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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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마음에서 솟아나는 누를 길 없는 세 가지 열정이 나의 인생을 지배했다. 사랑에 대한 그리움,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 버트란드 러셀의 '자서전' 서문의 첫 구절
나는 러셀의 이 말을 들을 때 마다 젊고 아름답고 활력으로 넘치는 나를 상상합니다. 지치고 무의미하고 시시한 생각들에 시달릴 때, 이 말은 내 영혼을 산들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듯한 상쾌함으로 어루만져 줍니다. 그 기쁨의 몇 시간을 위해 남은 여생을 다 바쳐도 좋으리라 믿게 하는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그 앞에 서면 다른 모든 것들은 절멸하고 마는 삶의 황홀을 느끼게 합니다.
1872년 웨일즈에서 태어난 러셀은 자신의 사상에 충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1916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그는 징병을 반대하여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나, 납부를 거부하여 대학에서 강의권을 박탈당했습니다. 2년 후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글을 써서 6개월 구금형에 처해졌습니다. 핵 철폐운동을 벌리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선동한 혐의로 형을 선고 받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사이 옥고를 치르면서도 불멸의 책들을 써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1970년 98세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그의 삶은 자신의 사상을 키워가고 실험하고 실천하는 장(場)이었습니다.
같은 삶이 주어졌는데, 누군가의 삶은 위대하고 누군가의 삶은 어림도 없는 삶으로 남고 맙니다. 어디서 그 차이가 생겨날까요? 누구의 삶이든 또 누군가에게는 그 사람의 존재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을테니 누구의 삶이든, 그것이 아무리 시시해 보여도, 삶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일까요? 난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며, 우리의 행동이 곧 우리라는 것입니다.
러셀의 세 가지 열정을 듣고 있다가 나에게는 그럼 어떤 열정이 나의 삶을 이끌고 있는 지 물어 보았습니다. 어느 날의 일기에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나는 시(詩)처럼 살고 싶다. 어느 날 찾아 온 생각이 나를 살아 있음으로 떨리게 할 때, 나는 그 생각을 따라 바람처럼 일어서 따라 나설 것이다. 쏟아지는 햇빛처럼 혹은 퍼붓는 비처럼 혹은 푸른 들판의 미풍처럼 내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어째서 삶을 시처럼 살 수 없단 말인가? "
이 생각은 우유부단한 나에게 많은 힘을 주었습니다. 내 삶은 직장인이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함으로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한 구루의 나무가 커 가듯 나도 커 가는 듯이 느껴집니다.
당신의 삶을 이끄는 것은 무엇에 대한 열정인지요?
* 매주 보내는 금요 편지는 '내 영혼을 키운 불멸의 명언들' 이라는 타이틀 아래 여러분과 함께 쓰는 책으로 가닥을 잡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내 글과 여러분들의 댓글이 사례를 이루어 한 꼭지를 구성하고 1 년 쯤 지나 50 꼭지가 모이면 책으로 출간해 보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 메일로 보내는 것 보다 길지만 여기에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댓글로 달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더. 댓글 중에서 좋은 글을 골라 본문 글과 짝을 이루도록 하려 합니다. 좋은 생각 나눠 주세요. 당신의 삶을 이끄는 것은 무엇에 대한 열정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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