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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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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2일 15시 16분 등록
   마눌님 : ‘승호씨. 베란다에 사다놓은 자전거는 언제 탈거야.’

  나 : ‘놔둬. 나중에 탈거야.’

  마눌님 : ‘나중이 언제인데? 도대체 자전거도 못타는 사람이 자전거는 왜 사다두었는지.’

  나 : ‘우이씨~’ 


  부끄럽게도 난 남들 다탄다는 자전거를 여지껏 타지 못하였었다. 그러면서도 자전거를 타고는 싶었는지 미리 자전거를 사다 두었지만 엄두가 나질않아 베란다에 방치를 해두었던 것인데 그것이 마눌님에게는 못내 못마땅하였던 모양이다. 잔소리는 듣기 싫었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니 나같아도 역정을 내었을것 같다.

  그러다가 드디어 2007년 8월 여름 휴가기간. 외부로 가는 것을 반납하고 자전거 자체 학습의 기간으로 삼아 열공에 들어갔다. 결심을 하게된 이유는 마눌님의 잔소리도 있었지만 마흔살이 되어가도록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게 여간 부끄러운게 아니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좋다 두고봐라. 자전거를 멋지게 배워서 생생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마’라고.

  드디어 D-Day. 이른 새벽 일어나 아파트앞 현관으로 자전거를 낑낑대며 끌고 나가서 작정을 하고 페달에 발을 얹는순간 경비 아저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경비 아저씨 : ‘안녕하세요. 부지런하시네요. 이른 아침에 자전거를 다타시고.’

  나 : (겸연쩍은듯) ‘아, 예!’

  경비 아저씨 : ‘근데 자전거가 새거네요. 구입하신지 얼마되지 않은 모양이죠.’

  나 : (뭐라 말은 못하고) ‘네!’

  드디어 경비 아저씨가 가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하지만 역시나 예상돼로 얼마 가지를 못하고 나는 바닥에 나뒹글어지고 말았다. ‘에구에구, 쉬운게 아니네. 어릴 때 자전거를 배워 두었으면 이고생을 하지 않을텐데’. 자책을 하면서 다시한번 도전 하였으나 쉽지는 않았다. 비틀비틀~. 근데 왜이리 손목과 엉덩이는 아픈걸까.

  연습 2일째. 오늘은 어제보다 낫겠지라는 마음을 먹고 다시한번 이른 아침 자전거 페달을 밟고 나가려는 순간 이번에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동네 꼬마 녀석이 내앞을 지나가면서 한마디를 한다. ‘아저씨, 자전거 멋있네요. 나랑 시합할래요.’ 그말에 나의 속은 울화통이 터져 나갔다. 가뜩이나 자전거 못타는게 쪽팔려 죽겠는데 이런 어린아이까지 나를 놀리다니. 하지만 나는 시합에 나설수 없었다. 부끄럽게도 아직 그정도 실력이 아니었기에. 그날도 특훈은 계속 되었다.

  드디어 열공 3일째. 처음에 하루에 약 2시간정도 3일정도 타면 익숙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였기에 그날인 오늘이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이왕 내친김에 아파트를 돌기 보다는 집앞 탄천 자전거도로를 달려 보기로 했다. 탄천에는 벌써 여러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모습을 보자 나는 내심 고민이 되었다. ‘어른이 자전거 타다가 넘어지면 쪽팔릴텐데. 남들이 웃으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이 있었지만 이왕 마음먹은것 달려 보기로 했다. 잔뜩 온몸에 긴장을 한 채로. 페달을 밟는순간 자전거와 나는 한몸이 되어(?) 달려 나갔다. 남들처럼 익숙하게 스피드있게 달리지는 못하고 뒤뚱대면서 나의 자전거는 달렸지만 도보로 탄천을 걸을때와는 다른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 몸을 감싸주는 바람, 따뜻한 햇살... 자유라는 느낌이 옴과 함께 이런 기분으로 사람들이 하이킹을 즐기는구나 라는 체험을 잠시나마 해볼수 있었다.

  당일 저녁 식사시간. 드디어 나는 감춰두었던 비밀 이야기를 마눌님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나 :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마눌님. 나 이제 자전거 탈줄안다.’

  마눌님 : (의심에찬 눈초리로) ‘어떻게?’

