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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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나이에 꿈을 접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한다. 그러나 나는 편안하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지금이 나는 행복하다.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을 찾은 것이다. 몸은 점점 굳어가도 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는 하루는 절망적이지 않다. 설레는 가슴으로 내일을 기다리면 하루가 편안하게 흘러간다. (중략) 구원은 멀리 있지 않다. 두려움 없이 기꺼이, 기쁘게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구원일 게다.
- 사진작가, 故 김 영갑 선생의 자서전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중에서 -
------------------------------------------------- 우연히 어떤 사진을 보았습니다. 한 장의 사진에서 존재의 전 질량이 담겨 있는 것 같은 무게감이 전해졌습니다. 책을 통해 작가의 글과 제주의 풍경사진을 만났습니다. 한 평생 남의 인정이나 평가를 구하려 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진실하려 했던 그 진정성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루게릭병이라는 시한부 인생앞에서도 꺽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을 보며 눈물이 흘렀습니다. 고인은 셔터조차 누를 수 없을 정도로 퇴화되어가는 근육으로 '두모악 갤러리'라는 공간을 만듭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앞마당에 한줌의 재가 되어 흩어져 있습니다.
그의 몸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의 영혼은 죽는 날까지 행복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니고 고통이 한 순간도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지만 그의 영혼이 기쁠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주말에는 새봄과 함께 찾아온 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들을 속초에서 만났습니다. 새 연구원들은 가장 먼저 ‘죽음 체험’을 경험하였습니다. 새로 시작하려면 먼저 끝내야하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보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울음을 터뜨렸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울음으로 시작한 연구원 활동이 1년 후에는 웃음으로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새로운 삶을 위해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했을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납니다. 그것은 운명입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것 또한 운명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울면서 죽지만, 누군가는 웃으면서 죽기도 합니다.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가슴이 원하는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이라면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비록 그 길이 죽음을 재촉하는 지름길일지라도...
- 2008. 4. 8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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