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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06시 45분 등록

저자에 대해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박사는 1909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무원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미래사회에 대한 그만의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경영학의 구루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20세기 초반부터 경영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시장의 성장을 거쳐 오늘날 거대기업의 철학과 이념이 생성되기까지 한 세기동안 경영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연구한 그만의 통찰력과 지혜는 앞으로 우리의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는 고전 경제학에서 중시됐던 노동과 자본의 가치가 떨어지고 지식이 경제의 기준이 되는 지식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미래관을 제시함으로써 지식경영의 장을 열었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 경제 성과의 차이로 인해 소련이 붕괴될 것을 실제 역사로 증명되기 10년 전에 예언하는 등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는 그의 통찰력은 그만이 지닌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원천은 그의 타고난 습성이 영향을 준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유복하고 교육적 성취가 높은 가정의 환경에서 비롯되기도 하다. 그는 고위급 공무원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왔다. 그의 생활태도는 그의 부모님의 근면함과 성취욕을 기반으로 발전되어, 끝없는 배움에 대한 욕구,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해박한 인문과 철학 역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그가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눈이 되어준 것 것이다. 1939 30세 때 첫 저서 '경제인의 종말'을 발표한 뒤 '경영의 실제''단절의 시대''미래 경영''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 수많은 저술은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한 깨달음을 갖게 한다.

드러커는 가장 격정적인 시대였던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 그리고 20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역사적 현장을 경험한 몇 안되는 학자였다. 그의 해박한 인문적인 철학 바탕 위에는 인간의 모순과 역사가 말해주는 세계의 진실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에게 고정관념은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인간의 관념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구현된 실체일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말에는 힘이 있다. 그 자신도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한 실천의식을 강조하였던 것처럼 관념으로 관념을 지배하는 것을 경계하고 오직 바른 행동과 실천에 의한 정의로운 사회로의 발전을 요구한다. 그의 경영철학은 변화에 맞춰져 있다. 그 자신도 이중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였다고 하였는데 당시 경영철학의 이념에서 어느 한쪽에 취우치지 않고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또렷함이 없다고 판단되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결국 옳았다. 21세기에 들어서서 피터 드러커의 통찰은 더욱 빛이 났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지식과 지식이 어우러져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경영혁명의 사회다. 사회 전반에 걸쳐 스며든 '효과적인 경영'만이 자유세계를 지탱케 하고,독재자와 전체주의가 다시 등장하지 못하게 하는 단 하나의 대안이며,여기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역설한다. 그 자신도 독재자를 직접 경험하고 전체주의의 일방적 이념에 휩쓸려버린 인간의 가치의 소중함을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가지고 있고 다양하다라는 그의 메시지는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한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단 행동과 획일적인 가치는 다양성의 수용의 시대로 변모되어갔다. 그것은 그의 역할이 크기도 하였고 그의 기대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1931년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국제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33년 나치가 득세하기 직전 영국으로 건너가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에 근무했다.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사라 로렌스 대학, 베닝턴 대학, 뉴욕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GM, GE와 같은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하였다. 1971년부터 갤피포니아 주 클레어몬트 대학교의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사회과학을 강의하였다.

저서로는 <NEXT Society><21세기 리더의 선택><21세기 지식경영><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기업가 정신><프로페셔널의 조건><이노베이터의 조건>등이 있다.

 

 

 

내가 저자라면

 

그의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에게 공통된 과심사는 그가 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이다.

나는 그의 통찰의 근원을 이해하여 나 역시도 그의 지혜로움을 통해 세상을 더 풍부하게 명료하게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다양성에 매료되어 왔다고 한 말로 비춰볼 때 다양성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됨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 나는 인간이 다양성과 다원성을 가지며,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미 50여 년 전에 나온 첫 번째 작품에서부터 내 모든 책 속에 내재돼 있는 핵심은 바로 이런 신념이다

그렇기에 그가 공들여 쓴 이 자서전은 그의 신념처럼 그가 성장하며 접해왔던 개별적인 인간들과의 다양한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사회적 환경에 대한 이해로부터 영향을 받아온 사건들이 시대적으로 인물과 함께 나열되어 있다.

그렇기에 그의 눈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깊이 있게 이해해 볼 수 있었고 이런 점에서 이 자서전은 독자의 시선을 꼼꼼히 배려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의 이야기는 한 인물을 통해 그 인물과 자신이 살아온 사회의 의식과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의 가치관 등을 그의 눈 또는 상대 인물의 눈을 통해 반추해 보여준다. “이 책은 사회적 초상화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져 있다. 시대와 당시의 관념을 이해시켜 주기 위한 독자들을 위한 그의 배려가 인간적이며 세세하다.

