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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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싱크대 위에 빨래집게로 고정된 종이 한장을 보았습니다.
어머니가 하실 일을 순서대로 적어놓은 종이였죠.
5위는 하루 지나면 쌓이는 빨래
4위는 반찬사는 롯데슈퍼
3위는 좀 더 싸게 사는 홈플러스
2위는 공과금 처리하는 우리은행
그런데 1위에서 시선이 멈췄고, 가슴이 뭉클해 이렇게 찍어두었습니다.
'1. 진호바지'
아마도 언젠가 회사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을테고, 흘려 말했었겠죠.
어머니는 적어두고 잊지 않고 계셨던 겁니다.
생각해보니 군대 있을 때 말고는 제 옷을 제대로 다려본 기억이 아득합니다.
30년 넘게 부모님과 함께 살아오다 얼마전 동생과 함께 집을 나와 이사한 후 와이셔츠를 다리며,
그게 얼마나 지루하고 신경쓰이는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는 다릴 필요 없다는 저의 말에도 언제나 꾹꾹 다리미를 눌러 제 가슴을 펴주셨었죠.
오늘 새벽에는 부모님께 손편지를 씁니다.
새로 이직한 회사의 규격봉투에 용돈을 두둑하게 넣어 함께 드릴 생각입니다.
저녁에는 케익을 사들고 동생과 집에가서, 어머니가 준비하신 무한 리필 스테이크도 왕창 먹을겁니다.
그렇게 부모님과 대화하는 하루.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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