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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5일 08시 25분 등록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사랑하는 여인과 어떠한 문제로 힘겨울 때마다
사랑의 꽃이 찬란히 피어나는 과정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흔들림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나 확신없는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열렬히 사랑함의 또 다른 이름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나는,
사랑의 흔들림 앞에서 사랑의 위대한 미래를 꿈꾸었고,
내 마음 속에 사랑하는 그대를 향한 떨림을 회복하였습니다.

한 가지 가슴 속에 참 많이 후회되고 아쉬운 것은,
나의 부족함으로 생겨난 흔들림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사랑에도 참 많은 눈물이 있었습니다.

삶은 힘겨운 싸움인가요?
누구나 가슴 속에 큰 눈물샘 하나씩 안고 사는 건가요?
정채봉 시인의 <백두산 천지에서>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아!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 삶에도 눈물이 잦습니다.
허나, 바람과 비에 젖어도 따뜻한 꽃잎을 피워내는 꽃처럼
나도 눈물과 후회, 연약함 속에서도 따뜻한 인생을 피워낼 것입니다.

'선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나의 노력으로 모두 채우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젖지 않고 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 인생, 아름다운 내 그대와 함께 피워낼 수 있다면... 떨리고 신이 날 것입니다.

IP *.166.8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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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5 09:47:25 *.36.210.11
그래... 희석아,
그런데 너무 상대에게 기준을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우리는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뿐.
내가 없이는 너도 너마저도
그 무엇도 기꺼운 것이 되기보다
흔들릴 수밖에는 없는 것 같아.

우리의 COREANITY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지

궁금한데 그런 이치가 아닐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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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운
2008.04.25 10:19:00 *.166.82.210
참 즐거운 요즘입니다. 진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다보니, 귀가길에는 내 인생이 나 자신의 영혼으로 충만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것이 있었지요. 나도 얼른 나만의 그대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 말입니다. 그 바람이 이뤄지면 더욱 행복하질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저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할 존재였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언젠가 거기'에서의 행복을 장담할 수 없음을 느끼었습니다.

누나의 '기준을 둔다'는 말의 의미를 남의 기대나 시대의 요구에 맞춰 나 자신을 꾸며가는 것이 아나리, 오직 나의 소명과 영혼의 소리를 따라 스스로를 가꿔가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혹, 이것을 되짚어주신 것인지요?

누나의 깊은 뜻을 모두 헤아릴 순 없으니, 아우에게 한 말씀 들려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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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8.04.25 11:02:40 *.36.210.11
짜식...
왠일 이냐? 금새 읽었구나.
넌 역시나 천재다. 누이의 쓰디 쓴 무지의 철학 '오직 너'의 의미를 아는구나.

아우야,
누이를 골리면 못 쓴다.
내가 요즘 저녁을 굶는구나.

그리고 향산에게도 전해라.
그놈의 바베큐는 일 년이 지나도 해갈이 안 나니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지? 날짜만 잡히면 왜 꽁무니를 빼는 지 그 연유를 캐어오거라.
이 멋진 벗들아.

참참참,
그러길레 사랑하면 눈물이 나더라.
지금 그대 울고 있는가?
딱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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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류경민
2008.04.25 12:25:55 *.243.13.160
이 시를 읽으니
왈칵 눈물이 솟구치네요.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안정과 인정보다
자존을 곧게 세우기위해 흔들리며 몸부림치고 있는 저를 위로해 주는군요. 흔들린만큼 더 매력적인 꽃으로 피어날 자신이 있건만 눈물이 따라다니네요.

당신의 이야기도 한편의 시입니다.
오늘은 당신 때문에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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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4.25 14:20:57 *.247.80.52
산유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이 시를 지은 김소월은 어떤 시심으로 이렇게 슬픈 시를 지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산에 피는 꽃이 서럽더라.

어느날 다른 책에서 산유화에 대해서 말하더구나.
'메나리 토리'.
'산유화'라는 시로 바꾸어도 될 듯 하다. 뫼(산)에 나리(꽃의 한 종류)가 핀 것을 보고 노래(토리)하는 충청북도와 강원도 어디쯤의 전하는 인생을 아는 습기 있는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란다.

산에는 아무도 보는 이가 없어도 꽃이 핀다고.

꽃처럼 늠름하게, 산처럼 묵직하게.

오늘도 산에는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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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
2008.04.26 11:16:09 *.102.164.122
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고...
맨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땐 무슨 바람과 비를 그리 많이
맞은 때도 아니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어찌나 좋던지 대학에서 영시로 제일 먼저
시도해 보았었어요. 김소월의 초혼과 함께^^
그리곤 고 3담임시절 교실 뒤에
이 시를 크게 인쇄해 붙여두기도 하였었죠.
고 녀석들이 내가 느낀 그것을 느끼길 바라면서요.
단 한명의 예외없이 모두 바람에 흔들리며,
비에 젖으며 가는 거라고.
그럼에도 각자의 꽃을 아름답게 피워내기를
각자의 삶을 만들어가기를
어디선가 본 듯한 덧붙임의 말도 함께요.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웠고 배웁니다.
시는 우리 영혼 각자의 한 자락을 공유시키는 듯 합니다.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진 다른 사람인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시를 대할 때
내 영혼의 어느 한 구석에 울림이 있는 것은
그 까닭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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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운
2008.04.27 06:18:48 *.166.82.210
누님.
바베큐를 통하여 제게도 말씀하시는구려. 집들이는 언제 하냐고! 말입니다. 일단 꽁무니를 빼는 향산 형님을 먼저 잡아야겠습니다. 그러네요. 바베큐 파뤼~!

저는 이번 주에 두 번을 울었습니다. 모든 눈물이 슬픔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기쁨의 눈물도 있었지요. 막역한 친구와 함께 커피숍에 앉아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곁에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군요. 허허... 남자를 앞에두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는 또 처음인 것 같습니다. 또 한 번의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었습니다. 이건 닦겠습니다. ^^

경민님.
저 역시 흔들림 후의 찬란한 도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절절한 사연이 있으신 것 같네요. 잠시의 위로라도 되었다니 기쁜 마음입니다. 시인에게 감사할 일이네요.

정화누님.
아무도 보는 이가 없어도 꽃이 핀다.
이 한 문장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네요. 누군가의 기대 때문이 아니라, 꽃은 오직 하늘이 준 자신의 소명을 피워내는 것이었군요. 산처럼 묵직하게, 하늘처럼 희망차게.
고마워요. 누님. 왠지 모르게 오래 전부터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현주님.
괜찮은 성찰의 한 조각을 나눠 주어 감사합니다.
선생님이시군요. 시 읽는 선생님이라, 낭만과 깊이가 가득한 느낌이네요. 현주님의 댓글을 통해... 시란, 결국 특별한 사건과 사물을 통해 보편성을 끄집어내어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시인들의 저력(?)이 사뭇 대단해 보이는 오늘이네요.
저도 다시 학생이 되어 시 읽는 선생님의 시론을 듣고, 시 읽는 선생님의 인생론을 듣고 싶은 아침입니다. 아! 어쩜 좋아요. 이 아침의 기운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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