.09 1276
146 [시인은 말한다]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file 정야 2019.11.18 1274
145 [시인은 말한다] 오늘의 결심 / 김경미 file 정야 2019.12.16 1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