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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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종종 사진을 찍는다.
그저 그런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일상의 여러 순간들.
사진은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나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멋진 장면들이 많이 스쳐가는지 인지하게 되고 우리가 얼마나 그것들을 무심코 지나치는지 되돌아 보게 해준다.

1년에 세번 정도 강원도 철원에 있는 선산(先山)에 간다.
갈 때마다 매번 똑같은 휴게소에 들르는데 그 이름이 '삼팔선 휴게소'이다.
사실확인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실제로 위도가 북위 38도 쯤 된다고 하신다.
중간에 더 좋은 휴게소도 많건만 아버지께서는 그저 습관적으로 매번 이 휴게소에만 들르신다.
지난 9월 초, 벌초를 위해 철원으로 가던 중 찍은 사진이다.

아버지께서는 휴게소에 들러 커피와 함께 담배 한대를 태우신다.
변변한 사진 한장 제대로 찍어 드리지 못해 먼 발치에서나마 한장 담아 봤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사진의 기본이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인데....
서로 다가가기 힘들어 한다.
마음이 편치 않다.


얼마 전, 지난 번 꿈벗 모임이 열렸던 안성의 세렌디피티에 다시 다녀오게 되었다. 거울 속에 비친 벽지를 배경으로 우리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거울이 예쁜 액자로 변해 버렸다.
윤섭이는 그 순간에도 잘 먹고 있다.
그 점은 확실히 나를 닮았다.
아래 사진은 야심한 밤, 호수의 모습을 담아 본 것이다.
사진에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하얗게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인상적인 밤이었다.

추석 전날.
집안의 '여성'분들께서 일하시는 동안 나는 윤섭이를 봐주는 명목으로 동네 놀이터에 나왔다.
환한 햇살 아래서 녹색 모자를 쓴 아이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다가도 이따금씩 모래사장에서 노는 형, 누나에게 보내는 시선이 귀여워 보였다.

그 놀이터의 한쪽 구석 벤치를 점령하고 누워 자는 노숙자.
털색깔이 깨끗한 것으로 봐서 그 사람이 주인은 아닌 것 같은데 밑에서 함께 자는 강아지.
안쓰러움과 평화로움이 교차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눈으로는 감탄 했지만 가슴으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부터, 그리고 사진기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북동 '최순우 옛집'에서 찍은 꽃자리와 여의도 공원에서 찍은 싸리나무 열매)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하여 우리 집에서 가까운 '최순우 옛집'에 두번 정도 들르게 되었다.
나보다는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 정도와 최순우라는 분께서 초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냈다는 사실 정도만 알뿐 다른 정보는 듣고는 바로 잊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오밀조밀한 주거 환경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옛 한옥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추석 다음날, 한강변에 나들이 다녀오다가 우연히 보게 된 달 풍경.
사진이라는 것에 취미를 붙이지 않았다면 이런 장면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휴 기간이 좀 길었다.
27, 28일도 계속 쉬라는 회사의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
물론 난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출근해야 하는 아내를 배려 한답시고 그 이틀 중에 비가 오지 않는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비원에 가보자 했다.
아내의 회사에서 비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이기에 점심식사 간단히 하고나면 4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짧았지만 오랜만에 두 사람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원 내에 있는 청기와 지붕이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은 좋은데 이렇게 올리고 글까지 덧붙이려니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어쩌다보니 1시가 넘어 버렸다.
긴 연휴 끝에 뭔가 하나 남겨야만 허무하지 않을 것 같아 오랜만에 사진과 글 함께 올려 본다.
IP *.142.156.90
그저 그런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일상의 여러 순간들.
사진은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나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멋진 장면들이 많이 스쳐가는지 인지하게 되고 우리가 얼마나 그것들을 무심코 지나치는지 되돌아 보게 해준다.

1년에 세번 정도 강원도 철원에 있는 선산(先山)에 간다.
갈 때마다 매번 똑같은 휴게소에 들르는데 그 이름이 '삼팔선 휴게소'이다.
사실확인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실제로 위도가 북위 38도 쯤 된다고 하신다.
중간에 더 좋은 휴게소도 많건만 아버지께서는 그저 습관적으로 매번 이 휴게소에만 들르신다.
지난 9월 초, 벌초를 위해 철원으로 가던 중 찍은 사진이다.

아버지께서는 휴게소에 들러 커피와 함께 담배 한대를 태우신다.
변변한 사진 한장 제대로 찍어 드리지 못해 먼 발치에서나마 한장 담아 봤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사진의 기본이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인데....
서로 다가가기 힘들어 한다.
마음이 편치 않다.


얼마 전, 지난 번 꿈벗 모임이 열렸던 안성의 세렌디피티에 다시 다녀오게 되었다. 거울 속에 비친 벽지를 배경으로 우리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거울이 예쁜 액자로 변해 버렸다.
윤섭이는 그 순간에도 잘 먹고 있다.
그 점은 확실히 나를 닮았다.
아래 사진은 야심한 밤, 호수의 모습을 담아 본 것이다.
사진에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하얗게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인상적인 밤이었다.

추석 전날.
집안의 '여성'분들께서 일하시는 동안 나는 윤섭이를 봐주는 명목으로 동네 놀이터에 나왔다.
환한 햇살 아래서 녹색 모자를 쓴 아이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다가도 이따금씩 모래사장에서 노는 형, 누나에게 보내는 시선이 귀여워 보였다.

그 놀이터의 한쪽 구석 벤치를 점령하고 누워 자는 노숙자.
털색깔이 깨끗한 것으로 봐서 그 사람이 주인은 아닌 것 같은데 밑에서 함께 자는 강아지.
안쓰러움과 평화로움이 교차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눈으로는 감탄 했지만 가슴으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부터, 그리고 사진기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북동 '최순우 옛집'에서 찍은 꽃자리와 여의도 공원에서 찍은 싸리나무 열매)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하여 우리 집에서 가까운 '최순우 옛집'에 두번 정도 들르게 되었다.
나보다는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 정도와 최순우라는 분께서 초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냈다는 사실 정도만 알뿐 다른 정보는 듣고는 바로 잊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오밀조밀한 주거 환경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옛 한옥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추석 다음날, 한강변에 나들이 다녀오다가 우연히 보게 된 달 풍경.
사진이라는 것에 취미를 붙이지 않았다면 이런 장면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휴 기간이 좀 길었다.
27, 28일도 계속 쉬라는 회사의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
물론 난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출근해야 하는 아내를 배려 한답시고 그 이틀 중에 비가 오지 않는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비원에 가보자 했다.
아내의 회사에서 비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이기에 점심식사 간단히 하고나면 4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짧았지만 오랜만에 두 사람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원 내에 있는 청기와 지붕이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은 좋은데 이렇게 올리고 글까지 덧붙이려니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어쩌다보니 1시가 넘어 버렸다.
긴 연휴 끝에 뭔가 하나 남겨야만 허무하지 않을 것 같아 오랜만에 사진과 글 함께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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