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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4일 20시 47분 등록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 자크 아탈리 지음, 주세열 옮김, 에디터, 2007


● 저자에 대하여 - 자크 아탈리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인 자크 아탈리는 ‘21세기의 파우스트’라고 불린다. 학문과 예술의 종합적 지식인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에 없는 그는 정치에서부터 경제 사회 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다. 프랑스 최고 정책의 입안과 결정에 관여한 고위 경제관료 였으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학자인 동시에 유명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미래학 분야에서 40여권의 책을 냈으며 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이 팔렸다.
그는 단순한 미래학자라기보다는 ‘21세기의 파우스트’라고 불릴 만큼 입체적인 만능석학으로 인문, 사회과학, 경제학, 자연과학, 문학, 영화, 연극,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지식인이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아탈리는 1956년 알제리아 전쟁을 피해 파리로 이주한다.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 에콜 드 민에서 토목공학, 시앙스포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최고 지도자 양성소인 ENA(국립행정학교)를 졸업했으며 1972년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까지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파리 9대학, 소르본대학 등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했다.
아탈리는 1974년 사회당 당수인 프랑수아 미테랑의 정치경제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다. 미테랑이 1981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되자 아탈리는 사회민주주의 이론가이면서 실천가로서 미테랑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이 된다. 광범위한 지적 능력으로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라는 말을 들었다. 아탈리는 1991년 정치를 떠나는데, 이는 동구권의 몰락에 의한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뒤 아탈리는 1991년부터 1993년까지 공산권 붕괴이후 동구의 경제 재건을 위해 창설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로 임명되어 유럽연합의 실현에 기여했다.
아탈리는 현실정치를 떠난 이후에도 프랑스 중도좌파의 자문역할을 한다. 그는 현실정치에서 펼쳤던 프랑스 사회민주주의의 경험을 토대로 유럽과 세계차원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제안함으로써 21세기형 중도적 온건좌파의 새 모델을 창출한다. 2005년 현재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 & 아소시에(Attali&Assocoes)’ 대표 겸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으로 창설된 플래닛 뱅크 총재로 일하고 있다. 2008년에는 대통령 직속 성장촉진위원회(일명 아탈리 위원회)를 이끌며 프랑스 정부의 개혁보고서를 완성했다.
플래닛 뱅크는 방글라데시 빈곤층을 위한 소액 융자은행인 그라민 은행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1998년 설립한 플래닛 뱅크를 설립한 뒤 그는 “소액대출이 은행 시스템을 지배할 것이다. 이는 관계를 상품화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내다 본 미래상을 바탕으로 한 금융기관인 것이다.

아탈리의 주요저서를 보면
* 21세기 승자(1995)-아탈리리가 쓴 최초의 미래서
*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21세기의 패러다임을 유목민의 역사에서 찾고자 시도.
* 인간적인 길-인간 중심의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는 유토피아 제안.
* 지혜에 이르는 길-미로(1996)-베네치아의 골목길에서 인터넷까지 인류 문명이 남긴 모든 미로를 통해 인간의 지혜를 추적.
* 축약 보고Ⅰ,Ⅱ,Ⅲ Verbatim Ⅰ,II,III>(1993~1996)-미테랑 전 대통령 특별 보좌관으로서 재직하면서 경험한 당시 국제 정치 상황에 대한 비망록이자 회고록,
* 영생 La Vie ternelle>(1989)-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욕망을 그린 소설,
* 카니발의 질서-의학의 정치경제학 La Nouvelle conomie fran aise)>(1978)
* 21세기 사전, 박애(博愛)-한국에서는 <합리적 미치광이>라는 제목으로 출판.
* 복제인간의 사랑을 위하여-미래를 예측한 단편 소설에서 2037년 세계주식시장이 붕괴한다고 예고.
*미래의 물결ー아탈리의 전체 사상을 한데 묶은 집약서. 미국 제국의 종말과,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물결을 설명.


