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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6일 11시 26분 등록

원하는 것 이하, 원하지 않는 것 이상

 

 

사람을 가두어두는 방법이 아니라

그들을 이끌고 가는 방법을 배워라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우리들의 시각을 먼저 수정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하는 것은 크고 작은 세상들을 바꾸고자 하는 가상한 노력들이다. 하지만 많은 노력들이 채 결실을 맺기 전에 과거를 지배했던 오래된 법칙이나 관습의 힘에 무릎을 꿇고 맥없이 힘을 잃어 버린다. 습관처럼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의무처럼 요구에 대응해 보지만 대부분 원하는 것은 기대 이하이고 원하지 않는 것은 염려 이상인 경우가 많다.

 

혁신적인 기업들은 나름의 우수한 제도들을 시도하고 진화한다. GE <핵심인재관리>, 3M <20% Rule>, IBM <공인전문가 제도>들이 그런 것이다. 선도적 기업들이 변화하고 성과를 내는 방법들은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그들처럼' 멋진 성과를 내보고자 다양하고 혁신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도입해보는 것이다.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성공의 비결은 단지 어떤 사실을 안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을 실제로 활용하는 것에 있다. 조직의 리더들은 '새로운 제도의 시행에 있어서 가장 힘든 일은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실제로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고개 숙인 수 많은 제도들을 돌이켜보면 과연 리더들이 "실제로 실천하도록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시간의 집착'이라는 주제에서 예로 들었던 '공무원 유연근무근무제'와 같은 결과가 쉬운 예라고 할 수 있다. 제도의 취지가 좋고, 목적이 명확하고, 유사한 베스트 프랙티스들로 효과가 검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도는 구성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가 적용되는 초기에 나타나는 시행착오라고 둘러댈 수도 있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단순히 이륙을 위한 준비단계로 보여지지 않는다.

 

“상급자에게 먼저 퇴근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야근이 있는 날 시간외 수당도 나의 퇴근시간인 오후 5시부터가 아닌 6시부터 적용돼 기존 제도와 균형을 이루지 못해 불편이 많다.

“실·국별로 2명 이상 신청하라고 강요(배당)를 했지만, 신청률이 저조하다.

 

새로운 제도들은 이처럼 애초의 의도대로 잘 돌아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제도상의 허점보다는 의사소통 과정의 문제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취지에 따라서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첫째,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에 대해서 임직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는 도입하는 취지와 목적이 직원들과 충분한 교감이 있을 때 제대로 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세계적인 IT업체 퀄컴은 회사와 종업원간 신뢰 형성을 위해 다양한 의사소통 활동을 하고 있다. QC Daily News, 52 Weeks at Qualcomm과 같은 뉴스레터를 비롯하여 회사 내부의 인사제도와 조직관리 활동을 소개하는 책자를 내부 임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있으며 'QC Innovation Network'이라는 온라인 제안 프로그램을 두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흡수한다. 경영자와 구성원 상호간에 상시적으로 교신이 가능한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대부분 새로운 제도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절차에 머무르고 그 이후는 근거 없는 보안을 이유로 비밀리에 준비되어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뚜껑을 열어보면 현장의 사정과 목소리는 진화의 과정에서 자취를 감춘 꼬리뼈의 흔적처럼 제도의 귀퉁이에서 신음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의 성패는 제도의 목적을 충분히 알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설픈 보안의식을 보리고 시작 전에 끊임없이 소통하여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전 공감은 새로운 제도 성패를 좌우하는 반을 넘어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서 일선 관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많은 조직들이 과거에 비해서 수평화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중간 관리자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항해의 키Key를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일선 관리자가 소외된 제도는 의사소통의 공식적인 채널 즉, 경영자와 종업원의 사이를 불신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한다.

국내 한 회사는 매주 본사에서 일선 부서장을 위한 UCC자료들을 제작하여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벤허의 리더십, 발레리아 강수진의 열정 등 관리자의 덕목인 리더십, 열정, 도전 등을 담은 영상인데 회사의 제도 및 정책에 대한 현황을 설명하는 자료들과 함께 배포된다고 한다. 이런 지원은 일선 관리자들의 역량을 높이는 교육적인 효과와 더불어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도움으로써 제도의 실질적인 실효성을 높여주는 결과를 얻는다고 한다.

 

지멘스의 게르하르트 슐마이어는 1991년 이래 매년 수억 달러씩 적자를 기록하고 잇던 PC사업 부문의 방향 전환을 추진했다. 그가 책임을 맡은 지 1년이 지나가 회사는 합병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사업부분의 회복에 대한 공을 전체 직원의 약 15%에 달하는 5,000명의 '변화 촉매자들'에게 돌렸다. 그들은 회사의 중간관리자들로서 변화 계획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훈련을 받았으며, 그 와중에 대부분 자신들의 일상적인 업무도 수행했다. 슐마이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놀라운 것은 변화를 일으키자고 작정한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가 사내에 탄생되었다는 것인데, 그들은 그들이 배운 것을 내부화했고, 변화를 환영했고, 동료들이 변화 일정을 추구하도록 이끌고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라고 말한다.

