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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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17일 06시 16분 등록
비즈니스와 글쓰기

모든 일에는 고객이 있다. 이것이 경영의 관점이다. 누가 내 일의 첫 번째 고객인가 ? 이 질문에 대답해야한다. 내가 하는 일의 첫 번 째 고객은 바로 나다. 내가 내 일의 가장 최우선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내 일은 반드시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첫 번 째 소명은 그러므로 먼저 나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깨워 내가 나의 일을 아주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을 ‘자아경영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자아경영’은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먼저 자신에게 적용해 봄으로써 스스로 나아지는 자기수련이다. 그 다음에 비로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내 연구의 기본단위는 하루다. 나는 날마다 무수한 반복보다 무수한 변화를 원한다. 그러므로 내 일은 반복을 거부하는 것이다. 수 없는 반복을 통한 훈련이 아니라 수 없는 변화를 통한 훈련이 내 방식이다. 나는 물결에게서 이 방식을 배웠다. 물결은 무수한 반복이 아니라 무수한 변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그것부터 시작한다. 새벽 2 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글쓰기란 특별한 것이긴 하지만 그 원리가 다른 것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그것은 사업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쓰기는 우선 모방이다. 많은 글을 읽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는 지 두루두루 알아보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사업가들은 그것을 정보를 얻는다하고 글쓰는 사람들은 그것을 책읽기라고 달리 부를 뿐이다.

모방을 할 때의 요령이 두 가지라는 점에서도 사업과 글쓰기는 일치한다. 얼마나 많이 다른 것들을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그것에 깊이 감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업이든 글쓰기든 가슴이 설득 당하지 않고는 자신의 철학이나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글쓰기에 미치는 감정의 힘은 말할 것도 없고, 경영자들 역시 자신의 머리로 이해한 것만 가지고는 경영의 일선에서 그것을 활용하는데 실패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열정과 가슴의 힘 없이는 현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설득은 논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열정을 가진 사람처럼 믿어주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다’라는 노회한 충고를 기억하는 것이다. 많이 보고 많이 감동하는 것은 사업이든 글쓰기든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한 근면한 배움의 요결이다.

글쓰기는 또한 혁명이다. 모방만 가지고는 좋은 글쓰기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연결해야한다. 창조성이란 전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창의적 발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었다. 죽어있는 정신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흥미가 살아나고 열정이 살아나고 삶이 살아난다. 그리고 끊임없이 실험하게 된다. 실험이 곧 창의성이다. 글쓰기에서의 실험이나 사업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모색은 다를 바가 없다. 글쓰기와 사업은 업종은 다르지만 같은 특성을 요구하는 행위라 말해도 좋다.

돈을 번다는 측면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사업을 하면 돈벌이에 나선 것이고, 글쓰기를 하면 돈과 무관한 길을 걷는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쓰기를 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있다. 그들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물론 수가 아주 적기는 하다. 그러나 사업가들 역시 백명 중 하나 정도 번성하는 사업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로 다를 바도 없다. 지금 돈을 벌었다고 훌륭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듯이 베스트셀러작가가 다 훌륭한 작가는 아니다. 이것 역시 돈과 관련하여 사업과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다. 인간이 하는 일들은 바로 그 인간이라는 주체 때문에 종류와 관계없이 서로 닮아 있다.

배우는 방법으로 가장 그럴 듯한 것이 나에게는 배운 것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여 책을 쓰는 것이었다 . 다행스럽게 나는 책을 읽고 감동적인 곳을 골라내어 내 방식으로 걸러 재편하는 데 꽤 능숙하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그것들을 재결합하여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 작업 역시 즐겨한다. 책을 볼 때 ‘변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집중한다. 소설이나 시를 뒤적이거나 역사서를 보거나 전문 서적을 읽을 때 내 주제는 늘 ‘변화’의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늘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야한다. 정리된 강력한 핵심 개념들을 연결함으로써 미래를 현실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상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이야기가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중에 발견한 재능이긴 했지만 내겐 매우 요긴했다. 강점을 발견하고 계발하면 쓸만한 것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셈이다. 강점은 자신이 꿈을 이루게 할 수 있는 도구와 같은 것이다. 어떤 꿈이든 그것을 현실의 세계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도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사나운 괴물을 퇴치해야하는 영웅들이 신으로부터 빌린 날개 달린 신발이며, 뚫리지 않는 방패이며, 잘 드는 칼과 같은 것들이다. 신화 속의 영웅들은 그것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꿈을 이루고 죽은 후에 하늘의 별이 되어 빛나게 된다.

일은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된다. 일이 품삯이어서도 안되고, 일이 다른 삶의 요소들을 희생시켜서도 안된다.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 직업, 삶을 빛내는 직업만이 훌륭한 직업이다.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인가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눈부신 삶을 살게 하는 일, 그 일 때문에 삶을 즐길 수 있는 일, 그것이 위대한 직업이다. 일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도록 스스로의 방식을 발견하고 완성해야한다.


IP *.229.14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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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1.19 12:40:40 *.248.235.10
구칼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들어와서...
책으로, 오프 수업으로 이해하던 선생님의 생각들을  알아볼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글,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새겨두려구요, 어디에? 잊히지 않을 곳에...우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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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18:04:56 *.212.217.154

삶과 일이 분리되지 않도록.

훈련이 필요하겠지요,


깊이있게 모방하기,

폭 넓게 모방하기.


버리고, 

다시생각, 

다시연결.

 

글쓰기와 같은 

나만의 무기, 도구를 찾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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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10:22:14 *.212.217.154

이 글이 마치

선생님이 저에게주는

편지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글을쓰는데에 큰 제주가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연구원 같은 제도도 저에게는 맞지않는 옷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조직을 일구어

즐거운일을 하고 

돈을 벌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는것을 알았습니다.


사업과 글쓰는것이 다른것이 아니겠지요.

배움과 실천이 반드시 글쓰기와 출판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저의 언어로 책을 만들듯이

저만의 비지니스를 만들어 나아갑니다.

선생님의 글이 큰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다시한번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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