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가루(박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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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귀를 자른 빈센트 반 고흐라는 네덜란드 화가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화가 중에 자존심을 위해 자기 눈을 스스로 찌른 이가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은 얼마나...?
최북.
호생관(豪生館) 붓 한자루에만 의지해 먹고 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 호입니다.
또한 이름인 북北을 파자(破字)하여 칠칠(七七)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칠칠이는 바보, 병신을 일컫지만
칠뜨기의 다른 말이기도하지요. 시, 서, 화 삼절이었으면서 '최산수'로 불렸을 만큼 개성적 진경산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통신사절단을 따라 일본에 갔을 때에는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일본 남화의 대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기도한 조선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광기는 때로 예술가의 힘이지요.
이런 그에게 제 눈을 찌른 사연이 몇 갈래로 전해지는데요.
그 중 가장 많이 회자 되는 내용입니다.
어느 한 세도가가 최북을 찾아와 그림을 그려 달라고 청했는데 최북은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때가 아니어서 못 그려주겠노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세도가는 권력을 내세워 최북을 괴롭히는 지경에 이르렀고, 실강이가 벌어진 끝에
문갑 위에 있던 필통에서 송곳을 꺼내어 자신의 한 쪽 눈을 찌르고 난 뒤 이렇게 말 합니다.
"차라리 내 눈을 찌르고 나 자신을 망가뜨릴지언정 남에게 구속 받으며 살지는 않겠다."
이 정도면 최북의 성미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지요.
그리고 그의 이 오만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자존심이었겠지요.
이런 그가 그린 산수화입니다.
조용한 산 속을 그린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이 그림은
중국의 유명한 시인인 소식의'텅 빈 산엔 사람 없지만, 물 흐르고 꽃 피네.'하는 시 구절을
그림으로 옮긴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입니다.
구본형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꿈이 있는 자, 오만하다고.
우리 단군님들 가슴 속에 품은 그 오만을 저는 믿습니다.
화요일까지는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