그는 스스로를 구경꾼이라고 한다. 그것은 타고난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그가 그려내는 역사적 장면들은 사진사가 역사적인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내듯 그의 말로서 그려내주고 있다. 세상 그리고 인물 그 안의 사상과 사건등을 관찰하여 글로써 세세하게 그려볼 수 있게 도와준다. 거기에는 드러커의 개인적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인물을 만나면서 성장한 한 개인 드러커의 성숙의 과정이 기록이며 그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건의 연속이다. 그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그가 고유하게 지켜온 것은 바로 서두에서 거론했던 인간의 다양성 이다.

그것은 인문, 사회, 경제, 철학, 과학등 전반적인 세계에 영향을 바라보는 눈이자 이상이다.

인간을 제약하지 말고 신이 창조한 인간의 다양성 그것에 맞추는 길만이 바른 사회로 가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검증되지 않은 수량화에 의존하고, 경험보다는 가정에 근거한 논쟁을 하고, 대칭적이고 형식적인 모델을 만들고, 구체성을 지닌 견고한 현실을 다뤄보지도 않은 채 관념에서 관념으로 움직인다.”

 

나는 그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여기에 두고 있으며 2010년을 앞 둔 이 시점에 경영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고 본다.

어쩌면 지금의 경영은 대부분 수치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것이 사실 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장의 정상적 움직임을 반영한 수치가 아니라 예측을 위한 가상의 수치가 우리의 행동방향을 결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예측해서 줄여보기 위해 수없이 많은 통계를 내보지만 예측된 미래가 허상일 경우가 태반이었다. 드러커의 말대로 관념에서 관념으로 두려움을 몰고 갔는 경우가 많았었다. 지금의 시대에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우리가 너무 멀리 가버렸다는 말 그 말에 핵심이 있는 듯 하다.

현재의 경영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새뮤얼 존슨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할 때 가장 순수하다.” 현대인의 귀에는 아주 의아하게 들릴 말이지만 그 ‘영감님’이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얘기한 것은 절대로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는 가장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다. 구시대의 종교적 도덕주의자인 그가 돈을 버는 일, 즉 수익이 생기는 일을 좋지 않게 생각하리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존슨 박사는 수익이 생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해가 되는 일을 가장 적게 한다는 말이었다. 수익사업을 하는 사람은 권력을 추구하지 않으며, 사람을 지배하거나 힘들게 하지도 않는다. 또한 축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상징에 만족하고 현실을 흘러가는 대로 놔둔다.

 

피터 드러커는 실용적이다. 그의 관념적이기도 보다, 실용적인 경영학자이다.

그의 말은 현실적이며 냉철하다. 그의 판단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며 그러기 위해 세세하게 면밀히 사실 그 자체를 분석해 본다. 그는 인간의 다양성 즉 차이의 미학이 인간다움임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인간안에서의 부딪침은 자연스러운것이며 그 안에서 복잡함은 관념이 아니라 인간들 스스로 변화에 맞춰 질서를 잡아나아갈 수 있다는 생존의 원칙을 갖고 있다.

인간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러기 위해 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 안의 공동체를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기고 지는 문제에서 가장 정당한 방법은 무엇인가? 그렇게 냉철하면서 경쟁에서 도태된 그들을 위해 공동체를 통한 도움의 방법들을 연구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너무나도 이성적이며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아니 어쩌며 그것이 강자와 약자가 공생할 수 있는 과거로부터의 원칙적 합의인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따라서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그들과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통해서만 그 인간에 대해 더욱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8]

 

이 세상에는 약 3 5,000종의 파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학자들에게는 오직 한 가지 파리만 존재한다. 그들에게 파리는 그냥 파리일 뿐이다. 창조자는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의 다양성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다. 그리고 어떠한 피조물도 두 발로 걷는 인간들보다 더 큰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11]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아니면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결국 개별적인 존재다. [11]

 

 “얘들아,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거라. 무슨 일이 벌러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란다.” 손녀들 가운데 하나가 반쯤은 우습고 반쯤은 기분이 상해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 전 그런 종류의 여자가 아니에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렇게 대꾸했다. “네가 어떤 종류의 여자인지는 그때 가서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지. [37] 

 

