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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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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8일 23시 15분 등록
묻지 않는 질문 대답하지 않는 대답

파리 근교에서 전지 훈련하던 어느 날,
꿈속에서 부처님을 만났다. 좌우로 죽 정열해 앉아 계시는 보살님들도 보았다.
나는 그 앞에 서 서 말하고 있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 뭐라고 답하겠는가! ’
‘그렇다. 아니다.’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다.’
‘모른다.’ 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 그것은 묻지 않는 질문입니다.’
부처께서 웃으셨다. 그래서 나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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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가르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나의 대답은 세 가지 중의 하나다.
그 대답의 첫 번째는 ‘그렇다.’혹은 ‘ 아니다.’ 이다.
자연의 물리적 현상으로서의 생물학적 법칙과 생리학적인 기능들에 대한 대답은 거의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 자연과학적 방법론으로 규정되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뒤로 뛰는 연습은 앞으로 뛰는 연습과 차이가 있나요? ’
‘ 있다. ’ 자연의 물리적인 법칙이나 인체의 생리학적 기전들은 그 근본에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다.
두 번 째는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다’ 이다.
운동학이나 운동역학적 기능들은 훈련과 경험에 의해서 유동적이다. 상황과 조건이라는 매개변수에 의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공격에 대한 방어를 어떻게 합니까?’
‘ 상대를 받아 막을 수도 있고 미리 뒤로 물러설 수도 있다.’
그것은 어떻게 훈련되어 있는가와 판단되어지는가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거기에도 패턴이 있다. 습관, 통념, 고정관념 같은 것들에 영향을 받는다.
세 번 째 답은 ‘모르겠다. 그 때 가봐야 안다.’ 이다.
주관적인 의지에 따른 선택과 결정이 있는 심리역동적인 질문이다.
‘이런 스타일의 선수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쎄, 그 당시의 선수의 심리 상태나 시간적인 조건 그리고 득점상황을 고려해 보아야 하니까 ... 그건 그 때 가봐야 안다.’
결정정이고 중요한 순간에는 높은 수준을 지닌 선수들은 특별하게 행동한다. 당시의 상황 조건, 분위기, 사기, 지도자, 심판 등을 고려하여 확률적으로 선택하거나 창의적으로 과감하게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묻지 않는 질문’이다.
돌아서서 코치를 찾는 선수의 눈빛 속에서, 마음대로 실행할 수 없는 동작의 애매함 속에서, 허공을 바라보는 공허한 표정 속에서, 고개를 떨구거나 이리저리 흔들며 오락가락하는 몸짓에서 묻지 않는 질문을 발견해야 한다.
인간의 보편적 속성, 그 원형적인 정서적 반응 속에서 우리는 공감하고 의사를 교환해야 한다. 조용한 미소로서, 강인한 신뢰의 눈빛으로서, 열정적인 환호로서, 과감한 결단의 몸짓으로 긍정적인 대답을 하여야 한다.

사소한 표정,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때때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영원한 남이 되게 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삶 속에서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정서와 함께 신체적(body language)으로 표현되어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 질문을 알아차릴 수는 있는가? 신뢰와 존중이 담긴 긍정적인 답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감정에 휩싸여 알아차리지도 못하거나 부정적인 답은 하고 있지 않은가?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부처께서 웃으시자 가섭이 따라 웃었다.”
- 염화미소 -

IP *.75.16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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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24 03:27:36 *.118.67.206
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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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1.27 17:23:28 *.51.70.176
말길도 못알아 듣든데 어찌 이런 내공을 기를 수 있을까요?
소중한 친구와 연인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침묵의 순간이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이 어색함이 아니라 대화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습니다.
바로 그런 기분이 아닐까요?
관심과 공감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님의 글에 102%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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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5.11.28 23:13:57 *.75.166.98
감사합니다.
적극적인 관심과 공감어린 대화 그것이 살아있는 열정의 열굴이라면
침묵, 그 비어있음은 냉철한 것 같으면서도 평온한 얼굴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열정이란 정서라는 인간내면의 거대한 바다위에 생성되는 감정이라는 태풍 같다는 생각입니다.
'몰입' 그것은 평온함 속의 열정과도 같아서 '빙긋이 웃는 미소' 같은 것이 아닐까요?
문득 문득 그 모습이 위대한 자연을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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