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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5일 12시 08분 등록

오르페우스이야기.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입니다. 아버지는 오이아그로스 어머니는 9명의 무사이 신중 칼리오페입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내용에서는 스스로 아폴론의 아들이라고 하는 대목도 보입니다. 그는 님프인 에우뤼디케와 혼인을 하는데, 결혼후 얼마 되지 않아 에우뤼디케는 요정들과 함께 들판을 거닐다가 뱀의 독니에 물려 죽습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견디다 못한 오르페우스는 저승의 왕 하데스를 만나기 위해 타이나로스 문(저승문)을 통과하여 스튁스의 땅으로 내려갑니다. 그는 저승의 왕인 하데스와 왕비 페르세포네 앞에서 수금(하프)을 타며 그의 사연을 노래합니다.

“꽃다운 나이에 뱀에 물려 청춘의 꽃을 마음껏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아내 때문에 왔습니다. 아내의 죽음을 견디기에는 저의 마음이 강하지 못합니다. 참으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아모르(에로스)신의 조화가 너무나 힘에 벅찹니다. 두분께서도 아모르신을 아실 겁니다.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저희들은 빨리 오든 늦게 오든 모두 이곳으로 와야합니다.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한 살이를 마치면 하데스신께서 다스리시는 이곳으로 오게 되어있습니다. 제 소원은 그 동안 제 아내를 저에게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일 신께서 거절하신다면 저도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제 아내를 돌려주시든지 저를 이곳에 잡아두시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오르페우스의 노랫말에 저승망령들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데스는 이 가인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에우뤼디케를 불렀습니다. 저승의 왕은 오르페우스에게 한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부인을 데려가되 아베르노스(저승의 입구)를 다 벗어나기까지는 부인을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뒤를 돌아본다면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가  땅거죽과 가까운 곳에 이르렀을 때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혹시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근심과 걱정,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고 맙니다.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저승 땅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오르페우스가 아내의 손을 잡으려 내밀었으나 그의 손끝에는 아무것도 닿은 것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 죽어가면서 에우뒤디케는 남편에게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남편에게 작별인사를 해 보지만 그 소리는 오르페우스에게 들리지 않습니다. 아내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있는 저승으로, 남편은 지상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지상으로 올라온 오르페우스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는 다시 스튁스강을 건너보려 하지만 뱃사공은 거절합니다. 슬픔과 눈물로 지낸 세월이 봄에서 다시 봄이 오기를 세 차례, 그 동안 그는 어떤 여자도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다시는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였지만 그의 주위에는 속을 태우는 여자가 많았습니다. 속을 태우던 여자들은 오르페우스에게 앙심을 품게 됩니다. 그 후로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과의 사랑을 좋아하게 됩니다. 트라키아인들에게 동성애의 풍습을 처음으로 전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가 자리를 잡고 수금을 타며 노래하기 시작하면 나무들도 이 가인을 위하여 가지를 구부려 그늘을 만들곤 했답니다. 그의 노래는 매우 다양하여, 삼나무로 변신한 퀴파리소스이야기, 천궁에서 술을 빚고 유피테르 대신에게 술잔을 드리는 일을 하는 가뉘메테스이야기, (아이리스)이 된 휘아킨토스이야기, 창녀가 되었다가 뒤에 돌이 되어버린 아마토스의 처녀들 이야기, 진짜 여인이된 상아상을 만든 휘그말리온 이야기, 몰약이 된 뮈라이야기, 아도니스의 탄생과 변신이야기등. 이야기를 마무리할 즈음 트라키아 여자들 눈에 오르페우스가 띄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을 업신여기는 오르페우스를 보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녀들에 의헤 오르페우스는 사지가 갈가리 찢긴 채 사방으로 흩어지고 머리와 수금은 강물에 실려 레스보스섬에 이르고, 그의 망령은 낯익은 저승 땅으로 내려가서 에우뤼디케를 만납니다. 둘은 뒤돌아보아도 시비하는 자가 없는 하데스가 지배하는 땅에서 지내게 됩니다. 오르페우스를 죽게 한 트라키아 여자들은 박쿠스축제에 참가하던 여인들이었습니다. 저명한 시인인 오르페우스를 죽게 한 여인들이 자신을 따르던 여인들인 것을 알고 상심이 컸습니다. 이에 그 여인들을 참나무로 변신시켜버립니다. 여인들이 변신한 참나무는 유피테르 대신의 신목이기도 합니다.

