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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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제게 결혼한 친구들이 말합니다. “결혼하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게 훨씬 더 나은 것 같아. 만약에 내가 너라면 결혼 안 할 거야.”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결혼 생활이 쉽지 않다는 뜻인 듯 합니다. 저처럼 결혼 전인 한 친구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난 결혼하고 싶은데. 가정을 갖는 게 나이 먹어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아.” 누군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결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
살다보면 결혼처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것 같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학자인 닐 로즈가 쓴 <If의 심리학>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같다면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비행동에 대한 후회’가 ‘행동에 대한 후회’ 보다 더 아프고 오래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비행동에 대한 후회가 더 오래갈까요? 그 이유는 사람의 심리적 면역체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로즈는 “인간은 과거의 행동을 현재의 기준에서 더 좋은 쪽으로 만들기 위해 그 내용을 고치고 재구성하는 데 아주 뛰어나다. 자기 기분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쉽게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과거에 대한 현재의 시각을 바꿔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행동에 대한 후회는 비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이 심리적 면역체계를 작동 시킨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비행동보다 행동을 더 강하게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 우리의 뇌는 일차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에 반응하지 존재하지 않는 사물에 반응하지 않는다. (...) 행동은 현저하게 눈에 띄지만 비행동은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는 최선을 다해 그것의 심리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금방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뇌가 현실을 재구성해서 그 부정적인 일이 결국 별로 나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말고도 몇 가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If의 심리학>을 읽어보세요. 이 책은 ‘후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현명하게(?) 후회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게다가 재밌기까지 합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결정을 해야 할 때는, 다른 조건에 차이가 없다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습니다. 물론 이것은 모든 경우에 맞는 법칙은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결정이거나 리스크가 큰 경우라면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선택이라면 후회를 하더라도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해 좋습니다. 행동에 대한 후회는 짧고 비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 가니까요.
“나가서 뭔가를 저지르고 나서 그 결과가 나쁘다 해도 10년 후에까지 후회하고 있지는 않는다. 그 실패를 다시 해석하고 설명하고 극복해서 잊어버린다. 그러나 비행동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후회가 오랫동안 남는다. 그리고 인생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대개 하지 않은 일들을 후회한다. 시도하지 않았던 연애의 기회, 선택하지 않았던 직업, 신경을 쓰지 않았던 친구들….”
- 닐 로즈 지음, <If의 심리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