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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슨 일이람.
12월. 한해가 끝나간다는 아쉬움의 무게가 더해가는 마당에 구조조정 바람이 분다. 명단은 발표 되지 않았지만 직원들 분위기는 이미 뒤숭숭.
사람이 사람을 어느 잣대로서 평가하고 자른다. 능력 혹은 나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업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기준 등으로.
알 만한 사람은 아는지 벌써 누구누구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첫 번째 대상순위는 일단 오십 살이 넘은 사람들이다.
충격. 엄연한 법적 정년이 정해져있는 상황인데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오십. 지천명 이라는 나이에서 하늘을 안다는 나이에 들어서서 그들에게 권고사직이라는 명목의 공고가 통보된다.
이미 예상을 했던 사람.
덤덤히 회사의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이는 사람.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전혀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일련의 이 같은 사건으로 망연자실에 젖어있는 사람.
아무리 일정기간 월급이라는 명목이 제공된다고 하지만 그네들의 무너지는 마음은 어떠할까. 그렇기에 집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못한 채 눈치를 보며 사무실에 출근 전전긍긍이다.
우리부서에도 적잖은 인원이 퇴출 되었다.
그동안의 세월을 말해주듯 손때 묻은 자신의 짐들을 빈 박스에 싸는 가운데 어떤 이는 근로기준법이며 여러 법적인 내용을 토대로 소수의 힘이지만 투쟁에 나선다. 정규직 직원을 함부로 자를 수 없음에도 일어나는 엄연한 냉정한 현실에 절망감을 가슴에 묻고 일어선다.
버림받았다는 조직에서 자신의 효용가치가 이제 끝났다는 먹먹한 현실들.
한길 혹은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생계라는 가정이라는 벅찬 짐을 이끌고 갔던 그네들의 어깨가 이제 해방되고 있음에도 전혀 기뻐할 입장은 아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100세를 추구하는 이 시대에 인생 반환점의 시점에서 회사를 떠난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월마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당근을 이제는 삼자의 입장에서 그리워하게 됨은 어떠할까.
원형탈모의 흔적마냥 듬성듬성 비어있는 공백의 자리. 그 자리의 주인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책상. 텅 빈 공간 당사자의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
서울에 올라와 자취시절 한겨울 아무도 없는 어둡고 차가운 방에 들어설 때의 냉랭함과 사무치는 씁쓸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돌아서는 어깨들. 떠나가는 발자국들. 가장의 역할인 중년의 그들은 이제 어떻게 될까. 무엇을 할까. 오십 줄에 이르러 떠나는 남자들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것이 될까.
자신 노동의 산물인 퇴직금을 바탕으로 한 자영업의 진출, 새로운 기회의 창출, 아니면…….
반면 남은 자들은
자기는 해당되지 않았다는 다행의 안도감을 내쉰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그 살생부의 명단에 해당이 되지 않았음에 마냥 기뻐할 입장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자신도 사십대 중반에 접어들었기에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정년퇴직이라는 이름뿐인 희망으로만 끝나는 상항에 목을 맬만한 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몇 년 후가 되면 저들과 똑같은 입장이 될 터.
자신의 잘났음을 자랑하여도 언젠가는 그들과 같은 동질감에 세상의 쓰라림에 무너지는 시대를 맞이할 터.
작금의 현실과 회사의 이 같은 작위적인 행위에 불만을 표출하는 이도
오죽하면 회사가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오너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도
자신들이 이곳에 남아있다는 것, 내가 이곳에 생존해 있다는 것, 복잡한 감정의 한숨을 내쉰다.
살아남은 이들 중에는
실력보다는
연줄로
흔히 말하는 그렇고 그런 아첨의 달인으로
나아가 오히려 이런 기회를 틈타 승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꼭 저렇게까지 해서 저런 짓거리를 하면서까지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
손가락질을 한다. 뒤에서 뒷담 화를 해댄다.
나도 그러했다. 가장 비굴한 행동이라고 숨어서 욕을 해대었다.
하지만 나도 어느새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나이에 들어섰다.
그런 그들의 행위 기저 뒤편에는 그들에게 딸린 아들딸과 와이프 혹은 병든 노모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들 대학 졸업시킬 때까지 만이라도 어떻게든지 버텨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목메고 있을지 모른다.
혼자만이 아닌 가족 전체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기에 어떤 방법으로 든 생존의 길을 걸어야만 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들처럼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눈에 띄는 행위를 하지 못하는 내가 병신일 듯.
어쩌면 그런 행위를 모방하지 못하는 내가 더 삶에 목마르지 않는 사람일 듯.
어쨌든 그들은 동료가 떠난 자리에도 살아남아 있기에.
누구도 그런 그들을 향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다.
누구도 그런 그들을 향해 그런 식으로 삶을 살지 말라고 욕할 자격이 없다.
그건 굴욕이 아니기에 그건 존재의 팽개침이 아니기에.
그건 자신의 자존심보다
그건 자신의 안위보다
그건 자신의 삶을 넘어선 생존의 길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지 모른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굴욕이 아닌 굴복이 아닌 비굴함이 아닌 살아남는 것이다.
그게 세상살이의 삶이다.
그런데 과연 나는 그 틈바구니의 속함에 끼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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