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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1일 10시 28분 등록

의사소통이나 다른 사람과의 교감에 대해 내가 아는 대부분은, 웅변학원이나 커뮤니케이션 강의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강연과 다른 사람의 강연, 연주를 유심히 관찰한 경험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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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찰에는 음악 연주도 한 몫을 했다.

2년 전 겨울 ‘예술의 전당’에서 본 ‘랑랑 공연’을 잊을 수가 없다.

한 명의 빈자리도 없이 꽉 들어찬 연주장에는 이미 후끈 열기가 대단했다.

랑랑은 중국이 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랑랑이 4세 때, 심양 음악학원의 우수한 피아노 선생을 만나게 되고 5세 때, 10세 미만의 어린이들 5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심양 피아노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1999년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세기의 갈라 콘서트에서 급한 병으로 출연하지 못하게 된 안드레 왓쯔의 대역으로 선발된 것이다.

결과는 큰 성공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일순 침묵이 흐르는 듯하다가 뜨거운 박수가 일었다.

‘번개가 지나가는 듯하였다’ 어떤 비평가가 부르짖었다. 약 3만 명의 청중이 일제히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고 있었다.

 

랑랑은 순간 마음 속으로 이것이 새로운 그 무엇인가의 시작, 나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날의 연주로 랑랑은 그 재능이 높이 평가되어 일약 세계의 각광을 받게 되어 온 세상에 명성을 떨치게 된다.

내가 본 무대는 이미 그를 세계무대에 신고한지 10년정도 되던 해의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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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랑랑은 신들린 듯 연주를 해 갔는데 아무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청중들과 랑랑의 몸은 이미 한 몸이었다. 그와의 호흡은 그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가 물결치는대로 청중도 같이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랑랑의 무대는 랑랑과 피아노와 청중이 하나가 된 삼위일체의 무대였다.

난 피아노와 연주자가 그날 처럼 한 몸이 되어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랑랑은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청중은 자신의 연주에만 몰입하는 연주자에게 주도권을 넘겨 준다.

 

 

아! 청중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를 온 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랑랑의 연주를 잊을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너무나 뜨거운 마음으로 예술의 전당을 빠져나오는

그 시간에 그 해 겨울의 첫 눈 그것도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 명연주자는 하늘도 도와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날의 첫 눈은 랑랑의 연주를 최고의 콘써트에 대한 기억으로 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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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와 청중 사이에 밀접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훌륭한 연주가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음악 연주는 일종의 퍼포먼스이면서 한편의 프리젠테이션이기도 하다.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은 지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성적인 차원에서의 진솔하고 진지한 대화, 공유, 교감이다. 음악을 통한 대화라고도 불리는 연주 중 클래식 만큼 감동적인 것도 없다.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음악을 연주하면 청중과의 교감을 이루기가 훨씬 쉽다.

 

 

사사로운 이해관계나 가로막힌 벽도 없다. 청중이 음악에 감동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불성실함, 수상쩍은 동기, 그 순간 사람들 눈에 드러나지 않는 다른 무엇도 끼어들 자리가 없다.

얼굴에 나타나는 미소,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흔들고, 테이블 아래에서 음악에 맞춰 발을 가볍게 두드리며

서로 교감이 이뤄졌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 교감이야말로 진정한 의사소통이며 황홀한 느낌을 준다.

 

 

나는 특히 그의 실황연주를 좋아 하는데, 따뜻하고 친근하고 힘이 넘치는 스타일로 청중과의 교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훌륭한 음악 연주 실황을 보면서 배운 교훈은 연주자가 메시지를 음악에 실어 전달하지만

 청중과의 교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성공적인 연주는 단순히 악보 그대로 연주하는 행위 그 이상이다.

진정한 연주는 연주자가 연주하고 청중은 듣는 단순한 행위를 초월하는 훨씬 큰 것이다.

 

 

음악 연주와 프리젠테이션의 본질은 같다.

둘 다 발표자와 청중 사이의 거리를 좁혀 교감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런 교감이 없이는 감동을 이뤄낼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I-pad의 현장이 그랬고, 새로운 의학적 치료법을 설명하거나,

카네기홀 연주등 모든 경우에 그렇다. 연주나 프리젠테이션은 발표자와 관객이 따로 노는 일방적인 전시회가 아니다.

쌍방간의 조우다. 프리젠테이션 또한 연주자(발표자)와 그것을 듣는 사람(청중)에 관한 것이 아닌가?

프리젠테이션이란 자기 자신이 아닌 상대방을 위한 활동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요한 메시지다.

 

IP *.9.16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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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10:55:24 *.9.168.103

나의 연주에, 나의 발표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댓글을 보시는 분은 아래  글을 남겨 주시면 감사 ....좋은 한주 되셔요 !

 

제 생각엔 '나를 평가' 하고 있을 거라는 '그 생각' 때문에도 잘 몰입이 안 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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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16:44:52 *.23.223.37

제가 강의를 하거나 발표를 할 때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강의 내용이 완전히 숙지되지 않았을 때인 것 같아요. 

수업도 2번째나 3번째 하는 반에서 가장 잘해요. 

첫번째는 아무래도 중간에 흐름을 자꾸 생각해야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2번째, 3번째는 발표 내용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고, 청중의 반응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몰입이 잘 되곤 해요. 


쓰다보니 결국 준비와 연습인 것 같네요. 

제가 자신있게 할 수 있을 때 몰입도도 높아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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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3 05:29:20 *.9.168.103

ㅎㅎ 맞어 세린아 강의 내용이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은 채

무대에 서는 것은 청중을 기만하는것과 같겠지?

아무리 아닌 척 하고 서 있어도 아마

그 준비되지 않은 에너지는 청중에게 전달될 것이고..

준비와 연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피티의 덕목인듯허이.

대구 마지막날 화이팅..세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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