거기서 손님을 맞는 태도가 불량한 여종원이 할머니의 눈에 띄었다. 그녀가 우리 테이블 쪽으로 다가오자 할머니는 우산 손잡이를 그녀의 팔에 걸고 약간은 상냥하게 말했다. “아가씨는 교양있고 지적인 여자처럼 보이는군. 당신은 아마 직원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모르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거야, 그렇지? 그러니 저 밖으로 나가.” 할머니는 우선으로 그녀를 문쪽으로 세게 밀었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다시 들어와서 손님에게 적절한 예의를 보여봐.” 그러자 여종업원은 온순하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와 정중하게 대했다. 우리는 몹시도 놀라고 당황했다. [51]

 

 “그 친구를 쫒아버려, 게니아. 멍청한 여자처럼 굴지 말라고!” 그리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나는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너를 알고 있었어. 넌 언제나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가려고 했고 대중에 영합하기를 거부했었지. 난 그런 너의 모습이 좋았다. 나는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빈을 떠나 외국에서 삶을 개척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나치가 정권을 잡자마자 바로 빈을 떠났을 때도 역시 자랑스러웠지. 지금 네가 빈을 떠나겠다는 것도 전적으로 옳은 결정이다. 이곳은 과거 속에 있고 이미 끝난 도시니까. 하지만 피터, 일단 떠나기로 했으면 떠나야 해. 떠날 사람은 작별인사 따위는 필요 없는 법이다. 게니아에게 키스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라.” 그러더니 나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집으로 가서 짐을 싸. 런던으로 가는 기차는 내일 정오에 출발한다. 너는 그 기차를 타야 해.” 그는 거칠게 나를 문 밖으로 끌어내더니 계단 밑으로 밀어버렸다. 그리고는 외쳤다. “직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세상에는 직장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게다가 네가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자리도 많아. 나중에 직장을 잡거든 엽서나 한 장 보내다오. 우리를 완전히 잊지는 말란 말이야. [76]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마라. 항상 그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라.” 이것이 그녀의 좌우명이었다. “만약 그것이 잘못됐거나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들은 그 사실을 지적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해 주지 않으면, 그들은 행동보다는 연구에 몰두할 것이다. [119]

 

우리는 ‘자연스러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시나리오와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생방송 프로그램이 대본에 따라 스튜디오 안에서 녹화로 진행되는 방송보다 두 배 이상 세심한 사전검토와 준비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익히 배워왔다. [125]

 

내가 공연을 끝냈을 때 헤메가 특유의 목소리로 뱉어낸 말은  내 생애에서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된 교훈이 됐다. “통계치를 다룰 때는 명심해, 절대로 그것을 신뢰하지 마. 그 통계를 집계한 사람이 네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어떤 영우에도 통계수치는 의심해 봐야 해. 내가 직접 경험해본 일이야. 난 거의 12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수출현황에 대한 통계를 담당하고 있었어.[140]

 

이 이야기 속에서 배가 난파당해 표류하던 선원이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도시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도시는 대부분 상인이었던 시민들의 탐욕과 자만심, 거만함 때문에 침몰했으며, 시민들은 죽음이라는 안식이 없이 영원히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형벌에 처해졌다. 일요일에 교회종이 울리면 그들은 호화로운 교회로 가서 충실하게 예배에 임했지만, 나머지 6일 동안은 완전히 신을 잊고 살았다. 그래서 평일에는 서로를 속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상품을 거래했다. 그들은 구식의 비싼 옷을 걸쳤고 으리으리함과 화려함에서 다른 사람을 압도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시처럼 그들은 죽은 몸이었다. 살아있는 세계에서 온 선원은 깊은 흥미를 느꼈지만 자신의 존재가 발각되면 안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발각되면 그들과 똑같은 움직이는 시체로 변하게 될 테고, 결코 대지와 태양, 사랑과 인생, 그리고 진정한 죽음이 있는 세계로 복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148]

 

 

