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은 이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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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의 해프닝입니다.
제가 좋은 엄마인지, 고민이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보통 6시에 일어나 모닝페이지 쓰고,
6시 30분에 주방에 나가 전날 밤에 쌓인 설거지를 시작으로 아침준비를 합니다.
그 사이 6시 50분에 세째(고2) 아이를 깨웁니다.
그런데 어제는 눈을 뜨니 8시 30분인 겁니다.
"으악____"
어쩌다 밤을 새고 새벽 4시 30분쯤 잠이 들었는데
알람만 믿고 있다 낭패를 당한 것입니다.
(알람을 잠시 변경해둔 걸 잊었습니다)
아이는 내가 깨워줄 걸 믿고 만빵 편히 잠을 잔거지요.
새학기 시작해서 겨우 첫 주를 지냈을 뿐인데..
우리 아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 이것봐라, 벌써부터 군기가 빠졌어!' 할 것이 분명한
선생님 얼굴이 떠올라 아무래도 맘이 편치 않습니다.
'엄마가 안깨워줬으니 책임져!'
징징대며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건 지가 더 잘 압니다.
사실 그애의 고민은 '지각의 이유를 어떻게 대느냐' 하는 것입니다.
늦잠을 잤다고 솔직히 말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건 엄마인 저도 원치 않습니다.
'엄마가 깨워주지 않더냐' 는 소릴 분명히 하실테고,.
저는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엄마로서의 저의 자존심입니다.ㅎㅎ.
그 때 우리는 눈을 서로 마주치며,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데 무언의 동의를 합니다.
그 방법은 이미 오래 전에 우리가 한 번 써먹어 본 방법입니다.
'감기로 할까, 배탈로 할까?
그래 그게 좋겠다. 몸살!!'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겁니다.
"선생님, 저 **이 엄맙니다. **이가 여태 학교에 안나오니 걱정하고 계셨죠?
아이가 어제 밤부터 열이 나더니 몸살기가 심하네요. 그래서인지 속도 불편해하구요.
지금 병원에 갑니다. 오늘 하루 쉬면 어떨까 하는데요."
"아, 그러세요, 그렇잖아도 **이가 학교를 안나올 애가 아닌데 무슨 일인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신학년 초니까 웬만하면 병원 다녀와서 학교에 나오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네, 이따 상태 봐서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걱정은 진짜로 병원엘 가야한다는 데 있습니다.
학교에서 병가 처리를 하려면 '진단서'가 필요하니까요.
A형인 우리 아이는 대담하지 못합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너무 생각이 많습니다.
의사 앞에서 할 말을 여러번 리허설해 봅니다.
"열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구요, 배가 아프고 목도 따끔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될 것 같은데..!"
"열이 난 표시도 없고, 배도 안아프고 목도 괜찮은데, 청진기로 진찰하면 다 알텐데, 어떻게 해!"
"아휴, 의사들, 몰라요 몰라. 환자들이 말해주는 증상 가지고 처방하는거야."
어쨌든 일단 병원엘 갔습니다.
애가 아픈 증상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할 때 제가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몸살기가 오는 것 같은데, 미리 방지해두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서요.
얘가 한 번 앓으면 호되게 앓거든요."
목, 배, 등을 살피던 의사,
"목이 약간 부은 것 같지만 염려할 정도는 아니고, 속이 안좋다니 소화제 넣어서 이틀 처방해주겠습니다."
우리 애와 나, 속으로 '으후후후..' 웃음이 나와서 혼났습니다.
"야, **, 오늘 쉬는 김에 푹 쉬고 이따 저녁에 미술학원에나 가라."
"네, 좋습니다 어머니!!"
선생님께는 '오늘 아무래도 학교 가는 것 보다 하루 쉬는 게 낫겠다'고 문자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우리는 맛있는 오수를 즐겼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이래도 되는 겁니까?
IP *.51.218.156
제가 좋은 엄마인지, 고민이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보통 6시에 일어나 모닝페이지 쓰고,
6시 30분에 주방에 나가 전날 밤에 쌓인 설거지를 시작으로 아침준비를 합니다.
그 사이 6시 50분에 세째(고2) 아이를 깨웁니다.
그런데 어제는 눈을 뜨니 8시 30분인 겁니다.
"으악____"
어쩌다 밤을 새고 새벽 4시 30분쯤 잠이 들었는데
알람만 믿고 있다 낭패를 당한 것입니다.
(알람을 잠시 변경해둔 걸 잊었습니다)
아이는 내가 깨워줄 걸 믿고 만빵 편히 잠을 잔거지요.