● 마음에 들어 온 글귀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세계적 격변은 지금도 갈피가 잡히지 않은 채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기이 병들어 있으나 뾰족한 처방이나 대안이 없고, 과거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스스로 사회주의 노선을 폐기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였으나 새로운 문제와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국과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정권들은 사회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포기하면서 제3의 길이나 신중도 노선을 주창하고 있으나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세계는 새로운 대안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데 그 윤곽은 아직도 모호하고 사람들은 갈수록 황폐하고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아니, 우리는 세상을 어떤 지향과 대안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과 정치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이 문제를 아탈리는 이 책에서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4]

이 책은 프랑스 정치상황의 변화속에서 프랑스 사회당이 안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시장과 민주주의의 역상관관계를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장은 개인적 성공을 옹호하고 있는 반면, 민주주의는 평등과 다수의 결정에 승복해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오는 유익함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의 관계는 모순적이다. 시장이 민주주의를 지배하게 되면 시장민주주의가 되는데 그것은 다시 시장사회로, 시장사회는 상품사회로 전락해버림으로써 필연적으로 도덕적 전체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아탈리는 시장민주주의, 시장사회와 민주주의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세계 제 3차 대전이라고 규명하며, 이미 테러리즘을 통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고 본다. [5]

현실화 될 수 있은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을 지닌 저자가 생각하는 대안적 사회의 윤곽은 어떤 것일까? 아탈리는 그 키워드로 인간적인 길을 제시한다. 그것이 프랑스 사회당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란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는 사회로 가는 길이다. 시간은 생산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귀중한 재화다. 그리고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고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있는 방식으로 사용될수록 더 커다란 값어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그는 시간을 의미가 있는 ‘양질의 시간’과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불량한 시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양질의 시간은 생명을 향해 활동하며 세계를 풍성하게 하고, 불량한 시간은 죽음을 촉진하며 세계를 타락시킨다고 보면서 양질의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인간적인 길이라고 주장한다.
아탈리는 자신이 제시한 인간적인 길로 가는 실천행위에 ‘새로운 사회주의’라는 명칭을 붙였다. [7]

아탈리에 의하면 정치의 목적은 시간의 새로운 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무상제공의 사회를 꿈꾸고 있는데, 인간 본질이 총체적으로 상품화되는 함정을 피하고 노동의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사물과 서비스가 시장을 벗어남으로써 돈과의 교환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본다. 노동이 매매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에게도 노동은 부와 즐거움을 동시에 창조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8]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은 연대의식이 박약한 무기력한 개인주의로 조금씩 환원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과장된 유토피아와 신중한 리얼리즘을 뒤섞으면서 평등주의 사회보장 레저 소비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지식인 그룹의 경우, 그들이 그나마 활동 중인 영역의 한계 내에서 엘리트를 자칭하는 부류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연합세력을 구축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하는 게 없다. [20]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의 빈약, 전반적인투표율 하락, 사회연대의 붕괴, 취약해진 공공서비스, 급진주의의 강화, 비민주적 폭력 등 문제가 즐비한 가운데 다른 곳에서처럼 프랑스에서도 어느 시기보다 정치를 ‘제대로 수해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엄청난 부를 가장 적절히 사용하고 가장 적절히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하며,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에 과감히 맞서 투쟁하고, 인간사회를 좀더 고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모든 것이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22]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적소유를 넘어서는 것이 집단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이며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프롤레타리아독재가 아니라 책임과 지식의 공유라는 점, 맹목적 권력인 시장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 아직도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37]

시장은 하나의 자유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구조적 일관성을 가져온다.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해도, 시장에서 개인은 노동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에 자유롭다. 셀 수 없이 많은 창조적 제안과 상업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돈은 노동과 기업, 부동산과 직업교육, 보건의료 따위의 유용성을 판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 이 경우, 노동이란 소득에 의해 보상되는 하나의 수고에 불과하며, 소득은 생횔필수품을 획들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시장속에서 실업은 경쟁 게임 자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 질 높은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 되었다. 시장 이론에 따르면 수없이 많은 이러한 결정이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누구나 만족을 얻게되면, 전체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 형성될 수 있다. [40]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과 민주주의가 공공업무와 개인업무의 관리에 있어 거의 유일하게 허용된 메커니즘으로 군림하게 된 것은, 비록 형식적이라 해도 이 양자가 우리 사회의 기본가치인 개인적 자유의 실현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강화하면 이를 통해 양자가 서로를 강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42]

이처럼 시장 민주주의는 부정할 수 없는 삶의 형식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에게 역사란 결국 자유를 가능케 하는 시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삶의 양태가 지구상 다섯 대륙에서 점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혼란스럽기는 하나 돌이킬수 없는 방식으로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49]

