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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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다시’ 꿈꾸며
세상의 기준이 원하는 대로 살면 매일을 투쟁하듯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런 인생은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러워 보일 지도 모르겠다. 나름의 의미는 있겠지만 이름 없이 묻혀갈 생명이 애달프다. 원래 제목이 Spark of Genius인 <생각의 탄생>은 애써 펄떡이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세상을 바꾸었던, 괴짜 또는 천재들의 공통적 방법론을 추출해 알려주는 비서秘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아웃라이어>을 더불어 보았다. 제목에서 말해주듯, 탁월한 성취를 이룩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다. 글래드웰은 우연의 끈 위에 노력을 더할 것을 당부한다. 우연이라면 한국어판으로 나온 <생각의 탄생>을, 너무 인기 많은 것은 피하는 이상한 심보 때문에 십만 권이 넘게 팔릴 때까지 읽지 않고 버티다가, 연구원 과제로 만나 통독할 수 있었던 행운일 것이다. 여기에 이들 생각도구를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까지 겸비된다면 누구나 천재성을 노려보는 창조적 전인whole man으로서의 삶을 꿈꾸어볼 만 하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 특히 아인슈타인과 모차르트, 버지니아 울프에 열광했던 나날이 있었다. 순전히 그들이 가진 천재성에 흠뻑 매료되어서다. 자신도 그들과 같은 천재이기를 꿈꾸던 소녀는 자신의 비루한 평범성을 깨닫는 순간, 현실로 돌아와 어른이 되었다. 주어진 환경이 척박했기에 사회에 순응하기에 급급하게 살아왔다. 십 수년이 지났지만 비범한 삶에 대한 동경은 사라지지 않았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숨이 막혔다. 결단하고 뛰쳐나왔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알지 못해 애가 탔다. 앞서간 위인들의 간접적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 시기에 만난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한 줄기 빛이다. 책에 제시된 열세 가지의 방법을 모두 동원해, 내 안에 숨은 천재성의 작은 씨앗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발적으로 이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나의 경우는 이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커나갈 우리의 미래, 후배 세대의 교육에 이 생각도구들을 접목을 시키기에는 외부환경이 썩 좋은 것 같지만은 않다. 저자들이 극찬한 ‘르네상스인’은 기득권층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입은 문예부흥 등 르네상스 시대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꽃피었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천재들의 씨앗은 어느 시기에나 존재했으나, 따뜻한 옥토에서 배양된 이 시기에 유독 화려하게 피어났다. 통합형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또 다른 본고사가 치러지고, 일제고사가 부활하면서 전인적 교육의 작은 가능성조차 말살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계의 슬픈 현실이다. 모쪼록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윗분들이 이 책을 더 가까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랜만에 교육부에 있는 사무관 친구에게 전화 한 통 해 좋은 책 추천하겠다고 찾아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