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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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여태까지 키운 것은 불안이었다
아침으로 먹고 점심으로 먹고 저녁으로 먹는다
내 몸에는 항상 불안이 소화되는 중이다
어쩌다 불안을 굶으면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난다
불안이 제일 먹고 싶다 파를 송송 썰어 넣고
양파를 벗겨 넣고 나중엔 달걀을 풀어 휘휘 젓는다
불안 냄새로 온 실내가 진동하고
불안이 마침내 익으면 불안을 꺼내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는다 꼭꼭 씹어 먹는다
- 시인 박 찬일의 詩 ‘마음에 대한 보고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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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는 동화책을 본 뒤부터 작가인 모리스 샌닥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책이 유난히 흥미를 끄는 것은 아이들의 세계를 관념적으로 미화시키지 않고, 아이들의 내면에 있는 부모에 대한 갈등과 불안을 잘 담아 냈기 때문입니다. 홧김이지만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정도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병약했던 샌닥은 자주 병석에 누워있어야만 했고, 누군가에 의해 ‘잡아 먹히는’ 두려움에 많이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 외로움과 불안을 이기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공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불안과 공상으로 채워진 어린 시절과 단절되지 않았기에 동화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베르베르는 작가가 된 동기를 ‘불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고 늘 밝히곤 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상상력의 원천을 ‘엄청난 불안’때문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는 삶과 단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16살 때부터 4시간 30분씩 꼬박꼬박 글을 써왔다고 하며,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고 합니다. 화가 뭉크는 그의 나이 5살 때 어머니를 여읜 것을 필두로 누이, 아버지 등 가족들을 차례로 잃어가면서 평생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스스로를 ‘요람에서부터 죽음을 안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였으니까요. 그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아마 그림이었을 것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작가 브레히트와 카프카, 다윈, 프로이트 등은 모두 심각한 불안장애 환자였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이 그들의 영혼을 마비시켰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영혼을 더 비상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나요? 하지만 모든 불안이 병적이지는 않습니다. 설사 당신의 불안이 병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당신의 영혼을 파괴할지 혹은 깨워낼지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불안 자체보다는 그 불안에 당신이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이겠지요.
- 2009. 10. 21.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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