“너도 동의하니?” 나는 당연히 동의를 했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을 기록하자꾸나.그래야 너하고 내가 네 목표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지. , 여기 네가 쓸 학습장들이 있다. 너는 여기에 학습진도표를 한 달 동안 채워야 한다. 그리고 나는 네게 준 학습장의 진도표와 똑같은 것을 내 책상서랍에 보관하고 있겠다. 보거라. 난 읽기와 철자법1)에 대해 아무런 목표도 정해 놓지 않았지만 네가 원할 때마다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여백을 만이 남겨놨다. 네가 무엇을 읽었고 무슨 내용이며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또는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그리고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등을 기록하는 거야. 나처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그런 내용을 적어두고 싶어한다. 그리고 매주 네가 작성한 작문2)을 여기에 적어두어라. 일주일에 두 편이란 점을 명심하고,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산수 연습을 위한 부분이다. 여기는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단다. 하나는 이미 네가 알고 잇는 내용에 대한 쪽지시험용이란다. 더하기와 빼기, 곱하기, 나누기 같은 것들 말이다. 다른 부분은 앞으로 배우게 될 내용을 연습하는 데 사용해라. 먼저 분수부터 하자꾸나. 매주 월요일에 네가 예상하는 진도를 기록하고 마지막 날에 실제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를 적어라.3)다음에 글씨 연습4)을 위한 계획을 세워보자꾸나. 내 생각에는 매주 네가 쓴 작문 가운데 글씨가 가장 보기 좋고 알아보기 쉬운 문단을 선택해서 그 부분만 한번 더 써보는 거야. 그 정도는 너에게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주 한 번씩 너하고 나하고 함께5) 학습장을 보자꾸나. 물론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6) 내게 오너라. 그리고 네 학습장에 그동안의 진도를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나중에 네가 원한다면, 내가 보관하고 있는 학습진도표에도 네가 직접 진도를 기록하렴. 그렇게 해준다면 내개는 큰 도움이 될 거다. 이 교실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는 데다 나는 학교도 운영해야 하니 꽤나 바쁘지 않겠니?[161]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미스 엘자는 그런 일이 자신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를 숭배했다. 50년 뒤에 여성해방운동가들이 신은 여자라고 선언했을 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훨씬 전부터 내 머릿속에는 신이 미스 엘자와 대단히 많이 닮았을 것이란 생각이(검은 봄바진과 코안경,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 등 그 모든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그들의 주장이 내게는 별로 불쾌한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우리의 장점을 발견하는 일에 관한 한 미스 엘자는 신이었으며, 그것은 성직자들이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이야기하는 그 신과는 별개의 존재였다. [167]

 

미스 엘자와 미스 소피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면, 나는 내 자신을 연마하는 데 게을러졌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다른 사람을 지루하게 만든다는 사실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181]

 

결국 미스 엘자와 미스 소피가 내게 가르친 것은, 교육과 학습이 대단히 수준 높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는 교훈이다. 그 두 노처녀는 표준을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모법을 보였던 것이다. [183]

 

“신께서 인간을 창조할 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지르게끔 만드셨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실수를 통해 배우려고 하지 마라. 다른 사람이 뭔가를 올바로 했을 때 그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187]

 

‘선생관찰’을 통해서 처음에 도달했던 결론에 따르면, 선생들은 어떤 유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유일하게 옳은 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르치는 능력은 재능이고, 좋은 선생은 그 재능을 타고 났다. ........ 가르치는 능력은 일종의 개성이지 기술이나 숙련이 아니다.[193]

 

선생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신의 재능 가운데 가르치는 재능이 포함되어 있는 선생이 있는가하면, 학생에게 학습을 프로그램해서 넣는 방법을 알고 있는 교육자가 있다. 선생은 타고난다. 그리고 타고난 선생은 자신을 향상시키고 더 좋은 선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자는 가르치는 방법을 갖고 있고, 그것을 학습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어떤 사람이든 그 방법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미스 소피가 깨달음을 주었다면 미스 엘자는 기술을 제공했다. 미스 소피는 비전을 전달했고 미스 엘자는 학급을 이끌었다. 미스 소피가 선생이었다면 미스 엘자는 교육자였던 것이다. [197-198]

 

진정한 선생과 진정한 교육자에게는 게으르다거나 열등하다거나 멍청한 학생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선생이 잘했거나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201]  

 

의학계의 저명한 의사들은 의학이 완전히 합리적인 것은 아니며, 때로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증명이 가능한 결과와 통제된 실험을 강조했다. [216]  

 

빈곤 신경증은 끝내 가난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이나 수입이 충분치 못한 것에 대한 끝없는 걱정의 형태로 나타난다. 또는 자신이나 가족, 이웃의 사회적 기대를 맞추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도 돈에 대해 끊임없이 강박적으로 이야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227]

 

 

현실의 프로이트는 전통적인 허상에 등장하는 프로이트 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사람인 것 같다. 허상보다는 현실에서 더욱 위대한 그는 비극적 영웅이기도 하다. 불편한 모든 질문을 무시해 버림으로써만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세계와 영혼의 암흑세계 사이의 통합을 유지할 수 있었던 프로이트의 이론은 종국에는 무너져버리고 말 약한 이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좀더 매혹적인 이론인 동시에 인간적 감동을 주는 이론이기도 하다. [233]

