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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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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8일 20시 52분 등록

방 창문엔 빼곡이 먼지만 쌓여 있다.
주인이 떠난 빈 방에는
덩그라니 남은 낡은 서랍장과
폴폴폴
일어나는 모기장의 먼지만이
그간의 적막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집엔 키가 작은 아이가 살았나 보다.
키가 작은 아이의 흔적들이
방문이며 벽이며 할것없이
내 허리보다 아래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하얀 칠의 방문에
꼬질꼬질한 손때를 묻히고 있는 아이의 천진한 얼굴이 떠올라
난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부엌에서 화장실로, 안방에서 건넌방으로 훨훨 뛰어 다녔을 아이
때로는 그 낮은 문지방에 발이 걸려 울음보를 터뜨렸을 아이
어설프게 연필을 쥐고 선 채로 그림을 그렸을 아이
그러다 엄마에게 이노옴~~하고 아프지 않은 맴매를 맞았을 아이.

아이가 남기고 간
그림과 웃음소리와 분주함이
쓸쓸한 공간을 깨고 내게 전해지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먼지가 뽀얗게 앉은 여기 창틀에는
아이를 닮은 키작은 화분이 있던 자리는 아니었을까.
아이가 태어나던 그 날,
감사와 행복에 들뜬 아빠는 아이를 위해
막 심어진 어린 꽃나무 화분을
여기 창문 아래 놓아둔 건 아닐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가 커가며
꽃나무도 함께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꽃나무와 아이는 형제처럼 자란 건 아닐까.


먼지만 남은 창문에
나는 다시 화분을 옮겨 놓으리라 다짐한다.
그리하여
아이의 기억과 웃음이
그 자리에 그냥 남을 수 있도록.
바람이 살살 모기장의 먼지를 털며 불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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