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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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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5일 21시 20분 등록

그리운 바다

 

1. 제주

 

제주에 가려면

목숨걸고 바다를 건너든지

하늘을 날아야만합니다.

 

땅에 발붙이고 살던 짐승이

하늘을 날았습니다.

늘 자신을 붙잡고 늘어지던

중력을 벗어 던지고

하늘로 몸을 던졌습니다.

 

새는 부르르 몸을 떨더니만

살짝 멀미가 일었습니다.

죽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 좀 숨을 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린 창밖 풍경 탓에

뜰 수가 없습니다.

 

제주의 하늘과

제주의 바다는

여전히 파랗습니다.

다행입니다.

그 마음

여기, 이 자리

언제까지나

 

좀 더 일찍 와볼 걸 그랬습니다.

 

2. 사랑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붙잡으려 하면 놓치게 됩니다

억지로 열려하면 꼭꼭 숨어버립니다

비우야 채울 수 있는 빈 잔 같습니다

지금 울면 내일은 웃을 수 있습니다

지금 꼭 웃어야 하겠다면, 내일은 허무해집니다

말에 얽매이면 심장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뺏으려 하면 취해도 얻지 못합니다

내맘같지 않겠지만, 돌아서서 또 후회를 합니다

만지작거리던 전화기를 내려놓는 것은 용기입니다

말은 상처를 남깁니다

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가슴에 새긴 다짐을 볼 수 있습니다

굳이 말도, 글도 필요치 않습니다

늘 함께 있습니다

 

설탕과 커피는 같이 먹는 것이 아닙니다

 

3. 후회

 

돌아서자마자

말을 뱉자마자

편지를 써서 부치자마자

또 후회를 합니다

 

밤새 썼다,

아침에 지우고

낮 동안 살았다가,

밤 되면 또 죽었다가

얼었다가,

녹았다가

 

그래도

죽지 않습니다

그 사람도

그렇습니다

 

너무 억울해 하지 마십시오

세상 다 멀쩡해 보여도

누구에게나

하늘은 파랗게 멍들어 있습니다

언제나

바다는 또 그렇게 멍들어 있었습니다

마음 두고 온 그 자리에

 

4. 공항에서

 

제주의 바람은 달다

끈적한 7월의 바다내음이 묻어난다

 

여자도 많고

말도 많고

바람도 많다는 제주,

육지보다도

더 바람이 쉽고,

평시보다도

더 바람이 많아서

사람들은

제주를 찾나보다

 

바람 잘 날 없는

제.... 주님.

 

5. 달고, 쓰고, 시고

 

시다

쓴 맛이 지나간 자리

신 맛만 남는다

 

커피가 점점

깊어 진다

잔이 비어간다

 

6. 그리운 바다, 성산포

 

성산포 바다에 왔지만

시만 남고

술취한 시인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만 남고

바람에 몸을 날리던

그녀도 보이지 않는다

 

남겨진 바다만 울고 있더이다

 

7. 우도

 

오름길 따라

정상에 올랐다

 

좁은길 가운데

소들이 누웠다

 

바다 한 가운데

소처럼 누웠다

 

우도,

그리고 그도

그리운 바다

성산포
제주도

IP *.154.5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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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2010.07.06 09:44:26 *.219.138.90
울산으로 시집을 와 바다가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바다가 그리워 바다가 너른 앞마당처럼 펼쳐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터인 바다가 아쉬워 다시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으로 가기 위해 준비중이지요.

바다가 그리우시면 언제든 오셔요.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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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7.06 18:17:10 *.221.232.14
파블로 네루다가 집필을 위해 바닷가에 마련한 그의 성소...
아직은 아니지만, 지루한 시간 후에 제에게도 그런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땐 바다를 찾고 싶습니다. 이생진님이나 한기팔님처럼은 아니어도...
문득 또 보고싶어지네요... 제주도.. 성산포, 서귀포... 눈물 시리던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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