 

일부 경영층의 노력으로 혹은 정책 입안부서의 노력만으로 새로운 제도는 기존의 틀 속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일선의 키맨들이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고 변화의 촉매자가 되어서 선두에 섰을 때 제도는 일터의 현장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변화하고 싶거든 변화의 촉매자를 포섭해보라.

 

셋째, 새로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여야 한다. 제도만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굴러가고, 다 잘될 것이라는 기대는 절대 금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 그 이유는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제도가 왜곡되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위해서 매년 Survey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Johnson & Johnson <Credo Survey>, HP <voice of the workforce Survey>, Xerox <Employee Engagement Survey>등이 그렇다.

Johnson & Johnson <Credo Survey>의 경우 1986년에 시작되어 매년 2 10만 명의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7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로벌 조사이다 보니 39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조사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이 결과를 활용해서 회사의 기본적인 정책을 포함하여 다양한 제도 개선의 포인트를 발굴하고 있다. 또한 각종 제도들이 현장에서 잘 활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 3가지 관점에서 알아보았다.

자신이 속한 기업의 정책이나 제도에 100퍼센트 만족하는 직원들은 아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제도의 완벽성보다는 얼마나 직원들에게 이해를 시키고 있고 또 어떻게 의사소통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새로운 제도들의 마무리는 직원들의 공감과 이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통하여 현재를 점검해보기로 하자.

 

1.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 종업원들의 의견수렴의 창구를 열어놓고 있는가?

2. 새로운 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 일선 책임자들을 키맨Key Man으로 활용하고 교육하고 있는가?

3. 제도를 도입한 후에도 잘 운영되고 있는지

  - 정기 서베이와 같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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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21:17:16 *.143.156.74

오라버니, HR 전문가다운 글이네요.

벌써 많은 조사와 연구를 하고 있나봐요.

글에서 그런 노력들이 많이 보여요.

 

그런데 글에 조금 더 '오라버니다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요?

오라버니의 감수성을 조금 더 섞어주면 글이 좀 더 돋보일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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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08:35:03 *.163.164.179

쓰면서도 가볍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읽는데 딱딱했지?

주제가 조금 딱딱해서 사례나 경험을 부드럽게 풀고 싶은데

이번 꼭지는 딱히 사례나 성공적인 경험이 떠오르지 않았어.

 

부드럽게 바람과 같이 쓴다. 라는 생각을 놓치지 않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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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23:09:27 *.138.53.71

형, 잘 지내지요? 보고싶네요~^^

 

첫 문장이 확 눈을 잡아 끕니다.

설명의 근거도 탄탄합니다.

근데 제목이 와닿지 않아요.

무슨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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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08:37:43 *.163.164.179

제목의 뜻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만 항상 원하는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줄여본 것인데...내 생각 속에 갇혀서 그렇게 이해된 것이구나

 

처음 보면 뭔 소리??

수정해서 올릴께.

 

졸업여행이 멀지 않았구나. 기대된다. 동해의 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쏘주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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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0:31:34 *.113.128.78

나도 제목보고  감이 잘 안 왔는데...

좋은 인사제도를 만드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틀을 어떻게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단지 좋은 제도가 아니라

왜 이게 좋은지 그리고 나한테 어떤 이득이 되는지에 대한 공감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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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3:30:21 *.163.164.179

한 가지 교훈....내 생각 속에 묻혀있지 말자.

이번 제목으로 얻은 교훈이다.

처음 보게 되는 독자들 생각은 하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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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6:38:25 *.32.193.170

새로운 시도들이 안되는 또 다른 이유는 회사 전반에 깔려 있는 '권위주의'가 아닐지... 라고 생각해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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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0:14:53 *.128.229.50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 거스너  책을 보도록 해라.

또 하나의 책,  '공익을 경영하라'는 내 책이니 수업때 내가 잊지 않으면 한 권 주마.  집필 메모를 잘 보도록 해라. 

 

딱딱함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 그동안 읽었던 인문학 책 중에서 꼭지의 제목에 잘 맞는 것을 인용/ 삽입/ 변용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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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3:26:14 *.163.164.179

사부님, 감사합니다. 잊지마시옵서서..제가 수업날 아침에 문자를 넣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코끼리를 춤추게하라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읽은 책들이 주제와 융화되지 못하고 따로이 있습니다.

틈 나는대로 북리뷰를 보고 있지만 잘 섞이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보는 수밖에는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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