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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7일 12시 08분 등록

IMG_2179.jpg


가족비행 by Sasha


"Answer Me, My Love" Nat King Cole

http://www.youtube.com/watch?v=l2C4p2gk5BA



[가장가깝고도먼길]

나는 마음탐험중이다. 벌써 7일째. 하지만 지구에서 차고 온 시계가 맞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이곳의 시간은 자신이 인지하는 동안에는 현재를 유지하기 때문에 흐름을 인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은 밤이고 시간은 대략 저녁 6시정도 된 것 같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지만 하늘의 푸른색으로 추정하길 이건 분명 아침의 푸른 하늘이 아닌 어스름한 저녁의 푸른 코발트 색이다. 저건 해가 아니라 달빛의 빛이다. 하늘위로 갈매기 가족의 비행이 이어진다. 그래 난 지금 깊은 고독을 걷고 있었지. 푸른색은 고독과 어울린다. 꿈속의 꿈이 퍽이나 마음에드는 저녁이다. 그의 웃음을 찾아서 이곳까지 왔는데 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왠지 저 하늘위로 날아가는 갈매기 가족이 내가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듯 하다. 낯선 곳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의 상징이자 자신의 길을 위한 표식으로 보인다. 절실함은 그렇게 사물을 투명하게 한다. 모든 사물속에서 길을 읽는다. 


지금 난 어디로 가고 있었지? 문득 풍경에 취해서 갈 길을 잊었다. 그래서 난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마음의 지도를 그려가고 있었다. 늘 나의 여행에는 지도가 필요 없었다. 그저 정처없이 걷는 걸 좋아하고 우연한 만남들에 기뻐했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에도 늘 랜덤을 선호하고는 했다. 그 다음을 알면 재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마음탐험을 결심하고는 수시로 길을 잃었고, 때로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때로는 너무나 환상적인 곳으로 도달하고는 했다. 그래서 탐험을 따라서 도달하는 곳곳의 이야기들을 담은 지도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지도가 있다고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잡을 수 없는 그곳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한 지도가 아닌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한 지도 그리기이다. 얼마나 매력적인 작업인지 말이다. 마음의 지도에는 상징이 난무했다.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표식들로 가득했다.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없다면 지금 다음도 랜덤의 소용돌이 속을 헤매이게 될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난 나의 푸른노트에 적는다. 

'No answer from him, my love.. but I can hear his voice'

그의 목소리를 따라서 길을 걷고는 잊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른다. 허밍인지도 모르고 한국말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따라가보기로 한다. 꿈속에서도 이렇게 익숙한 걸 보면 분명 한 해 두 해의 인연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란 객관적이지 않으므로 1년 2년도 상대적이다. 아무튼 잠이 들때는 분명 울면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난 마음이 편안하다. 마음과 화해를 시도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고민이 너무 크게 느껴질 때에는 시간의 길이를 느껴본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1주일, 한달, 1년, 100년, 1000년... 1만년...'

그렇게 아득하게 우주너머의 시간의 끝까지 나아가다보다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된다. 

내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커다란 고민 덩어리가 먼지 입자만큼이나 아주 작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 

스웨덴 어딘가에는 9000년이나된 가문비 나무가 아직 살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으로 보면 그 시간은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지만 또 별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시간은 찰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에 닿는 별빛들은 때로 그 수명을 다한채로 도달하기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별들의 속삭임이 도달하는 것처럼 너무 늦지 않게만 응답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또 걷는다.  

그의 목소리는 돌고래들의 초음파처럼 내게 그림 메세지를 던져주었다. 그 그림에는 분명히 바다가 보였다. 그러니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의 하늘에 갈매기 가족이 비행하고 있다는 건 좋은 징조이다. 그의 메세지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생한 메세지는 처음이였다. 왜 바다로 부른 것일까. 원초의 꿈을 잉태한 바다의 모습이였다. 나를 처음의 시작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만 그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마음의 지도 그리기는 그렇게 7일째 계속되고 있고, 오늘은 아마도 목소리 대신에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걸어보게도 된다. 이런 저런 생각속을 유영하는 중에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다. 탐험을 위해서는 밥도 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그런데 식량이 다 떨어져서 고민하던차에 멀리서보니 겉보기에는 16살 소년같은 청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전 아트샤먼사샤예요. 이곳에 사시나요. 혹시 가까운 맛있는 식당을 알고 계시나요?'

'안녕하세요, 저도 이곳에는 처음이예요, 제 직업은 요리사입니다. 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지요. 안 그래도 오늘 저녁은 누구와 함께 먹을까 생각하던 중이였는데 괜찮다면 함께하실래요? 오늘의 메뉴는 브로콜리 캐롯 스테이크랍니다.' 라고 깜짝 초대를 받았다. 

