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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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고 조마조마해서 일이 도통 손에 안잡히네요.
온갖 후회와 참회(?) 그리고 회한(ㅠ)이 몰려들어요. 그렇지만 이미 '탈대로 다 타버려'서 게다가 '깨어보니 정오'가 되어버린 이 마당이니.
이번 경연을 통해서 저 자신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저, 체력이 되더군요! 항상 약체인 줄 알았는데 밤을 지새도 끄떡없는 강철 무지개 같은 체력!
이걸 알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글 중에서 몇 가지가 있는데.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 급작 다른 심상이 떠오른 경우가 그렇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과제에서,
저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빌려서 "역사는 순수하게 재미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이런 논조를 일부 폈었습니다, 만,
샤워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러셀은 영국 사람이고 나는 한국 사람이다. 내가 예전에 대영 박물관에 갔을 때, 나는 그저 역사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가? 그 많은 약탈품으로 일궈낸 문화의 보고를 보며 간접적 상실감에 빠지지 않았던가... 학교에서 국사를 배울 때, 현대사에 들어서 나는 국사 배우기가 얼마나 괴로웠던가. 한 줄, 한 줄, 겨우겨우 완곡하게 표현해낸 굴욕과 슬픔의 역사. 정말 역사를 재미로, 그저 순수한 취미로 소비할 수 있는가? 유태인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 나온 엘리 비젤이 한 연설에서 <위험한 무관심>을 말하며 피를 토할 때, 나는 왜 나의 역사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역사를 잊기를 바라는 사람과 잊어서는 안되는 사람 사이의 싸움. 정의. 나는 역사를 너무 쉽게 논하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퇴고의 퇴고를 반복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역시 아쉽습니다.
글에 대한 철학에는 확신이 있었건만, 급하게 좇기다보니 어느덧 내 자신의 철학에서 멀어진 글이 되기도 하더군요. 이 점도 아쉽습니다.
지금은 그저, 머엉 - 하네요. 그로기 랄까요.
나비가 되기 위해 동작을 멈춰 선 번데기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