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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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깎는 시간 – 김재진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이야기 할 때 있습니다.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눈 위의 발소리처럼
내 마음 속의 백지 위로 누군가
긴 편지 쓸 때 있습니다.
한 쪽 무릎을 세우고
뭔가를 깎아 보고 싶어 연필을 손에 쥡니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겨울 저녁 9시
유리창에 김이 서립니다.
내 마음에도 김이 서립니다.
때로 몸이 느끼지 못하는 걸
마음이 먼저 느낄 때 있습니다.
채 깎지 않은 연필로 종이 위에
‘시간’ 이라 써 봅니다.
좀 더 크게 ‘세월’이라 써 봅니다.
아직도 나는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 64쪽)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맞이를 하러 가지는 못하였지만 TV를 통하여 일출이 만들어내는 오메가 형상을 지켜 보았습니다. 어제 떠오른 해와 오른 떠 오른 해가 다르다면 다르고 혹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구 본형 사부님이 진행하시는 EBS 고전 읽기 중에서 지난 번 릴케의 글을 살펴 볼 때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시라는 것이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여러분은 인용된 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마지막에 있는 “아직도 나는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군요.
새해를 맞이해서 올 한 해에도 내게 허용된 사랑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내게 허용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실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복을 받기 보다는 복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올 한해도 모두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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