 

나는 그분에게 법철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형벌의 이유를 설명하는 문제’라는 것이 삼촌의 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불과 열여섯 살의 나이에 범죄의 형벌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에 대한 명쾌한 내용의 책을 써보겠다고 결심했다. [252]

 

내가 읽은 책의 저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흄, 벤담은 물론 로스코 파운드, 에를리히, 우리 한스 삼촌에 이르는 최근의 인물들까지 포함돼 있는데, 그들은 형별에 대한 복수나 사회보호, 정화의식, 사회복귀, 억지수단 등 서로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들은 모두 무엇을 형벌로 삼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형벌을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형벌의 내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문화나 문명, 법조문에 상관없이 사형과 사지절단, 추방, 구금, 벌금 등 형벌이 전부 똑같았다. 그리고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어떤 문화나 문명이든 반드시 형벌은 존재했다는 것이다. [253]

 

 “우리 가운데 마르크스를 읽거나 경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지. 우리가 진정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평화였어.[257]

 

“전쟁이 가져온 가장 큰 피해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는 우리의 희망을 파괴했다는 게 아니야. 그건 전쟁이 유럽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렸다는 거야. 전쟁으로 한 세대의 지배계층이 사라져버렸어. 내가 영국에서 예수교 재단의 공립학교에 다닐 때  마흔여덟 명이 같이 졸업했지. 그 가운데 열여덟 명은 아직 살아 있지만, 나머지는 플랑드르의 무덤에 누워있어.[265]

 

사회주의는 1914 8월의 총성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때 사회주의 대중들은 프롤레타리아의 단결을 포기하고, 그 대신 열광적으로 민족주의를 수용하면서 동지들 간의 상잔인 전쟁을 택했던 것이다. 그것은 신학으로서 마르크시즘의 끝이 아니었다. 신학은 신앙보다 더 질겼다. 그것은 또한 정치세력으로서 사회주의자들의 끝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이상으로서 사회주의의 종말이었다. 비록 영원히 끝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하나의 세대 전체에 관한 한 말이다. [268]

 

그 옛날 크레머와 나눈 긴 대화를 통해 나는 처음으로 공적인 일에서 위대한 인물이 지내는 패러독스를 인식하게 됐다. 위대한 인물이 없으면 비전도 리더십도 우수함과 업적의 기준도 없다. .... 그러나 예술이나 과학과는 달리 공적인 일에서 는 개인적인 성취 이외에도 연속성이 필요하다. 공적인 일에서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위대함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대한 사람은 자기 뒤에 공백상태를 남긴다. [337]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노력과 헌신으로 이끈다. 모든 것을 자기 손아귀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을 구성한다. 조정이 아닌 성실성으로 지배한다.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정직하다. [339]

 

주기도문은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약한 존재인지를 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고 악에서 구해 달라고 신에게 청하는 것이다.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지만 인간은 평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조건으로든 악과 흥정해서는 안 된다. 그 조건은 언제나 악의 조건이지 인간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헨슈처럼 악을 자신의 야망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악의 도구가 된다. 그리고 셰퍼처럼 더 나쁜 것을 막기 위해 악과 손을 잡을 때 인간은 또한 악의 도구가 된다. [363-364]  

 

나는 가끔 이 둘 가운데 어느 편이 더 해로울까를 생각한다. 괴물일까, 어린양일까? 그리고 권력을 탐한 헨슈의 죄와 셰퍼의 자기과신과 오만의 죄 가운데 어느 편이 더 나쁜 것일까를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커다란 되는 아마도 이 두 가지 고전적인 죄가 아닐 것이다. 가장 커다란 지는 20세기에 새로 나타난 무관심의 죄, 아무도 죽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오래된 찬송가 구절처럼 “그들이 내 주를 십자가에 못박았다”고 증언하길 거부하는 저명한 생화학자의 죄가 아닐까? [364]

 

브레일스포드의 힘은 언제가 그가 양심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것이 반대자의 힘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한 일을 원상복귀시키는 일 역시 자신이 힘이라는 것을 브레일스포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생 처음으로 그는 양심을 환경에 맞추었다. [390]

 

 “그게 얼마간이든 매출과 이익을 함께 올리겠다고 약속하는 경영진은 사기꾼이거나 멍청한 인간들이야. 대개는 둘 다이기 십상이지.[411]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프리트베르크는 전화기를 들고 교환원에게 암스테르담을 연결해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어렵게 협상했던 네덜란드 사람에게 말했다. “우리 젊은 직원이 아직 몇 가지를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기꺼이 양보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만, 귀사에서는 우리에게 지불해야 할 것이 없으며, 따라서 합의하신 1 5,000파운드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 나는 그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드러커, 자네는 다른 누군가의 평판을 방어해주는 변호사가 아니데. 자넨 은행가이고 자네가 얻거나 잃은 평판은 모두 자네 자신의 거야.

