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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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태어나면서부터 짧은 혀였어요. 이름하여 텅타이(tongue-tie).
전문용어로 '설소대 단축증'이라고 하는데, 설소대는 혀와 아래턱을 이어주는 인대를 말합니다.
그 설소대가 혀 끝까지 붙어있어 혀를 내밀어도 길게 나오지 않고 하트모양이 되지요.
하트모양이 나름 귀여웠는데, 발음이 부정확할 수 있어서 수술을 해줘야 하더군요.
유아기때 수술을 하면 전신마취가 필요해서 부담스러웠어요. 좀 클 때를 기다려 얼마 전에야 수술을 했습니다.
그냥 소아과에 가서 담요로 몸을 고정하고 잘라줬어요. 더위와 긴장 때문인지 땀을 줄줄 흘렸습니다.
수술은 간단히 끝났습니다. 생각만큼 많이 자르지 않아 혀가 아직 짧은 것 같지만 언어 생활에 문제는 없을거에요.
<텅타이 수술 전 민호>
수술 전, 무서워하는 민호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냥 톡 자르기만 하면 되고, 아프지도 않을꺼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예전에 머리가 쇠 문에 찧어 크게 찢어졌을 때에 비하면 이건 수술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죠.
그땐 머리에 호치케스를 여러개 박아 고정할 정도로 크게 다쳤었거든요.
끝나고 아이스크림 많이 먹자고도 했구요. 민호는 당연히 이렇게 외쳤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은데 병원은 가기 싫어!"
제가 딱 민호 나이때 마당 계단에서 미끄러져 입술 밑이 찢어진 적이 있었어요.
과자를 먹고 있었느데 피와 과자가 엉켜서 엉망이 되었죠. 할머니와 동네 병원에 가서 세 바늘을 꼬맸습니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 바라본 밝은 조명. 마스크를 쓰고 수술복을 입었던 의사가 생각납니다.
저녁에 엄마가 퇴근하면서 그 시절 귀하다는 바나나를 사오셨습니다. 꽤 비쌌을 거에요.
요즘처럼 한 송이가 아니라 낱개로 팔았던 것 같아요.
엄마는 바나나가 부드러워 제가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전 입을 벌릴 수가 없어 그것조차 먹을 수 없었지요.
옆에 있던 동생이 먹는 걸 부러워하며 침만 삼킨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기억이 오래동안 남는 것은 수술보다 바나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빠의 수술과 바나나 이야기를 해주며 민호랑 키득 거렸습니다.
"넌 마취도 안 할꺼고 아이스크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꺼야, 넌 좋겠다"고 했죠.
크면서 안 다칠 수 있나요. 병원 수술대에 안 누워 본 사람 있나요.
찢어지고 피 터지고 꼬매고, 시간이 지나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오래 남기도 하지요.
마음의 상처도 그러하겠지요. 크면서 가슴 아픈 일이 없을리 있나요.
상처받고 아파하고, 치유하고 씻어내지만 커서도 가끔은 통증이 느껴지는...
다만 아이스크림이나 바나나처럼 그 때를 기억할 수 있는 달콤한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텅타이 수술 후 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