그렇지만 시장과 민주주의는 평화롭게 공조하는 단짝이 되지 못한다. 언제나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한다. 그 까닭은 우선 시장과 민주주의가 항상 부분적이며 불완전하고 잠정적일 뿐이어서, 그것들이 그리는 유토피아와는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한 본질상 시장과 민주주의가 낳은 사회는 허약하고 위태로우며 자신이 서 있는 근거를 무너뜨리기 쉽기 때문이다. [49]

시장들은 그 전체가 어울려 국경을 무너뜨리고 사회연대를 깨뜨리며 정부가 안전, 교육, 시민의 보건의료, 도시계획, 소외된 소수계층의 통합 등을 위해 확보하는 재정수단을 줄이고 있다. 국가기구에서 다양한 권력을 빼앗고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모색하게 하며 단 하나, 자본의 법칙에 세계를 종속시키고 있다. 욕구와 그 충족은 당사자의 문제로만 되어간다. 한 개인은 그가 버는 돈에 의해서 평가될 뿐이다. 사회복지는 사적 보험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공공서비스는 본래의 영역을 잃고 있다. 국가는 국가적 책임과 관련된 문제에서 결정권을 상실하고 있다. [56]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의 승리로 인해 국가는 시장이 조장하는 소득과 자산의 불공평한 분배구조를 바로잡을 수단을 박탈당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투명성은 불공평에 대한 인식과 평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시장의 효율성은 시장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에게 최상의 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민주주의는 원칙상 각 시민에게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만, 시장의 다양한 주체들 사이의 역학적 관계는 국민 전체 소득 중 임금노동자의 몫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을 가난한 다수에게 주려고 하는 반면, 시장은 부유한 소수에게 경제적 권력을 부여한다. 발달한 선진국들에서 매우 가난한 사람들은 흔히 인종적 소수집단에 속하고 부유한 소수는 전부 자본가인 반면, 낙후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와 반대로 부유한 소수는 가난한 다수와 달리 대체로 외국인이다. [57]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시장의 지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직은 무상으로 제공되는 모든 것에 대한 시장의 통제, 곧 사적 소유의 통제가 강화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쇼 비즈니스 분야에서 두드러질 터인데, 이는 상품 권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낳을 것이이다. [60]

상품화는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어, 세계는 서로 적대적인 무리들이 휩쓸고 다니는 장터로 변해갈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장 사회’라고 부른다. [65]

시장사회는 자신이 조금도 흔들림없이 존속하기 위해 외현적 민주주의조차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사회는 조금씩 새로운 전체주의 형태로 흘러갈 게 틀림없는데,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감시당하고 제재받을 것이며 자유의 형태조차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시장사회는 상품사회로 옮겨 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조차 점진적으로 상업적 거래의 대상이 될 것이다. [67]

교육 의료와 같이 지금까지 사람이 직접 제공한 서비스의 일부는 획일적으로 대량생산되는 산업제품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인공대용품이라 부른다. 누구나 자신의 건강상태가 표준에 맞는지를 알아 볼수 있게 하는 제품이 상업화된다. 이어 약품을 분배 제공하는 치료 인공대용품이 나타나며, 인체기관을 대신하는 인공대용품도 등장한다. 전자공학 화학 유전공학을 이용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인공대용품도 있는데, 이는 잠재성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확대되는 잠재성은 어느 날 유전자 조작에 의한 인간복제에까지 이르러 마침내 인간을 상품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69]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두 민주주의 체제가 전쟁을 벌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나, 시장사회와 도덕적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 전체 지구촌 규모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73]

모두가 극히 일시적인 효과나 보여줄 게 뻔한 사실만 거론할 뿐 역사적 혹은 이념적 근거를 묻지 않는다. 세계의 본질이나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깊이 사고하지 않고, 쉽게 집행 가능한 것 위에 올리거나 거기서 당장 얻는 결과를 자랑할 뿐이다. 역사적으로 볼때, 오늘날처럼 정치가 지적 궤도를 벗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스위스 사회당(스위스는 사회민주주의를 아직도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얼마 되지 않는 서구 국가 중 하나다 )의 지도자급 인사인 모리츠 로이엠베르거 의원은 최근 “사회민주주의 미래를 평가하느데 기준이 되는 것은 철학자나 유토피아자의 사상이 아니라 정부 지도자에 이해 현실적으로 얻어진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102]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라는 게 중산층이 적게 일하고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세계의 비인간화를 물리칠 수 없다. 만일 시장 사회민주주의가 자유주의 사회의 유연한 관리정도나 제안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생계취약에서 근근이 지켜내는 데 그친다면, 시장 사회민주주의로는 생계불안을 유발하는 사회의 본질 자체를 개선할 수 없다. 결국 사회민주주의는 끝없는 혼란상황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12]