이게 왠 횡재인지, 낯선이의 초대를 선뜻 받아들이는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초대에서는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함께하기로 했다. 그도 역시 나름의 모험을 떠난 상태라고 했다. 겉모습과는 달리 나이도 서른을 넘겼다고 했다. 앞날을 규정짓고 살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없어서, 진짜를 찾아서 여행중이라고 말이다. 난 아직 나의 마음탐험 이야기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냥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그의 메세지를 따라서 걷고 있는 중이였고, 마침 배가 고팠는데 너무나 감사하다고만 설명했다. 그는 나의 이름앞의 네글자에 관심을 보였다. 

''아트샤먼'이라고 하셨나요?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아~ 그건 제가 소통에 관심이 잊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읽고 또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제스스로에게 붙여준 이름이예요.'

그러면서 밥값은 해야하니 타로를 봐주겠다고 했다. 


첫인상과도 어울리게 그도 자유로운 영혼임에 분명했다. 그가 내가 틀어놓은 음악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난 음악으로 공감하는 걸 좋아한다. 여행길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이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음식대접까지 받다니 행복했다. 난 나의 요술 가방에서 (실제로 요술을 부린다기 보다는 늘 무겁고 크고 무엇이든 들어있기에) 아끼는 타로카드를 꺼내들었다. 

'무엇이 궁금한가요? 질문은 구체적일 수록 좋답니다'

'음... 글쎄요. 제가 이곳에서 저의 꿈을 펼칠 수 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떠나왔는데 사실 계획이라는 건 늘 수정하기 위해 있는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지만 요즘에는 가끔 두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자.. 그럼 한 번 운명을 펼쳐볼까요.'

타로 카드를 펼치자 그의 운명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난 솔직한 편이다. 아니 가능한 좋은이야기만을 전달하려고 한다. 나쁜 이야기들도 필요할 경우는 해주지만 좋고 나쁨에 대해서는 개인의 해석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중성적인 톤으로 전하는게 포인트다. 그의 운명은 긍정적이였다. 인간승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기와는 달리 매우 강인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고자 하는 이들의 공통점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강하게 선 자만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당신은 강인한 운명을 타고 나셨네요. 이곳으로 오시게 된건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였겠지요. 그 소리에만 계속 귀 기울여서 나아가보세요. 분명히 원하는 바를 이루실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재미있는건 우리는 또 만날 운명이라고 나오네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는 것도 이 카드속에서 보입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 초대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였어요. 필연적 운명일 수도 있구요. 저 역시 다음의 만남이 기대가 되는군요. 아... 오늘은 너무 오래 신세를 졌네요. 이만 가봐야할 것 같아요.' 

'와우. 멋진 해석이군요.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저를 매료시켰는데 상냥하게 인사를 걸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했답니다. 괜찮으시다면 오늘밤 저희 집에서 묶고 가셔도 되는데요.. 제가 무섭지만 않으시다면요.'


그는 친절했고 낯선 사람이였지만 낯설지 않은 친절함에 흔쾌히 그 초대를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나의 마음은 다음을 기약하라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갈매기 가족의 표식을 따라서 다시 길을 떠났다. 타로 카드가 맞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운명이니 아쉬움은 덜했다. 오랜 여운을 남기는 저녁식사였다. 누군가의 허기짐을 채워줄 수 있는 요리사라는 직업도 꽤나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베푸는자는 강하고 풍요로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함께. 오늘의 랜덤 지도위에도 달빛이 내려앉았다.  


어쩌면 가장 가깝고도 먼 길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였다. 

길을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건 만남과 소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IP *.75.19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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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6:46:12 *.32.193.170

아..언니.. 완전.. 잼있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저녁에 그 집에 머물렀어야지!!! 왠지, 언니 글을 봤을 때, 내 느낌은 그 초대에 응했어야만 했던 느낌인데 말이야!!!!!

 

연락처는 받았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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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21:04:23 *.75.194.69

그치그치? 나도 결말을 그렇게 내고는 후회했다는 다시 고쳐써야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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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9 10:56:06 *.163.164.176

아트샤먼 사샤의 스토리가 재미있다.

내 마음 속에서 갈등하면서 문득문득 들었던 생각들과도 만날 수 있는 공감까지...

더불어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네..

연관성 있게 3~4개의 꼭지를 연재하면 전체적인 윤곽이 들어날 듯.

 

PS. 처음보는 남자를 따라 들어가지 않은 것은 잘했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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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9 14:58:25 *.45.10.22

ㅎㅎㅎ 그쵸? 조금 더 연결을 시켜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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