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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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200만 이자를 받는 사람이 왜 걱정을 해요?”
아침 신문을 들고 아이가 묻는다.
‘자산가들 종합과세 기준 변경에 맨붕…과세표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출근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요즘 정기예금 금리가 얼마인지 아니?” “….” 아이가 알리가 없지. “요즘 정기예금 금리는 4%가 채 되지 않는다. 연 4%를 가정해서 한 달에 200만원을 이자로 받을 려면 원금이 6억 정도 있어야 해. 그렇게 일년 동안 이자를 받으면 연간 금융소득이 2,400만원이야. 이런 사람들이 지난해까지는 괜챦았는데 올해2013년부터 종합과세 신고를 해야해서 그것을 걱정한다는 말이야. 지난해 까지는 금융소득이 4천만원을 초과해야 종합소득신고대상이었거든. 한 사람의 금융소득 기준이니 결혼한 부부라면 합산해서 12억 정도 이상 금융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지.” 아이에게 설명을 하면서 대강 어떤 내용으로 신문기사를 썼을지 짐작이 되었다.
“엄마! 6억이면 돈이 많네..그런데 왜 세금 내는 것을 걱정해?”
“어…지난해 까지는 내지 않아도 되었던 세금을 올해부터 내야 한다니까 하는 소리야. 돈이 많은데 세금을 내면 되쟎아! 돈이 없는 사람한테 세금을 내라고 하면 돈이 없으니까 걱정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데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왜 걱정을 하지? 그냥 내면 될 텐데…”. 듣고 보니 아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 “그러게…” 이것을 설명하고자 하면 다른 디테일이 필요하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그 내용은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 출근도 해야 하고 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이 간단하게 마무리될 성질이 아니라서 이렇게 답을 했다.
“우리는 괜챦아? “어…”, “금액이 낮아졌는데도 괜챦아?” 상황이 조금 이해가 되었는지 이렇게 물어본다. “어…괜챦아.” “알았어.” 하고 제방으로 가버린다. 아이가 들고 온 것은 중앙일보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집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했는가 보다. 대답을 하고 나니 그러네…남들은 과세표준이 내려와서 세금을 더 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는데 그것에서 자유로운 나는 무엇인가. 일간지가 다루고 있는 기사들의 대부분이 특정인에게는 중요하고 그 밖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신문을 받아 들면 맨 뒷 페이지부터 펼쳐서 제목부터 훓는다. 그러다가 관심이 있는 제목이 눈에 띄면 내용을 읽는다. 업무상 필요하니 읽어보기는 하지만 내가 증권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떠했을까?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아진 금융소득종합과세표준에 나의 반응은 아이보다 더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 어제 아이가 왜 신문에서 그 내용을 읽게 되었는지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국민 중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를 해야 하고, 할지도 모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몇 퍼센트의 사람이 이것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될까. 많지 않을 텐데. 실재로 신고를 해야 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에게나 중요한 이슈이다.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돈이 세금이라고 하니 누구나 절세는 지상목표이다. 특히 내가 하는 일터에서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고객의 절세를 도와주는 일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늘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보니 주변의 모든 현상이 투자와 세금에 맞춰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작 나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이의 질문을 들으면서 비로소 생각이 미쳤다. 그래…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고민하지 않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종합과세표준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내려 갔다고 해서 고민해야 하는 사람은 현재기준으로는 5만명 정도 되고 향후에는 19만명 정도로 늘러날 예정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0.38%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예상인원이 모두 종합과세 신고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분주할 테니까. 그 틈새에 있는 금융상품이나 다른 투자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기준을 가지고 생활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자산으로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다른 형태로 변경할 궁리를 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텐데, 주변 상황이 그리 만만하지 않기는 하다.
나는 한번도 내 아이 같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나는 왜 종합과세 걱정을 안 해도 되지?’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상황에서 그만한 현금자산이 없고, 다른 하나는 자산이 있어도 방법이 있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나는 많이 심플하다.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일.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해온 일이다. 오랜 시간 그 일을 하면서 나한테는 왜 저 사람들만큼 돈이 없지…하는 생각을 안 한걸 보면 나도 정상은 아니다. 내가 상관이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서 고객의 심정을 잘 헤아리지 못했을까.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둔감하게 반응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큰 흐름을 생각하고 그 동안 세금을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고 해도 미래의 환경은 조금씩 달라질 거고.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면 미래에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 돈이 된다. 단답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사람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절세의 수단을 선택하고 그 후의 변화에 대한 시나리오도 그려봐야 한다. 인생이 계획대로 살아지진 않지만 미리 한번 생각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는 모습이 다르다.
누구나 자신의 고민이 제일 큰 법이다. 나의 아이가 신문기사가 이해가 가지 않듯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닌 타인을 한번씩 돌아보는 여유가 함께하는 삶은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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