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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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우연히 무가지 신문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나른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뒤적이는데 기사 하나가 눈을 잡아 끌었습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싱글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였습니다. 재미있는 답변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남성의 경우는 ‘매일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는 동료를 볼 때’라는 답변이 28%의 지지를 받았고요.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기혼자들을 볼 때’라는 대답도 13%나 되더군요. 여성의 경우에는 ‘회식 자리에서 남편. 아이 때문에 일찍 귀가하는 동료를 볼 때’가 높은 순위를 기록했네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해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런데요,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육아문제’였습니다.
육아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싱글이 좋다는 거지요.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적인 성공이 가장 높은 가치가 되고,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부모가 모두 돈을 벌어야만 하는 세상에서 육아문제가 힘들다는 문제는 다시 곱씹을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일이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입맛이 씁쓸해지고 말았습니다.
첫아이가 태어나던 그날의 감격을 조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허리춤에 둘러진 커튼 아래로 거뭇하게 아이의 머리통이 보이던 그 순간 터져 내렸던 눈물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녀석이 길가에 난 이름 모를 풀을 보고,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가리키며 ‘꽃’이라고 했던 그날의 햇살이 아직도 눈부십니다. 처진 어깨로 어둑해진 밤길을 더듬어 집으로 돌아오던 길, 저 멀리에서 ‘아빠’를 부르며 가로등 불빛을 가로질러 달려오던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선합니다. 어떻게 이 아이에게 ‘문제’나 ‘스트레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그래도 다행히 기사의 끝에는 ‘그래도 싱글보다 결혼이 좋은 이유’가 꼬리처럼 달려있네요. ‘이 세상에 든든한 내편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랍니다. 그렇지요. 정말 내편이지요. 이제 이 새벽이 밝으면 또 하나의 내편을 만나러 병원으로 갑니다. 그 동안 제법 엄마, 아빠의 속을 끓였던 계집아이의 얼굴이 못 견딜 만큼 궁금하네요.
어젯밤, 온갖 부작용과 사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지못해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삶과 죽음이 지척에 있음을 소름 끼치도록 선명하게 느끼는 새벽입니다. 아이의 사진을 예쁘게 담아 다음 주 마음 편지를 띄울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기도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 안내 ***
변화경영연구소의 박승오, 홍승완 연구원이 진행하는 ‘나침반 프로그램’이 11월 1일, 8일, 15일의 3일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20대의 갈림길에서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한 자아탐색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변의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미소는 주원이와 완전 똑같이 생겼어요. ㅎㅎ 깜짝 놀랄만큼~ 조만간에 둘이 세트로 아침 문안인사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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