시간이 가장 귀중한 재화인 까닭은 인간이 생산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며 홀로 혹은 함께 시간 속에 머물고 거기서 살아갈 수 있을 따름이다.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게 사용할수록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 있는 방식으로 사용할수록 더 값어치가 커진다. 양질의 시간이란 의미있는 시간이고 불량한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양질의 시간은 세계를 풍성하게 하고 불량한 시간은 세계를 타락시킨다. 양질의 시간은 생명을 향해 활동하며 불량한 시간은 죽음을 촉진한다. 정치의 주된 사명은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저마다 지상에서 허용된 시간을 최대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136]

따라서 시장사회에서는 자유주의 우파, 곧 시장 우파의 주된 목표는 시간의 사적 사용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하고 상품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며, 타자의 시간에 개입하거나 자기 시간을 누구와 나누어 가질 필요 없이 자신을 위한 양질의 시간을 시장에서 획득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이들의 정책은 타자의 폭력으로부터 모든 사람이 보호받도록 보장하고, 양질의 시간을 상품 소비에 집중케 하기 위해 개인의 이기적 행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돈과 레저와 오락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으며, 직업교육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적 투자이고, 보건읠료 역시 재정지원 노력을 한 만큼만 혜택받을 수 있으며, 무상제공은 사회가 적대시해야 할 개념이라고 자유주의 우파는 주장한다.
현재 미국 사회는 시장 우파가 조만간 전세계에 제안할 모델을 보여준다. 소비하고 일하고 적당히 즐기고, 지식획득과 의료 혜택은 비용부담을 하는 사람만이 누리며, 오락 의료 교육에 바치는 시간의 사적 사용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 따위기 바로 그것이다. [139]

정치의 새 목적은 시간에 있어서 새로운 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시간의 질적 풍요성의 대상이 존재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을 먹여 살리는 동시에 그를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소외시키는 두 요소인 상품과 보조자로서의 쇼를 제어하는 것이 또한 정치의 새로운 목적이 되어야 한다. [144]

따라서 유토피아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나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른다. [145]

인간적인 길은 민주주의와 결별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최선의 답변이다. 다시 논할 것이지만, 인간적인 길은 테러리즘의 온상인 빈곤과의 투쟁을 위한 주무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갈망을 통해 공포에 답하는 것이다. [149]

하지만 나는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최종적으로 그렇게 결정했다. 왜냐하면 인간적인 길은 인류의 멸망을 피하게 해줄 하나의 방도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시장을 제어하여 마침내 새롭게 조직해낼 것으로 나는 기대하지만, 만일 그렇게 못한다면 공포가 지배하고 말 것이다. 인간적인 길로 가는 실천을 지칭하는데 사회민주주의라는 멋진 명칭을 버리지 않는 것이 좋을 성 싶다. 어쨌든 사회민주주의 초기 주창자들의 꿈은 모두에게 자율적이 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모두의 잠재력을 성취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자유 속에서 인간적인 길로 나아가게 하고, 양질의 시간을 지향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새롭게 나아가게하고, 이것이 의미를 창조하며 시장사회에서 해방되게 해주는 그런 시간, 나는 이것을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고 명명할 것이다. [154]

‘경쟁 네트워크’에서는 저마다 타자에게서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것을 획득하려 애쓴다. 재산 생산요소 여자 자리 직업 권력 특권 지위 등이 대상이 된다. 시장은 경쟁 네트워크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경쟁 네트워크의 구성원은 지극히 제한된 자원의 분배에 참여하기 위해 같은 네트워크 안의 다른 구성원과 경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159]

