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하는 인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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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바람을 불러일으켜라
열정이 있는 한 사람이
단순히 관심만 있는 40명 보다 낫다
E. M.
Foster, 영국
작가
열정은 모든 위대한
것의 시작이다. 아찔하고 아름다운 사랑도 열정에서 시작되고 열정으로 완성된다. 역사의 변곡점도 열정의 무리들이 만들어내며,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 시간에 삶을 일으키고 밤 늦은 시간까지 잠 못 이루게 만드는 것도 열정이라는 뜨거움 때문이다. 열정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삶의 의미나 뒤적거릴 퇴행을 걷어차고 지금 살아있음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열정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평범함 위에 위대함을 깃들게 한다.
시인은 노래한다.
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 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 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는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 이병률 산문집 <끌림>
중에서 -
절절한 사랑의 감정
빠졌을 때, 일정기간 그림, 음악 혹은 글쓰기에 깊이 심취했을
때, 사회라는 무대에서 재능을 뽐내며 주연배우처럼 열연할 때 우리는 삶의 어느 한 대목에 '열정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리고는
열정이 없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생기와 관심을 불어 일으키게 된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열정적
시간들을 경험한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오면
우리는 마치 '열정'이라는 것을 애초에 몰랐던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출근길 어느 한 모퉁이에 열정이라는 것을 내려놓았다가 퇴근 후에 찾아가는 사람들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터에서보다 개인 생활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능숙하다. 상사들은 퇴근 후나 주말에 부하직원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그 중 몇몇은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주중에는 통제 받고 무력한 이들이 주말에는
에너지가 충만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주최하거나 참여하고 경쟁적으로 스포츠를 즐긴다. 많은 조직들이 구성원들의
이런 원초적 에너지와 숨겨진 재능들을 기업의 성공에 기여하도록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직원들의 열정을
기업의 성공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성공한단 말인가. 구성원들이 열정을 드러낼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것을 경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경영을 이야기할 것인가.
기업이 열정적인
직원들을 가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연 그것으로 기업의 성공이나 성장을 이야기할 가치는 있는
것인가.
뛰어난 경영전략가
게리 헤멀 Gary Hamel은 그의 저서 <경영의
미래 The Future of Management>를 통하여 이런 궁금증에 대한 매우 유효한 답을
내어 놓았다. 그는 현대 기업이 성공하는데 기여하는 구성원들의 6가지의
능력을 제시하고 각각이 어느 정도의 상대적 영향력을 가지는지 결과값을 제시해 놓았다.
열정 35 퍼센트
창의성 25 퍼센트
추진력 20 퍼센트
지성 15 퍼센트
근면 5 퍼센트
복종 0 퍼센트
-----------------------
100 퍼센트
놀랍지 않은가. 더군다나 뛰어난 창의성이나 놀라운 추진력 또한 열정을 가질 때 배가(倍加)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면 열정은 성공하는 조직문화의 전부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조직의 유전자에 "열정DNA"를 배양할 수 있다면 성공의 35%는 이미 예약된 것이며
창의성과 추진력을 열정의 덤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성공을 키울 수 있는 건 팔할이 바람이다. 열정의 바람이 조직의 심장을 뛰게 할 때 꿈꾸던 미래는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열정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일터의 현장을 생각하면 '열정'과 같은 개념적인 소리는 리더들의 심장에서 멀어진다. 손익계산서에 나타난 최종라인의 숫자나 대차대조표의 자산총액이 미래의 열쇠이고 현재의 경쟁력이다. 그래서 경영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꿈은 고작해야 '작년보다 10% 더'에 그치고 만다. 구성원들의
열정은 필요한 것 이상의 과잉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일에서 열정을 자제하고, 시키는 일의 한계에 머무르며, 일터에서 행복이라는 가치를 떼어낸다. 아무리 열정적인 사람을 데려다 놓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의 특성을 거부하지 못한 무리들처럼 평범해지고 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바 어떠한 사업이나 목적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있다. 그 열정과 희망이 깨어졌을 때 사람은 불행에 빠진다. 당신의 희망과
열정을 파괴하는 망치가 바로 그릇된 세계관이나 인생관 속에 있다. 그릇된 도덕관, 그릇된 습관에서 그 원인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B. 러셀.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의
세계관은 현대 경영에서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인생관이 경영자의
어깨 위에서 끊임없이 휘파람을 불어대고 있다. 러셀이 이야기한 것처럼 현대 경영의 제한된 세계관과 인생관이
구성원들의 희망과 열정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저만치 앞에서
달리는 혁신적이면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다른 숨소리로 호흡한다. 당연한 공리(公理)처럼 받아들여지는 손익계산서의 세계관을 벗어나 경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랑, 행복, 헌신, 열정을
이야기한다. '작년보다 10% 더'에 앞서서 그들은 측정되지 않는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앞서 달리는 기업들의 다른 숨소리를 만나게 된다. 그들의 숨소리는 지쳐서 헐떡거리는 소리가 아니다. 마지못해 달리는 숨소리가 아니다. 무언가를 향해서 열정적으로 호흡하고
심장은 펄떡거린다. 이런 구성원들의 펄떡이는 심장은 결코 특정 조직에만 존재하거나 독특한 것이 아니라
어느 조직에나 존재할 수 있다. 열정의 잠재력은 직원들의 정신과 마음 속에 잠겨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잠재력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반면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은 우수한 자원들이 부족하다고
불평만 할 뿐 사실은 그 자원들을 낭비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10년이 조금 넘는 세월 동안 기업에서 HR(인사관리)담당자로서 일하면서 고민했던 조직문화의 정체성과 의미에 대해 다시금 절박하게 다가서는 과정이기도 했다. 어느 조직에나 일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고 싶은 구성원과 성공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은 리더는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성과를 위해서는 행복을 희생해야 하거나 행복을 위해서는 성공의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것처럼 두 개의
가치는 서로 섞이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 두 개의 가치를 섞이게 할 수 있는 촉매제가 '열정'이다. 구성원에게는
행복을 조직과 리더에게는 성공을 선물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열쇠가 '열정 조직문화'에 담겨있다.
열정은 씨앗과 같다. 씨앗은 홀로 움트지 않는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겨울 땅속을 따뜻한 봄 기운이 스며들어 땅을 숨을 쉬게 하고, 부드러워진 땅 속으로 우주의 기운이 스며들고, 적당한 수분이 공급되고, 넉넉한 햇살이 애무할 즈음 씨앗은 움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조직에서 열정은 씨앗과 같다. 씨앗이 움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 꼭꼭 감추어둔 비밀처럼 가슴 깊숙이 찔러넣은 구성원들의 사랑을 드러나게 하자. 그들의 마음에서 꽃이 만발할 수 있도록 바람을 불러 일으키자. 고단한 일터에서 열정이라는 꽃이 피고, 사랑이라는 열매가 맺는다니 그 바람을 거부하지 말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