 

놀랍게도 그는 항상 스타킹 사이즈나 배색이 잘못된 우산의 가격을 인하는 대신 판촉물을 이용했다는 얘기 등의 잡다한 일화들 속에서 갑자가 일반적인 원칙을 끌어냈다. 우산에 관한 길고 긴 이야기를 그는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소매에는 오직 두 가지 원칙만 있네. 첫 번째 원칙은 ‘2센트 에누리에 안 넘어오는 고객은 없다’ 이고, 두 번째 원칙은 ‘진열해 놓지 못한 상품은 팔 수 없다’는 거지. 나머지는 모두 노력이야.” 또는 “어리석은 고객은 없어. 단지 상인이 게으른 거지. 고객이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어리석다고 말해서는 안돼. 고객을 ‘재교육’시키려고 해서도 안 돼. 그건 상인이 할 일이 아니거든. 상인이 할 일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들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것이지. 만일 고객이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 같다면, 밖으로 나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점과 상품들을 살펴보는 거야. 그러면 그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 단지 그들의 현실이 상인의  현실과 다를 뿐인 거야.[424]

 

메뚜기처럼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예를 들면 스타킹에서 단추로, 또는 한 실험에서 다른 실험으로) 옮겨 다니기만 할 뿐 일반화나 개념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과학자들 상이에도 상인만큼이나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예술가나 좋은 과학자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좋은 상인의 마음은 헨리 아저씨의 마음이 움직이는 식으로 가장 분명하고 가장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일반화에 이르데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428]

 

우리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검증되지 않은 수량화에 의존하고, 경험보다는 가정에 근거한 논쟁을 하고, 대칭적이고 형식적인 모델을 만들고, 구체성을 지닌 견고한 현실을 다뤄보지도 않은 채 관념에서 관념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지금 서양에서 체계적인 분석과 사고가 막 시작됐을 때 플라톤이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두 개의 대화편, 즉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 파이드로스와의 대화를 담은 《파이드로스》와 소크라테스가 죽는 날 아침에 나눈 대화를 담은 《크리톤》에서 가르친 것을 망각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두 개의 대화편은 우리에게 논리의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웅변’이 아니라 잡답이며, 경험의 시험을 거치지 않은 논리는 ‘논리’가 아니라 부조리라고 가르친다. [431]

 

새뮤얼 존슨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할 때 가장 순수하다.” 현대인의 귀에는 아주 의아하게 들릴 말이지만 그 ‘영감님’이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얘기한 것은 절대로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는 가장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다. 구시대의 종교적 도덕주의자인 그가 돈을 버는 일, 즉 수익이 생기는 일을 좋지 않게 생각하리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존슨 박사는 수익이 생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해가 되는 일을 가장 적게 한다는 말이었다. 수익사업을 하는 사람은 권력을 추구하지 않으며, 사람을 지배하거나 힘들게 하지도 않는다. 또한 축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상징에 만족하고 현실을 흘러가는 대로 놔둔다. [448-449]

 

좋은 편집자는 관대하지 않다. 그들은 동료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들은 신문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만든다.[471]

 

위대한 편집자는 말할 것도 없고 좋은 편집자는 인정사정 없는 지독한 독재자다. 그는 모든 기사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할 때까지 쓰고 또 쓰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471]

 

헨리 루스가 잡지를 운영하는 방식대로 마오쩌둥은 정권과 당을 운영했다. 파벌을 조성하고, 직함과 책임이 있는 사람을 피해 일하고, 하급자들이 자기에게 오도록 장려하지만 상급자에게는 말하지 않게 이르고, 반목과 상호불신과 반대파가 유지되게 하는 것이었다.[489]

 

그 무렵에 나는 어떤 종류의 출판물이든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재무예측이 아니라 편집이라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었다. 출판물의 편집방향이 타당한가? 그렇다면 그 계획 입안자들이 그런 일을 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 그 다음에 비로소 재무적인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다.[491]