핵심재화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양질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누구나 필요로 하는 재화전체이다. 이것이 없이는 이상사회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추구도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 기본 생산물(물 공기 환경 주거 의료 운송 교육)을 당연히 꼽을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 비물질 재화, 곧 안전, 관용, 민주주의, 균형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최소한 하나의 네트워크에 소속되는 것이 핵심재화 중 하나인데, 이는 고립되지 않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따라서 돕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활동을 하든 하지 않든 뭔가에 유용해질 수단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참다운 어린시절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핵심재화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의 수단 역시 핵심재화이다. [161]

오늘날 어떤 경우엔 소비 행위가 상품으로서의 노동의 구매를 대체했다. 이제는 저마다 면도를 하며 면도 전문 이발사라는 직업은 사실상 사라졌다. [162]

공공서비스가 공동체 상황을 개선하는 한, 다시 말해서 치안이 강화되고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수명이 늘어나고 노년에 생을 마감할 때 겪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면, 공공서비스는 부담이 아니라 사회 자산을 위해 유익한 활동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므로 전체 국민소득에서 공공서비스가 차지하는 몫이 증가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소식일 수는 없다. [164]

가난함이란 지금까지는 갖지 못한 것이었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소속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 [167]

‘인간관계성 시장’은 도움을 줄 기회를 찾는 사람과 도움을 찾는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실재의 혹은 가상적 장소로서 여행서, 사교클럽, 3행광고, 모든 종류의 비영리 단체, 체육시설, 경매장이나 골동품 전시장 등이 해당하는데, 그런 곳에서 이루어지는 상품 매매는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된다. [171]

언어의 보존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핵심적 요소가 된다. 공유하는 언어가 없이는 국가도 있을 수 없다. 지상에 언어의 다양성이 없다면 문화적 생 다양성이 없고, 종국에는 인간 유개념도 사라질 것이다. 한 국가의 우선적 과제는 국가 언어를 고귀하게 여기고 나눔을 통한 참여의 기회로 삼으며 부단히 이를 풍요롭게 하면서 보호하는 일이다. 나라의 문화를 교습하는 일은 초등 및 중등 교육이 수행해야 할 첫째 역할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학생도 출신국가 혹은 선택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는 의무교육 과정을 마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174]

사람들은 평생 총 10만 시간(40년에 걸쳐 매년 2500시간)을 속박된 시간, 다시 말해서 소외되고 찢기고 스트레스를 주는 노동과 출퇴근 시간에 바쳐야 하는데, 이 전체 시간을 각자가 좀더 자유롭게 분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이 시간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교통시설 개선과 원거리 근무방식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82]

인간관계성 기업의 창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간관계성 기업은 일종의 시민단체로서, 세계화와 그로 말미암아 유발되는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사회연대 실현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특히 어떠한 재정보증도 없는 기업인들의 필요에 부응할 마이크로파이낸스 전문기관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185]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 이는 의료 혜택의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다. 이 권리는 인간관계성 환경의 정착을 전제로 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더 큰 의미를 두어 추억이나 되새기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며, 닥치지도 않은 문제를 두고 고민하지 않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피하고, 폭행과 순간의 쾌락에 매달려 생존해 가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를 묻지 않고 과감히 나아가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 수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성 환경과 인간관계성 자원은 보건의료 정책 수행의 핵심적 요소이다. 가능한 많은 ‘양질의 시간’을 얻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젊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나 타인의 죽음앞에 굴복함 없이 세상은 아름답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부단히 확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190]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으로부터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두는 것이 위기나 미지의 불안에 과감히 맞설줄 모르는 나약함으로 이어지면 안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생계취약과 여러 가지 위기 위험에 대한 예방책의 과잉은 죽음을 예시하는 것으로, 마침내는 죽음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과감히 도전하고 적대세력과 싸울 용기가 없는 사회는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다. [195]

정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시장과 무상제공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일이다. 시장의 확장을 막고 상품사회의 정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의 무상제공을 유지하며 또한 일차적으로 필요한 물질재화(보건의료, 교통, 주택)와 인간관계성 재화(교육, 축제), 다시 말해서 근본재화의 무상제공 영역을 점차 확장할 필요가 있다. [196]