 

선정이유

 

1.     오르페우스는 예술가의 피를 물려받은 시인이자 음악가입니다. 노래와 연주솜씨가 뛰어납니다. 그가 연주를 하며 노래를 하면 그늘이 없는 들판에도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하여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줄 정도입니다. 내게 그런 제주가 있지는 않지만 시와 음악을 즐기는 것은 좋아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지요.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 때문입니다.

 

2.     그의 한결 같은 사랑입니다. 언젠가는 하데스의 땅으로 가야 하는 인간이 그 생명을 걸고 아내를 찾아갑니다. 물론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은 없습니다. 그 기약 없는 길을 선택한 사랑에 한 표 던집니다. 인간이 걸고 할 수 있는 최대의 배팅은 목숨입니다. 돈도 권력도 아니지요. 단 하나이고 부활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 이니까요. 살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하나가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     그의 인생살이 모습입니다.

그의 아내는 두 번 죽습니다. 한번은 뱀에 물려서 한번은 남편 때문에. 자포자기와 정신이 들락날락 하는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오르페우스의 삶은 시, 노래와 함께하는 삶이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물론 본인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지요. 일과 사랑이 늘 함께하면 좋겠지만. 인생살이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 합니다. 원하는 것과 현실은 늘 조금씩 괴리가 있지요. 이만큼 살아오고 나서 느끼는 것입니다.

살아냈고 살아갈 인생살이에 기대어 생각해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이세상에 던져진 내 삶의 모습이어야 할까. 사랑이 찾아오면 목숨을 걸고 사랑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천복을 찾아 목숨을 걸고 사는 것. 오르페우스의 삶은 그런 모습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신화>

 

연이의 고향은 아프로디테(비너스)라고 불리 우는 행성입니다. 그곳은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그녀의 성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성이 몇 개 있는 정도이고 그나마 숲 속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들이 겨우살이 준비를 하느라 잎을 떨구면 그 자그만 성은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녀는 창 밖이 보이는 책상에 앉아 책을 보며  눈 구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봄이면 지천에 피어나는 온갖 풀과 꽃들. 겨울을 견디고 나온 작고 예쁜 꽃들이 바람과 친구하며 놀자고 합니다. 그녀도 함께 놀곤 합니다. 그녀는 봄에 피는 제비꽃을 특히 좋아합니다.

 

손님이 오셨군요. 요즘 이 별의 트렌드입니다. 다른 별에서 배우자를 찾는답니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가 지배하는 행성에서 그녀에게 매파가 왔습니다. 매파가 가지고 온 상대는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성을 진구에게 맞기고 지구라는 별로 오게 됩니다.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끝없는 모래가 아름다운 곳이네요. 야자수가 어우러진 오아시스에는 온갖 것이 다 있습니다.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과일들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연이는 평화로운 삶을 이어갑니다. 물론 아이도 낳았습니다. 사내아이들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시커먼 기름이 나오는 땅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나…지구라는 별에서는 유용한 물건인 듯 했습니다. 가이아신이 지배하는 곳에서의 삶에 그런대로 적응하며 살아온 듯 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꾸릴만한 나이가 되었지요. 남편은 여전히 매우 바쁩니다. 하늘을 나는 물체를 타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닙니다. 그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남편이나 아이들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보다 자주 두고 온 고향생각이 난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돌아가겠지요. 고향 별로. 나무와 바람과 꽃이 그녀를 맞아줄 그 별로 말입니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아라비아반도라고 부릅니다. 이곳은 여자들이 돌아 다기에는 적당한 곳이 아닙니다. 산책을 좋아하던 그녀에게는 좀 답답한 곳입니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 답답함이 좀 달래지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수 백년 전의 과거로도 몇 천년 후의 세계로도 그녀를 자유롭게 데려다 줍니다. 우연히사막별 여행자라는 책을 보고 사하라유목민이었다는 무사 앗사라드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살았다는 사하라도 연이가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합니다. 그녀는 앗사라드에게 메일을 씁니다. 사하라에서의 생활과 프랑스로 가게 된 상황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입니다.

