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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일 17시 48분 등록

  소 면  

                                       -  류 시 화 -

 

당신은 소면을 삶고

나는 상을 차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나무 아래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이 집에 있어 온

오래된 나무 아래서

국수를 다 먹고 내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

포개 놓은 뒤 당신은

나무의 주름진 팔꿈치에 머리를 기대고

잠깐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깐일 것이다

잠시 후면, 우리가 이곳에 없는 날이 오리라

열흘 전 내린 삼월의 눈처럼

봄날의 번개처럼

물 위에 이는 꽃과 바람처럼

이곳에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

우리는 부재하리라

그 많은 생 중 하나에서 소면을 좋아하고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던

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

몇 번의 소란스러움이 지나면

나 혼자 혹은 당신 혼자

이 나무 아래 빈 의자 앞에 늦도록

앉아 있으리라

이것이 그것인가 이것이 전부인가

이제 막 꽃을 피운

늙은 살구나무 아래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단 하나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

두 육체에 나뉘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영원한 휴식인가 아니면

잠깐의 순간이 지난 후의 재회인가

이 영원 속에서 죽음은 누락된 작은 기억일 뿐

나는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경이로워하는 것이다

저녁의 환한 살구나무 아래서

 

                                                   -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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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잠깐일것이다." 

 선생님과의 인연이 그렇게 잠깐으로 남겨지는 것이군요.

 그를 추모하며 <시>를 읽는 그 시간도 봄날에 휘날리는 벚꽃처럼 잠깐 왔다 갈 것 입니다.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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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2 23:47:40 *.12.2.19

좋은 시 감사합니다.

몇 번이나 곱씹어 읽어보며  마음을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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