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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번 방문하는 곳이지만 이곳은 변함이 없다.
건물의 외벽, 방안의 액자, 성당안 풍경 하다못해 안내 카탈로그 하나까지.
방은 소박하다.
딱딱한 나무침대, 작은 책상과 의자, 스탠드와 성서, 십자가.
성당에 들어가 묵상을 해본다.
서울에서 일찍 서둘러 온 탓인지 잠이 무던히 쏟아진다.
이곳에까지 와서 졸음이 쏟아지다니.
나의 의지를 탓해야할지.
이리 끄덕 저리 끄덕. 괘종시계의 그놈처럼 고개는 좌우로 흔들린다.
한습관이 다른 습관으로 들어가기가 이렇게 힘이 들다니.
더불어 잡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한심 그 자체.
그럼에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그 맑음으로 비집고 들이미는 것이 어쩌면 진인(眞人)이 되기 위한 방법이 될지 모르겠다.
그랬기에 연구원 생활이 시작 되었고 그랬기에 나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려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으리라.
신이 마련해 두신 그 자리에도 우리가 할 일은 그런 일.
방에 앉아 글을 쓴다. 텅 빈 공간속 침묵 안에 오랜만에 펜으로 글 쓰는 소리만 종이위에 서걱거린다.
글자 하나하나는 내 마음을 닮고 그 마음은 활자화가 되어 백지의 여백위에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 하나하나가 모여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다시 외침이 되어 나를 뚫고 세상으로 나간다. 외침의 알림. 그것이 책이다.
기도시간. 각자의 작은 울림으로 세상에 고하는 성스러운 그녀들.
그들의 감미로운 노랫소리는 밖으로 외부로 들리지 않지만, 어쩌면 드러나는 그것보다 강한 울림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작지만 가냘프지만 여리지만 무언의 묵직한 힘으로 사람들을 세상을 변화시킨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면서도 틀에 박힌 쳇바퀴 생활을 하다보면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일탈과 변화를 동시에 꿈꾼다. 인간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저녁 9시 취침.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잠자리에 들었지만 뒤숭숭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육체의 피곤함에도 잠이 쉬들지 않는다. 춥다. 이불을 둘둘 말고 스토브의 온도를 올린다.
나는 왜 다시 이곳에 왔을까. 잠자리며 모든 게 불편한 이곳에 나는 또 고생을 사서하며 왜 걸음을 하였을까. 오기 전까지 그러더니만 와서도 갈팡질팡. 간사한 나의 마음. 이런 마음을 그분은 어떻게 헤아리실지.
밤. 정말 어둡다. 도시의 세속적인 불빛이 없어서인지 방의 형광등을 끄니 앞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 어느 정도 어둠에 익숙해지면 조금씩 보일법도 한데 이건 도무지……. 겁이 난다. 무서움. 머리카락이 쭈뼛. 이곳은 그분이 계시는 곳임에도 겁 많은 중생은 밤새 잠을 설친다.
종소리. 새벽 3시30분. 간단한 세면 후 성당으로 향한다. 새벽의 불을 밝히기 위해 그녀들은 나와 있다. 그리고 ‘하느님 날 구하소서. 주님 어서오사 저를 도우소서’ 라는 멘트, 성호경과 함께 그날 하루가 시작된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과 함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수도 없이 듣던 구절이지만 새삼 느껴진다. ‘처음과 같이’라는 문구. 언제나 처음의 그 마음처럼.
하루 24시간 몇 차례나 반복되는 그녀들의 행위. 지정된 장소, 정해진 시간, 일률적인 기도문. 지겹지 않은지. 짜증나지 않는지. 바깥세상으로 다시 나가고 싶지 않는지. 그런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는 것일까. 그녀들과 함께 동참하다 보니 갑자기 한 생각이 든다.
‘똑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는 힘’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아닐까.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이 아닐까.
일생동안 한곳에 정주하며 한정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새벽 3시30분부터 저녁 7시 40분 끝기도와 잠기도로 노동하고 기도하는 365일 반복되는 그녀들의 생활.
그 생활 속에서 어떤 이들은 갈증을 느끼고
그 생활 속에서 어떤 이들은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그런 가운데 중요한 것은 자기관리.
회사생활에서도 하루 술을 진탕 마시며 밤을 새다보면 반드시 다음날 업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것은 강도가 더해진다.
공동체 생활 조직생활에서는 자기관리가 필수.
한번 삑사리가 나면 그 여파는 연달이 이어진다.
세속의 생활습관이 낯선 환경으로 젖어들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글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똑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는 힘’.
그렇게 하기위해 일상의 노력을 반복하게 일으키는 힘을 찾아야 하고 키워 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래 살아 나갈 수 있는 힘 생존력이다.
그 차이는 뭘까. 그것은 뭘까.
거기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흥미, 적성, 가치관, 스타일, 특질, 추구하는 것. 무엇이든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엇을 붙들고 키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나가고 일으키는 힘이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붙들고 나가는 힘.
다시 출발한 그곳으로 돌아 가기전 혼자 성당에 앉아 십자가를 바라본다.
성당에 혼자 앉아 있다는 건,
홀로 세상을 안는다는 것이다.
홀로 세상을 안는다는 건 홀로 세상을 스스로 맞선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그 내공은 어느 한순간 나오는 게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굳은살을 하루 이틀 키워 나가야 한다.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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