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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 조회 수 1970
  • 댓글 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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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8일 18시 26분 등록
발로 밟았니?
아뇨..제가 언니랑 싸우다가 그랬는데요..
언니랑 싸운 게 아니라 안경이랑 싸운 거 같은데? 싸우지 마라.
네..
(안경을 고쳐주던 안경점 아저씨와 막내의 대화)

학교 축제에 참가했던 큰아인 안경 없이 등교를 했었다.
어제 찐한 싸움 끝에 안경이 너덜너덜해 졌었기 때문에..

어젯저녁..책을 읽다 잠깐 졸았는데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는지 보려고 자는 척을 했더니..말다툼이 주먹다짐이 되더니 급기야 큰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모르는 척하고 있는데 막내 녀석이 내게 오더니 한마디 던졌다.
엄마, 언니랑 한바탕했어.
언니는 질질 짜고 있는데 동생은 쌩쌩했다.
엄마, 언니 안경이 덜렁덜렁 해.
그래서 기분 좋아?
아니요.
넌 너 같은 동생이 있다면 어떻게 할꺼야?
몰라요.
엄마 없으면 이러구 싸우니?
네.

그제서야 큰애가 뒤틀린 안경을 들고 나타나선 내일 발표횐데 어쩌냐는 거였다.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동생한테 져주는 건지 지는 건지 꼼짝 못하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우습기도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요런 말이 튀어나왔다.
담부턴 안경 벗어놓고 싸워.
그 말이 황당했던지 큰아인 더 울었다.

큰애가 가끔 뱉는 ‘동생 없었으면 좋겠어’란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치?’라고 하곤 한다.
힘껏 쌈질도 못하는 상대인 동생이니 오죽할까마는 무슨 설움이 많은지 꼭 먼저 울음보가 터진다.
막내를 혼내봐야 그때뿐이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이젠 컸다는 증거인지 하루도 다투지 않는 날이 없는 요즈음..
급기야 안경까지 박살낸 어젠 아이들에게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싸움 뒤에 잘못을 뉘우치는 표정이 역력했던 막내가 마무리하듯 던진 말..
엄마, 난 아빠 닮았나봐요. 아빠랑 엄마랑 싸우고 나면 아빠가 엄마한테 잘 해 주잖아요. 나도 언니한테 잘 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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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6.20 12:11:01 *.247.37.150
미영님 안녕하세요?
제가 기억하는 미영님이 맞으신지...
북한산에서 선생님이랑 다들 같이 뵈었던, 그리고 짜장면까지만 기억나는데.
저두요. 큰애랑 작은애랑 자주 싸운답니다.
오빠가 주로 맞고 대신 때리지는 못하고 주먹만 쳐들고 눈물만 글썽이곤 합답니다. 동생은 잽싸게 엄마나 아빠곁에 숨어버리지요.
그렇게 커는 것이 아이들 아닌가 싶어요.
행복한 가족모습이 잘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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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06.20 18:07:49 *.250.34.70
안녕하세요?
네..제가 그때 그사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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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빈
2005.06.22 10:08:02 *.217.147.203
싸움 얘기지만....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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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06.23 15:05:05 *.248.138.35
앗!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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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6.30 09:22:00 *.248.117.5
헉~애들 싸움에서 시작해서 부부싸움으로 마무리되는군요.
바로 큰애의 업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자랐거든요. 히히..
경빈님 말대로 심각한 상황인데 살포시 웃음이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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