 

답이 왔네요.

무사는 친절한 남자군요.

연이는 자신의 고향 별과 지금의 생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실 그녀처럼 다른 별에서 지구로 와서 생활하고 있는 여자들이 꽤 있습니다.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또 그 고향에 돌아가고픈 소망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지구에서의 생활이 좋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그리워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망이니까요.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듯이 말입니다.

그녀는 앗사라드의 방법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서 살아보는 것입니다. 앗사라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책을 쓰고, 새로운 세계, 프랑스에서 잘 살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날부터 연이는 만날 수 있는 책을 부지런히 만나서 읽습니다. 접할 수 있는 책은 다 봅니다. 여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책들을 한곳에 앉아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책을 보다 보니 친절한 선생님이 많네요 책 속에는. 그녀가 모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네요. 상상하는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언젠가는 연이도 책을 한 권 써보리라 마음먹습니다.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며 책을 보니 더 흥미진진합니다.

 

한 권 두 권 매일 책을 보다 보니 어느덧 1000권이 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연이도 이제 백발이 다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살았다는 증거이겠지요.

그 동안 그녀에게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제 살길을 찾아서 그녀 곁을 떠났구요. 열심히 살던 남편도 지난해에 하데스의 세계로 내려가셨습니다. 정신 없이 살던 남편이 그녀에게 남겨놓은 것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돈 입니다. 그는 가져가지도 못할 그 돈이란 것을 왜 그렇게 열심히 모아놓았나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녀도 마지막을 정리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합니다.

자신의 별과 비슷한 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의 마지막 작업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서 제일 큰 섬 제주도.

그녀의 고향과 비슷한 바람이 있고 아름다운 꽃과 특히 삼나무길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남편이 남겨놓은 돈을 정리하여 재단을 만듭니다. 남편의 나라는 빈부의 격차가 많습니다. 그 나라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

 

생각했던 것보다 이곳은 더 좋습니다. 모래가 많지도 않구요. 햇살도 따갑지 않습니다. 이슬을 머금은 풀 냄새를 맡으며 나서는 산책은 고향 별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특히 1112번 도로를 좋아합니다. 삼나무가 빼곡한 길이지요. 삼나무는 사슴을 사랑했던 청년이 변신한 나무입니다. 자신의 실수로 사랑하는 사슴을 죽게 한 나머지 영원히 슬퍼하게 해 달라는 소원에 아폴론 신이 삼나무로 변신하게 해 주었답니다. 하늘로 쭉 뻗은 나무는 잘생긴 청년을 연상케 합니다.

곧고 바른 나무. 피톤치드라는 좋은 물질을 많이 내 뿜는 다네요.

 

그 길을 걸으며 생각 합니다.

그 동안 많은 책을 써 왔지만 이제 마지막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친구에게 돌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그 친구는 지금도 나의 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호호백발이 된 친구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연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벌써 며칠째입니다.

 

방 한 칸에 거실 부엌이 전부인 그녀의 집에 가 봅니다.

커다란 유리로 만들어진 거실에 책상이 보입니다. 작은 의자도 있네요. 책상 위에는 책이 한 권 놓여 있습니다.  삼나무를 닮은 친구에게란 제목이군요.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좋아하던 삼나무 산책길에서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기는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비너스라고 불리우는 별에서 삼나무를 닮은 친구와 가이아신이 지배하는 지구라는 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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