  나 : ‘사실, 휴가기간에 나혼자 자전거 타기 연습에 열공을 했었거든.’

  마눌님 :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에이, 당신처럼 운동신경 없는 사람이 무슨...’

  나 : (씩씩대며) ‘믿지 못하면 내일 내가 타는걸 보여줄게.’

  하지만 이약속은 지켜지질 못하였다. 다음날 휴가기간이 끝나 회사에 출근을 하였었고 그주에 주말에도 출근을 하였으니... 그런데 어쩌나. 약속된 자전거 타는것을 마눌님에게 보여 주기는 커녕 바쁘다는 핑계로 그후에도 자전거를 타지 못하였으니. 차일피일 미루던게 기간은 어느새 겨울이 넘어가고 해가지나 꽃피는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월 어느날 산책을 함께 나갈려고 하는순간 마눌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현관 앞에서 한마디를 내뱉는다.

  마눌님 : ‘승호씨, 자전거 안타?’

  나 : (죄를 지은마냥 멈칫하면서) ...

  마눌님 : ‘자전거 탈수 있다면서. 그래서 나에게 보여 주기로 했잖아.’

  나의 머릿속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이승호 자전거 탈수 있잖아. 그래 멋지게 보여 줘야지. 그런데 자전거를 타지 않은지가 8개월이나 되었는데 과연 잘탈수가 있을까?’

  자신이 없어 탄천까지 나아가는데는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드디어 자전거도로에 들어선순간 나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처럼 비장의 각오를 하고 페달에 얹은 발에 힘차게 힘을 주었다. 옆에는 여전히 마눌님의 의심에찬 눈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드디어 자전거는 비틀 거리지만 꿋꿋이 넘어지지않고 멋지게(?) 출발을 하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이렇게 소리를 쳤다.

  ‘봤지. 내가 자전거 탈수 있다고 했잖아. 아싸~’


  ‘생각의 탄생’ 생각도구7 몸으로 생각하기 파트에서 자전거에 관한 사례를 보는순간 그때의 탄천을 달리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저자의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자전거 타기나 피아노 치기 같은 동작이 완전히 몸에 익으면 점차 의식하지 않고도 그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즉, 몸으로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체험한 것들은 시간이 흘러도 나의 근육과 감각속에 잠재된 학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IP *.168.10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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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02.23 08:00:19 *.111.241.42
저도 자전거 타기가 숙제인데요.ㅋㅋ광장에선 타는데 도로에서 안되는 수준이라.. 네 식구가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거든요. 전 몸으로 생각하기를 느낀것이 자동차 운전이 그랬던것 같아요. 운전을 아주 오랫만에 했는데도 손과 발이 저절로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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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10:39:08 *.248.234.22
작년 8월에야 운전면허를 따고, 연수를 받던 생각이 나네요.
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운전은 머리가 아닌 몸에 새겨야 하는 것이라 하셨어요.
돌에 새기는 것이라 한번 새기면 절대 안 잊어버린다고 하셨지요. ^^

몸으로 생각하기 라는 저자의 글을 보며 저도 작년 운전연수때의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마눌님께 '자전거 타기' 보여주시면서 '아싸~' 쾌재를 부르시는 모습에, 제가 처음 차끌고
회사에 오던 날이 겹쳐지네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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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11:49:07 *.8.27.5
저는 오토바이 타기가 숙제입니다. 2015년까지는 저를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 앉혀 주기로 저와 약속 했습니다ㅎㅎ.

남들 따라하는 허세는 아니구요, 어릴 적부터 상상만 하면 가슴 뛰던 것들 중에 두드러진 것이 드럼과 오토바이, 비행기 였습니다. 드럼은 최근에 배웠구요, 오토바이는 2015년, 비행기 조종은 2020년까지는 꼭 해 봐서 저의 조바심을 위로해 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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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2009.02.23 15:38:16 *.188.231.79
저도 자전거 처음 배울때 어찌나 조마조마 했던지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몸으로 배우는 건 정말 신기하죠?
오랫만에 타도 '그냥' 되는 것이 저도 자전거 탈때마다 신기해요.

날도 많이 풀렸으니 저도 자전거 타러 가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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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03.01 23:04:03 *.168.110.44
공감을 해주시는 많은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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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
2010.10.09 15:02:39 *.141.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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