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란
- 조회 수 230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89 |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 달님. | 2004.06.26 | 2867 |
288 | 슬프고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 김용관 | 2004.06.24 | 2735 |
287 | -->[re]슬프고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 달님 | 2004.06.26 | 2136 |
286 | 오늘이 그냥 흘러가게 하지 마라 | 달님 | 2004.06.12 | 3097 |
285 | 사랑과, 감사하는 정신은 강력한 힘을 가진 삶의 활력소 입니다. | 사라의기원 | 2004.06.11 | 2766 |
284 | 아 ~ 울고싶어라~!! | 달님. | 2004.06.07 | 2546 |
283 | -->[re]아 ~ 울고싶어라~!! | 송덕 | 2004.06.26 | 2019 |
282 | 할머니와의 대화중에서...<효> | 진정한 바보 | 2004.06.04 | 2506 |
281 | 세상을 바꾸는 작은관심. | 달님. | 2004.05.31 | 2663 |
280 | 눈물을 갖기 원합니다. | BELL | 2004.05.26 | 2685 |
279 | 책이 나에게 주는 것... | 진정한 바보 | 2004.05.24 | 2670 |
» | 오월 | 강경란 | 2004.05.19 | 2305 |
277 | 명랑스쿨버스 아저씨의 행복한 일[펌] | 키스톤 | 2004.05.18 | 3043 |
276 | 오늘 만난 시- 옹달샘 [1] | 강경란 | 2004.05.14 | 2829 |
275 | 아름다운 세상. | 달님 | 2004.05.14 | 2458 |
274 | 골반바지의 미학, 편안함, 세대차이? | 사랑의기원 | 2004.05.07 | 2958 |
273 | 아름다운 온라인 세상에서.... | 사랑의기원 | 2004.05.02 | 2349 |
272 | 국밥에 소주 한잔 걸치고 작천정 맑은 물에 발이나 담가보자... | 김용관 | 2004.04.26 | 2776 |
271 |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1] | 강경란 | 2004.04.24 | 2713 |
270 |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 [1] | 노브레인 | 2004.04.13 | 2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