 

엔지지어들이 정의하는 것처럼, 5권에 달하는 기념비적인 책 《기술의 역사》(1954년부터 1958년 사이에 영국의 위대한 학자 찰스 싱어가 편찬했다)가 정의한 것처럼, 1958년에 창설된 기술사학회의 정의처럼 기술은 도구와 기계, 그리고 그 생산품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기술은 단지 ‘우주의 힘’이나 ‘인간의 확장’ 도 아니다. 싱어의 기술사가 정의한 것처럼 ‘어떤 것을 만들거나 행하는 방법’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하는가 또는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기술은 계획적, 인위적, 비유기적 진화를 다루며, 그런 진화를 통해 인간은 특별하고 독특한 인간활동인 노동을 수행한다. 인간이 뭔가를 행하고 만드는 방식, 즉 일하는 방식은 인간이 사는 방식,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방식,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무엇이며 누구인지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노동은 인간의 생활과 역사에만 존재하는 사회적 결합이다. [524]

 

버키 풀러와 미셜 맥루안은 내게 한 가지 목표에 정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례로 보여준 사람들이다.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어떤 것을 이룰 수 있다. 풀러나 맥루안 같은 사람은 ‘사명’을 수행한다. 어떤 일이 달성될 때마다 나는 그것이 사명감을 갖고 한 가지에 정진하는 사람들이 해낸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버키는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도 없이 황무지에서 40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비전에 헌신했다. 맥루안은 비전을 찾는데 25년을 소비해서 마침내 비전이 그를 붙잡았다. 그 역시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시대가 왔을 때 영향을 주었다. [526]

 

트레이스타드를 뛰어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개개인’에 대한 그의 태도였다. 그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이라고 말하지 마시오. 남자들, 그리고 여자들이라고 하세요.” 노동조합에서 제정한 약정에 의거해서 새로운 고용인은 90일 동안 견습기간을 거쳐야만 했다. 그 기간 동안 특별한 이유로 인해 해고당하지 않는다면 90일 이후에 바로 정규직으로 고용됐다.[557]

 

그들 가운데 직무와 관련해서 지켜야 할 긴 수칙들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글을 가르칠 시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배우려는 사람도 거의 없었죠.” 그래서 그는 직접 수십 대의 폭격조준기를 만들어봤다. 방법을 체득하고 나서는 전체 제작과정을 비디오카메라에 하나하나 담았다. 그는 필름을 프로젝터에 끼우고 화면이 돌아가는 동안 다른 프로젝터에서 작업공정도가 나오도록 설치했다. 이때 작업공정도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사람에게 이미 작업한 내용은 붉은 빛으로, 그 다음에 들어가야 할 작업은 초록불빛으로, 그리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 전에 확인해야 할 내용은 노란불빛으로 구분해 보여주었다. 오늘날 이 방법은 수많은 조립공정에 사용되는 표준절차가 됐지만, 이것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사람이 바로 트레이스타트였다. 그 후 몇 주 안에 아무 기술도 없고 글도 읽을 줄 몰랐던 사람들이 고도의 숙련 기계공들이 이전에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을 잘했을 분만 아니라 더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었다.[560]

 

 “조합에게 가치가 있는 것들은 분명히 어렵게 획득한 이득일 겁니다. 경영진에서 제안하는 것이 조합과 그 구성원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고 믿으려는 조합은 하나도 없죠.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그들에게 심어줬어요. 내가 비록 미국자동차노동조합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더라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보인 후에나 그들에게 양보할 생각이에요. 그래야 그것이 그들에게 가치기 있을 테니까요. 만약 GM이 노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시기가 곧 올 겁니다. [568]

 

 “당신의 연구를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혹시 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드러커 씨, 나는 그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동료 이사들이 모두 내 의견을 무시했어요.  따라서 당신의 역량 안에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군요. 내가 도울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세요.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종류의 질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신은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다 얻도록 하세요. 나는 당신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이런 연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최고이사들이 모이는 많은 회의에도 참석해서 우리가 어떻게 일을 해나가고, 이 회사를 돌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군요. 물론 나는 우리가 의논하는 어떤 기밀사항도 밖으로 누설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당신이 관심을 두어야 할 곳은 일을 풀어가는 방법이지 결정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리고 드러커 씨,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조사하고 우리에게 어떤 것을 제안해 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한 가지만 말해 두겠어요. GM에는 35명의 부회장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서로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으면 타협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 주세요. 누가 옳은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나를 포함한 경영진 가운데 이 사람 또는 저 사람이 당시의 제안이나 결론을 마음에 들어 할지 아닐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가 보기에는 틀리다는 생각이 들 때는 바로 알려주겠습니다. [578]