주요 공공서비스의 무상제공을 고수한다. 이것은 공동체의 환경을 보장해주고 통치권과 공평성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사법정의 치안 국방 교육 보건의료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개방하여 무상으로 제공하고 세금으로 재정을 조달해야 한다. 공공서비스가 민간서비스와 경쟁하도록 해서는 안 되지만, 만일 그럴 경우엔 정부 관련기관에 의한 재정조달을 계속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적잖은 소속 국가가 모든 공공서비스를 제거하려 하고 있다) 에서, 그리고 세계무역기구가 공공시설과 민간시설 간의 경쟁을 요구하는 다른 국가들에서 이를 지속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질 수 있다. 상업적 경쟁 없이 어떻게 공공서비스의 효율성을 확보할 것인지는 나중에 검토하겠다. [197]

유럽연합처럼 광대한 지역에서 상품사회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때가 되면 실제 지구촌 전체가 모든 시장과 모든 장사꾼의 사냥터가 될 것이다. 인간이 상품으로 변해버릴 위험을 막는 일은 지구촌 전체의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209]

이렇게 하여 정당은 정치하는 새로운 방법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되 그러한 헌신이 어느 날 선거 승리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필요가 가능으로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대가를 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베푼 것을 혹시라도 되돌려 받으리라는 희망을 가지지 않고 사례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주는 것으로 족하게 여겨 아무도 모르게 도움을 베풀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특권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20]


● 내가 저자라면

아탈리는 1981년 사회당 집권 이후부터 1991년까지 프랑스에서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운영했다. 프랑스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브레인으로 체제를 직접 경험하고 이끌어 온 그는 이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자신이 겪어 본 사회민주주의는 ‘시장 사회민주주의’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어설픈 좌파’로 전락했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라기보다는 자유주의적 정당 쪽에 더 가깝고 활동도 사회복지라는 일부분에서만 집착을 보일 뿐이다. 다른 정당들과 다르지 않은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탈리가 내다 본 시장 사회민주주의의 결말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그의 예견에 의하면 멀지 않은 미래에 자본의 힘을 업은 시장은 정치권력과 국가를 압도한다. 그 결과로 현재는 무상으로 제공되는 공공재화 등도 통제가 강화된다. 사회적 약자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삶의 지경으로 내려갈 것이며 고용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시장사회’가 더 발전하면 ‘상품사회’가 도래한다. 상품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상업적 거래를 거치게 된다. 상품은 물론이고 거래의 대상에는 인간까지 포함된다. 아탈리는 “몸과 아이디어, 인체기관, 시간, 사랑, 위로에서 자살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이 상품화 되고 인간은 다시 식인종 곧 상품을 소비하는 상품으로 변해간다”고 말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즈니스 프렌들리’ ‘경제 대통령’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는 현대의 정치인들을 보면 아탈리의 예견은 허황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시장사회, 상품사회가 곧 닥치리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미 자본, 생산과 유통, 그리고 상품의 분배는 국경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선지 오래다. 정치나 국가는 그러한 조류를 막아설 명분이 없는 시대이고 도리어 더 장려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그래야 경제가 발전하고, 그래야 먹고살기 좋아지고, 그래야 인류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한 까닭에 정치는 자본이 가는 길을 탄탄하게 닦아주고 시장은 경계선이 없다고 할 정도로 팽창하고 있다. 진정 그것이 인류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방향인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는 시장의 힘에 묻혀버렸다. 시장은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고 ‘비인간화’라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아탈리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는 대안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막아설 수 없는 시장의 힘을 끌어안고 비인간화를 막으면서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펼 수 있는 방법. 그가 말하는 해답은 ‘인간적인 길’이다. ‘인간적인 길’은 “모든 사람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며, 양질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양질의 시간이란 노동시간이건 노동 외 시간이건 그 안에서 자신이 만족함과 더불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아탈리가 시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시간은 생산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에 가장 귀중한 재화’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또한 노동에 있어서, 노동이 소득만을 위해 행해진다면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된다 해도 소외를 극복할 수 없게 되고 소외를 극복하려면 자신이 주도하는 삶, 고유한 삶,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에게도 노동은 부와 즐거움을 동시에 창조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품시장이 아닌 인간의 냄새가 물씬 피어나는 유토피아적 공동체. 그것이 아탈리의 제시하는 ‘인간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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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25 18:45:31 *.36.210.93
자신의 길을 향해 묵묵히 항해해 가는 모습이 듬직하다. 나로부터 시작하고 나부터 행함으로 나아갈 때 천지는 유토피아적이고 인간적인 길의 공동체가 될 것이다. 사랑 가득한 무게를 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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