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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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나는 어려서 말을 더듬어 발표회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얼굴색은 홍조가 되어 얼굴이 화끈
거리고 등에서는 땀을 흘린 기억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이 되면 담임 선생님이 호출
하면 자리에서 읽어나 책을 읽어야 했다. 이 때마다 나는 내 이름이 호출 될 까봐 손에 땀이
나곤 했는데, 막상 이름이 호출되면 자리에서 일어나나 책을 잘 읽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더듬거림이 심했다. 이런 기억을 되 살려 내는걸 보면 나는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다.
군에 있을때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다. 갑자기 윗 상사를 만나게 되면 경례를 제대로 못했던
기억들이 있었다. 당시 상황은 매우 당혹스럽기도 하고, 뭔가에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이
싫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에 변화가 생겼다.
어느곳을 가든지, 누구 앞에서더라도 내 안에 두려움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나를 볼 때 외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의사 표명도 잘 하고, 자신이 하고져 하는 일을 위해 주변을 설득하는 일에도 매우 적극적이면서 열정적이다. 때로는 열정이 주위를 변화 시키는 에너지 이기도 하지만, 냉소적 사람을 만나면 폭발 하기도 한다. 아내로부터 듣는 조언은 이렇다. ‘내가 재빠르게 앞으로 돌진하는 행동은 사색적이고 조심성 많은 사람들을 폄하 하거나, 그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주위사람은 나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어린 시절 말을 더듬고, 부끄러워 하고, 얼굴이 벌거지는 경험을 한 나의 내면속은 조심성 과 소심함으로 싸여 있는 내성적인 사람인 듯 하다
아내로부터 ‘셈세한 민감성으로 균형 감각을 유지 하는게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을 대마다 기분은 나쁘지만 나의 행동에 대한 반성을 하 곤 했다. 내성적인 성향 때문인지 어떤 일 이 닥치면,
정보를 철저히 소화하고(어떤 결정을 내리기전에),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내 안에 소명의식 같은 강한 책임감이 생겨난다. 내 안의 에너지가 한 곳에 모여 열정적인 힘을 발휘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책임감이 강한 리더’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이런 특성들이 상사에게 인정을 받게된 이유 이기도 했고, 조직을 결속시키는 에너지 이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 일을 한 기억이 많다. 회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 했기 때문에 별 미련이나 아쉬운 것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조직을 갖고 일하는 리더가 자기에게만 충실해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돕지 못한다.
나이 어린 부하 직원들에게는 좀 더 이해 하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리더가 어떻게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처해 있는 조직에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히고,
나 자신마져도 다른 상처를 받곤 한다. 원인은 ‘성급함’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 할 것은 위로 올라 갈수록 ‘기다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인내심 이라는걸 알고 있다.
(내가 모신 거의 대부분의 사장님들조차 일을 지시 한 후 1시간 이내 결과를 물어 보신다.)
‘일’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일본의 이나모리 가즈오 라는 경영자는 ‘일은 자기의 얼굴이고, 자신을 수련하는
과정이고 일의 결과는 자신을 표현하는 결정체’라고 말 했다.
경영자로써 오너로써 사업을 일군 창업자로써 살아온 그의 인생 철학이 나는 좋다.
나는 지금까지 일이 나에게 나를 수련하는 과정이었고, 나를 표현하는 결정체 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나모리 가즈오 처럼 나는 오너가 아니기 때문에, 때도 되기전 에 정든 직장을 떠나거나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 한다.
최근까지 이런 일로 ‘분노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위해 책을 읽고, 현장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
‘목표에 쫒기고 숫자가 인격이 되는 굴레’ 그 자리에 인생의 의미들을 차곡 차곡 채워보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만들어질 세상….그것은 "작고 볼품없는 회사들이 강한 회사가 되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수 있기를" 소원하면서 살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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