새학기 시작해서 겨우 첫 주를 지냈을 뿐인데..
우리 아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 이것봐라, 벌써부터 군기가 빠졌어!' 할 것이 분명한
선생님 얼굴이 떠올라 아무래도 맘이 편치 않습니다.
'엄마가 안깨워줬으니 책임져!'
징징대며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건 지가 더 잘 압니다.
사실 그애의 고민은 '지각의 이유를 어떻게 대느냐' 하는 것입니다.
늦잠을 잤다고 솔직히 말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건 엄마인 저도 원치 않습니다.
'엄마가 깨워주지 않더냐' 는 소릴 분명히 하실테고,.
저는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엄마로서의 저의 자존심입니다.ㅎㅎ.
그 때 우리는 눈을 서로 마주치며,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데 무언의 동의를 합니다.
그 방법은 이미 오래 전에 우리가 한 번 써먹어 본 방법입니다.
'감기로 할까, 배탈로 할까?
그래 그게 좋겠다. 몸살!!'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겁니다.
"선생님, 저 **이 엄맙니다. **이가 여태 학교에 안나오니 걱정하고 계셨죠?
아이가 어제 밤부터 열이 나더니 몸살기가 심하네요. 그래서인지 속도 불편해하구요.
지금 병원에 갑니다. 오늘 하루 쉬면 어떨까 하는데요."
"아, 그러세요, 그렇잖아도 **이가 학교를 안나올 애가 아닌데 무슨 일인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신학년 초니까 웬만하면 병원 다녀와서 학교에 나오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네, 이따 상태 봐서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걱정은 진짜로 병원엘 가야한다는 데 있습니다.
학교에서 병가 처리를 하려면 '진단서'가 필요하니까요.
A형인 우리 아이는 대담하지 못합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너무 생각이 많습니다.
의사 앞에서 할 말을 여러번 리허설해 봅니다.
"열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구요, 배가 아프고 목도 따끔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될 것 같은데..!"
"열이 난 표시도 없고, 배도 안아프고 목도 괜찮은데, 청진기로 진찰하면 다 알텐데, 어떻게 해!"
"아휴, 의사들, 몰라요 몰라. 환자들이 말해주는 증상 가지고 처방하는거야."
어쨌든 일단 병원엘 갔습니다.
애가 아픈 증상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할 때 제가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몸살기가 오는 것 같은데, 미리 방지해두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서요.
얘가 한 번 앓으면 호되게 앓거든요."
목, 배, 등을 살피던 의사,
"목이 약간 부은 것 같지만 염려할 정도는 아니고, 속이 안좋다니 소화제 넣어서 이틀 처방해주겠습니다."
우리 애와 나, 속으로 '으후후후..' 웃음이 나와서 혼났습니다.
"야, **, 오늘 쉬는 김에 푹 쉬고 이따 저녁에 미술학원에나 가라."
"네, 좋습니다 어머니!!"
선생님께는 '오늘 아무래도 학교 가는 것 보다 하루 쉬는 게 낫겠다'고 문자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우리는 맛있는 오수를 즐겼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이래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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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팔
살면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할 수 없이 공범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거짓말은 일상의 가벼운 변격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요.
나는 요즘 동네에 새로 이사 온 5살짜리 여동생(?)이 생겨 사는 재미가
팍팍납니다.
처음에 농담으로 <오빠라 불러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걔 부모들도 웃으며 넘깁니다.
지난 주말에는 동네 근처에 운동도 가고, 마당에서 배드민턴도 쳤습니다. 내가 걔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 술도 따라줍니다.
하는 행동이 아주 귀엽습니다.
그런데 걔가 내가 사실은 오빠뻘이 아니라는 것을 어렵풋이 아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기분 상해할까봐 그냥 <오빠>라고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선생님도 알고도 속아주는 거겠지요.
살아가다 보면 알고도 속아주는 것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할 수 없이 공범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거짓말은 일상의 가벼운 변격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요.
나는 요즘 동네에 새로 이사 온 5살짜리 여동생(?)이 생겨 사는 재미가
팍팍납니다.
처음에 농담으로 <오빠라 불러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걔 부모들도 웃으며 넘깁니다.
지난 주말에는 동네 근처에 운동도 가고, 마당에서 배드민턴도 쳤습니다. 내가 걔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 술도 따라줍니다.
하는 행동이 아주 귀엽습니다.
그런데 걔가 내가 사실은 오빠뻘이 아니라는 것을 어렵풋이 아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기분 상해할까봐 그냥 <오빠>라고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선생님도 알고도 속아주는 거겠지요.
살아가다 보면 알고도 속아주는 것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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