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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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시간들을 기억해라. 그 표정과 눈빛과 웃음을 기억해라.
좋은 말을 기억하고, 어깨에 얹혔던 손길을 기억해라. 함께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 가라.
배움만큼 기쁜 놀이가 없으며, 함께 사는 것 보다 웃음이 많은 것이 없다.
진평왕능에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놀았던 것을 기억해라.
봄날 벚꽃길 사이를 길게 걸어 웃음을 나누었던 일을 기억해라.
배고파 정신없이 먹었던 풋나물 점심을 기억해라.
특별한 하루가 곧 그대들의 삶이다.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가져라.
언제 어디서나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을 기억해라.
인색하지 마라. 졸렬해 지지도 마라. 서로에게 최상의 것을 주어라.
- 2011.4.10. 경주모임 학소대 스피치 중, 구본형 -
그들이 짙어가는 뒷산은 벌레소리로
가득 찼다. 앞 냇물 아직 푸르게 흐르고
솔바람 청청히 소리치는데
해야 할 천년의 이야기가 서럽다.
늙으신 어머니는 이 저녁도 어디까지 나와
먼 산문만 바로보고 계시는가.
오늘은 효자 진정의 이야기를 쓰고
끝내 거둘 길 없는 눈물 혼자 흘렸다.
있는 곡식 툴툴 털어
주먹밥 일곱 덩이 쥐어주며 재촉한
어머니가 주신 길을 끝내 걸어간 사내여
오랑캐 말발굽 소리가 그치지 않았네,
살길 굽어 돌아가는 길에
굶주려 지친 어린 아이
너를 안고 밤새 부처님께 빌었건만
저 기린의 뿔을 본다, 역사여
거기서부터 쓰는 사람의
아프고 새로운 역사여,
-고운기의 시 <인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