 

 “당신은 내가 모든 사람들을 정확히 판단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오직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옳은 뿐인데, 그것은 결론을 천천히 내린다는 의미예요.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옳지 않으면 뒤늦게 후회하게 되죠. 우리가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은 사람들을 잘 판단해서가 아니라 신중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절대로 자기의 후계자를 직접 임명하지 마라, 그건 결국 자신의 복사판이 될 것이며, 그런 사람들은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예부터 내려오는 첫 번째 규칙입니다. [582]

 

무엇보다 슬론은 다양성을 조성하려고 했다. 몇 년이 지난 후 그가 내게 말했다. “어쩌면 브래들리를 내 후계자로 선택하지 않은 것이 잘 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내가 잘하는 일을 훨씬 더 잘했기 때문에 내가 그를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윌슨은 우리와는 다른 일에 뛰어났고, 바로 그런 점이 회사에 필요해요.” 그리고 내가 언젠가 그에게 GM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최고이사들 사이에어 볼 수 있는 다양성이라고 하자 그가 말했다. “그게 바로 GM의 진정한 힘이죠.”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슬론은 스스로를 다른 이사들로부터 고립시켰다. “만약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내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를 편애하게 되겠죠. 나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거예요. [587]

 

슬론은 결정을 내릴 때 사람 수를 세거나 투표를 통해서 하는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이해를 통해서 결정을 내렸다. [595]

 

 “만약 내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면,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이 당연하죠. 그 정의 시간도 할애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 우리는 당장 때려치울 겁니다. 우리는 아주 적은 수의 결정을 내립니다. 드러커 씨, 누구도 수많은 결정을, 그것도 옳게 내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결정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596]

 

전문가란 자신의 관심사와 사생활을 공적인 업무와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을 뜻했다. 슬론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라도 개인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문적으로 주의해야 할 대상이 됐다. 언젠가 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외과의사가 맹장을 제거할 때는 그가 맹장수술에 능해서라거나 수술 자체를 좋아해서 그러는 게 아니오. 그가 맹장을 제거하는 이유는 환자를 진단한 결과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슬론의 책은 바로 진단에 대한 책이다.[602]

 

책임없는 권위는 부조리한 것이고, 반대로 권위 없는 책임도 마찬가지다. 이 두가지 경우 모두 독재의 길로 갈 가능성이 있다.[606]

 

대공황에 대응하는 미국인의 방식은 자연재해를 극복할 때와 똑같은 방식이었다. 지진이나 홍수, 태풍이 지나간 뒤에 그렇듯이, 공동체는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각자가 상대방의 구원자가 됐다. [621]

 

하나의 ‘자연재해’는 반복되지 않으며, 신의 뜻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에 대한 책임이 없다. 그리고 중단되었던 정상적인 삶은 비상사태가 해소되면 다시 이전 상태로 복귀한다. [626]

백인 농부들은 은행에서 돈을 융자받을 수 있게 되자 곧바로 일하지 않을 때도 먹여 살려야 할 필요가 없는 기계를 도입했다. 1897년부터는 이미 트랙터나 채면기로 목화를 수확했던 것이다. 흑인 소작농을 밀어낸 것은 바로 풍요의 경제학이었다. 기술도 중고차의 형태로 흑인 소작농을 밀어내는 데 기여했다. 모카데이 존슨은 내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흑인 노예들이 해당될 것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흑인은 이미 해방됐죠. 단지 백인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입니다. 미국 흑인들은 백인들이 흑인이 운전하는 차에 치어도 백인이 운전하는 차에 치었을 때처럼 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유인이 되는 겁니다.” 기동성과 권력을 제공하는 자동차는 흑인 소작농들을 감정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운전사의 자리에 집어넣음으로써 그 힘을 느끼게 했다. [643]

 

언제나 생존이 비전을 무력화 시켰다. 현실은 미국을 단독으로 ‘지구상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들에 의존해야 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679]

 

며칠 뒤에 대령은 그 비밀문서를 회수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도 우리의 포스터를 보더니 낄낄거리며 웃고는 물었다. “이런 보석같은 글을 어디서 찾았습니까?” “지난번 당신이 우리에게 주고 간 보고서의 첫 번째 문장입니다.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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